[2013년 12월호]


‘죽기살기식’ 도전 성취

기업가정신 어딜갔나

투자와 일자리 등 경제입법에 묶여
경기회복 늦어지면 국회도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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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가리지 않고 도전하던 한국 기업가정신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오랜만에 우리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데도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니 본래의 한국 기업가정신이 아니라는 제보다. 도대체 그토록 왕성했던 ‘죽기살기식’ 도전과 성취의 그 정신이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투자·일자리 계획 정치권의 발목


기업인들이 국회 국감 증인 채택에 빠지려고 로비한다는 말 들었다. 증인으로 끌려 나가 온종일 고개 숙이고 죄 받을 시각 기다리는 모습도 잘 지켜봤다. 또 수시로 검찰에 소환되고 세무조사 받느라고 전전긍긍한다는 소문 많았다. ‘징벌적’ 과징금 받고 사과성명 내고 ‘일감몰아주기’ 과세 자진신고하고 아무 말 못하는 표정도 훔쳐봤다.
세월이 경제민주화 잣대로 기업인들을 몽땅 죄인으로 만들었다고 보여 진다. 이 때문인지 기업과 기업인들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하면 낙제점수로 나오는 시절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민은 기업인들에게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지 않느냐고 독촉한다. 반면에 주요 기업들은 투자계획을 세워 놓았다고 발표해 놓고도 발목이 잡혀 투자할 수 없노라고 해명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투자와 일자리 관련 경제입법이 빨리 통과되기를 애타게 기다린다는 말이다.
정홍원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하여 ‘경제와 현안에 관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회가 경제입법을 서둘러 제정해 주도록 촉구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참관하고 시구를 던지면서 젊은이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야당은 “인기가 떨어지니 스포츠 현장에 나갔느냐”고 빈정거리며 “국정원 댓글 관련 사과나 하라”고 공격했다.
정부의 경제팀도 난처한 상황이지만 기업인들의 정신이 제자리를 지키기가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도 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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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기업인 뜻은 같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28일,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가 연례행사로 주관한 ‘2013년 기업가정신주간’ 행사에서 윤상직 산업부장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어 투자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강한 경제생태계 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에게는 “창조적 혁신과 도전정신으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 주역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2013-12-03_182922.jpg
대통령이 무슨 수로 투자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강한 경제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경제입법안이 통과되면 이런저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니 결국 정치권에 대한 호소나 마찬가지다.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은 이 자리에서 “선배 기업인들로부터 물려받은 불굴의 기업가정신 DNA 위에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심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끊임없는 자기변신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다짐했다.
기업인들은 최근의 경기회복 신호를 기회로 살려 경제활성화를 이룩하자면 투자가 일어나야 한다는 데는 정부와 인식을 같이 한다. 이 때문에 국회에 대해 경제입법의 조속한 통과를 청원하는 입장에서도 정부와 경제계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최근의 우리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기상이다.


경기회복 늦어지면 정치권도 책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을 맡아야 할 30대 그룹 사장단은 기업가정신 주간 행사의 하나로 산업자원부장관 등 정부 측과 간담회를 갖고 역시 규제완화를 건의했다. 30대 그룹은 올해 155조원의 투자와 14만명의 고용계획을 발표한바 있었다.
그러니까 30대 그룹 사장단이 정부와 간담회를 통해 경제민주화 규제입법 개선을 요구한 것은 결국 ‘정치규제’ 탓에 투자와 일자리가 발목이 잡혀 있다는 하소연이나 다를 것이 없다.2013-12-03_183023.jpg
이보다 앞서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국회에 계류 중인 102건의 경제입법을 조속히 제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현 부총리는 오래 전에 정부가 발표한 주택과 부동산시장 정상화 방안을 비롯하여 외국인투자촉진법, 자본시장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의료·교육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 외국기업과 공동출자 시 중손회사의 최소 지분율 하향조정 등 개선방안 등을 발표해 놓고 “지금껏 뭘 하고 있느냐”고 불신한다.
이 때문에 경제정책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현 부총리가 국회 입법권의 제동 때문에 투자와 일자리 창출 관련 정책들이 아직도 묶여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이는 현 부총리가 “경제입법이 늦어져 경기회복이 지연되면 그 책임의 일부가 국회에도 있다”고 지적하고 싶었던 말로 해석된다.


독촉과 채찍만으로 투자 안된다


기업가정신이 정부와 국민의 독려만으로 부활되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또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정부의 당부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하에서 투자는 누가 뭐라고 한들 물 흐르듯 시장의 원리에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2013-12-03_183148.jpg
이런 측면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세무조사나 재벌 오너 일가의 편법상속증여 및 횡령·배임혐의 등 엄중처리도 중요하지만 정당한 경영활동을 압박하는 규제입법의 양산은 투자의욕 저하와 기업인의 사기를 꺾는 작용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역대 정권이 규제개선을 약속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새로운 규제의 신설로 집계됐다. 또 박근혜 정부에서는 창조경제를 위한 수많은 국정과제를 제시했지만 대부분이 국회의 입법과정에 계류되어 있다. 반면에 정치권이 주도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은 금산분리 강화, 친노동 편향의 노동관계법,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과 관리법, 하도급거래규제법 등으로 투자환경을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가령 매출액의 5%에 상당하는 벌과금을 물리던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법안들이 모두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저해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최병일)이 기업가정신이란 창조경제의 핵심이라 규정하고 이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개혁과 함께 기업가정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상 기업가정신을 북돋우기 위해서는 학술적 이론을 동원할 필요 없이 “기업이 시장원리에 따라 마음껏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이 과정에 법과 제도를 준수하고 시장경제의 경쟁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엄중히 감시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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