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이웃 초대석]


'남겨주고 싶은 기록물'
7080, 삶의 발자취

심갑보 THK고문의 78년 인생기록
각종 증서, 훈·포장 등 300여점 수록


2014-01-21_161321.jpg 7080세대가 살아온 발자취는 곧 대한민국 현대사의 단면이다. 일제시절을 거쳐 8.15의 감격과 6.25와 5.16의 격변 세월 속에 이를 악물고 죽기 살기로 생존투쟁한 삶이다.
뒤돌아보면 어느덧 까마득한 옛일처럼 회상되는 추억의 세월이다. 지금은 그때 그 시절의 흔적이 사라진 부유한 태평세월이라 각종 기록에 의해서만 그때를 더듬어 볼 수 있을 뿐이다.


녹음·녹화테이프 6,000개 기록물


오랫동안 공익활동으로 낯익은 올해 일흔여덟의 심갑보(沈甲輔) 삼익THK(주) 상임고문이 '심갑보 내 삶의 발자취'를 출판했다. 자서전이나 저서도 아닌 78년간 살아온 발자취를 각종 훈·표창이나 증서 등으로 엮은 기록물로 가족과 회사 임직원에게 ‘남겨 주고 싶은’ 자신의 발자국(Foot-Print)일 뿐이라고 말했다.
심 고문의 공익활동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때로는 정부 측 위원회 등에서 함께 활동해온 기자로서는 참으로 열성적이고 끈질긴 집념의 기인(奇人)과 가깝다는 인상을 받아왔다.
2014-01-21_161612.jpg 심 고문은 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 조찬회나 각종 사회단체 주최 세미나와 토론회 등에 가장 일찍 출석하는 고정 멤버로 각인되어 왔다. 심 고문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 앞좌석에 비디오 녹화장치를 설치하고 전과정을 오디오와 비디오로 기록한다.
심 고문이 40여년간 빠짐없이 기록해온 오디오테이프 3,000개, 비디오테이프 3,000개, 도합 6,000개가 회사 자료실에 보관되어 있다. 이는 심 고문의 대외활동 발자취이기도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우리의 경제사회가 온갖 논쟁과 토론을 통해 발전해온 과정을 대변할 수 있는 기록물로써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심 고문은 이들 귀중한 자료를 임직원 교육용으로 자신이 활용하지만 앞으로 후진들이 두고두고 요긴하게 활용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경영학 수강 녹음에서 비디오 기록까지


심 고문은 1970년 삼익줄공업에 입사하여 '삼익쌀통'이 인기상품으로 히트할 때 경영을 배우기 위해 고대 경영대학원 연구과정에 입학했다.
김상협 고대 총장 시절 조익순 교수, 김동기 교수 등의 명강의가 인기였다. 그러나 정치학을 공부했던 2014-01-21_161954.jpg 심 고문의 귀에 경영학 강의가 좀처럼 들어오지 않았다. 궁리 끝에 녹음기로 강의 전과정을 녹음하여 집에서 복습을 통해 귀를 뚫었다. 이로부터 대외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녹음기를 휴대하기 시작하여 오디오와 비디오 조작기술을 익혀 무려 6,000개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물을 보존하기에 이른 것이다.
심 고문은 삼익공업 최고경영자로 회사를 경영하면서 TV토론과 세미나 토론자로 바쁘게 활동했다. 정부위원회나 경제단체 위원으로 참가하여 갑론을박(甲論乙駁) 토론에서 명쾌한 공익편 논리를 강력하게 편 것이 주특기였다.
이것이 바로 각종 토론회의 대화녹음과 영상물 기록에서 나온 학습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심갑보 내 삶의 발자취'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김안제 교수의 깨알 인생기록


'심갑보 내 삶의 발자취'를 보면서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안제(金安濟) 명예교수의 특이한 삶의 기록이 연상된다. 김 교수의 인생기록은 소탈한 성품 그대로 자신과 인연이 닿은 모든 사람과 자신의 모든 언행을 한 점 숨김없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깨알처럼 기록한 진기록물이다.
김 교수는 코 흘리기 시절 경상도 문경 땅에서 천진난만하게 자라던 장난기에서부터 서울로 상경하여 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수가 될 때까지 언행의 시간과 장소까지 기록했다. 또 해외 세미나에 참석하고 정부나 사회단체 등 팔방미인처럼 활동한 세세한 기록을 실록으로 엮어 기네스북에 오르고도 남을 지경이다.
이 깨알기록 속에는 전자푯값과 구매날짜가 나오고 처음 먹은 자장면 집과 맛도 나오고 만나고 헤어진 사람, 행사에 참석했던 사람 등의 이름까지 기록되어 있다. 기자는 김 교수와 함께 정부위원회에서 활동한 안목으로 평소 기인(奇人)형이라고 불렀지만 김 교수는 틀린말이 아니라는 듯 웃으며 받아넘기곤 했다.


'우리시대 뿌리'와 '살아있는 역사' 기록


심갑보 고문의 내 삶의 발자취나 김안제 교수의 깨알 인생기록이나 모두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 노동으로 대한민국이 근대화되어온 '살아있는 역사'의 기록이다.
또 다른 기록으로는 출판문화계의 명인 김종규(金宗圭)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의 '우리시대의 뿌리'(경제풍월 2013.1)가 있다. 김 이사장은 삼성출판사 회장으로 수많은 도서를 수집하여 출판박물관을 설립했을 뿐만 아니라 각계인사들을 출판문화계로 끌어들이는 마당발로 불리기도 한다.
김 이사장이 1960년대를 '우리시대의 뿌리'로 규정한 것은 이 시기에 우리 사회가 낡은 껍질을 깨고 조국근대화의 길로 들어섰다는 뜻이다. 1960년대에 4.19학생혁명과 5.16군사혁명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했으니 대한민국의 번영의 기점이 바로 1960년대가 아니냐는 말이다.
'우리시대의 뿌리'에 따르면 이 무렵 출판계는 세계명작 전집류가 할부로 팔리고 나병시인 한하운(韓何雲) 시집, 조지훈(趙芝薰)의 지조론, 박경리(朴景利)의 불신시대 등이 인기였다. 또 소설류는 박종화의 '자고 가는 저 구름아' 유주현의 '조선총독부' 등이 많이 읽혔다.
사회면에서는 한일국교 수립을 두고 여야 간 충돌이 극심하여 6.3사태가 빚어지고 함석헌(咸錫憲)의 '인간혁명', 의리의 주먹 김두한(金斗漢) 회고록, 사회부기자 오소백(吳蘇白)의 '우리는 이렇게 살아왔다', 파월장병들의 '월남소식' 등이 이 시대상을 말해준다.
또한 시대와 사회발전을 희구하는 열망이 문학계를 자극하여 자유문학, 현대문학 등이 탄생하고 신사조, 사상계, 월간세대 등이 나와 정론과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대중문화는 시대가 흑백에서 컬러로 발전하려는 몸부림 속에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를 비롯하여 '새타령', '유달산아 말해다오'가 인기절정이었다. 또 톱스타들의 삶이 대중의 표적이 되어 김진규, 신영균, 최은희, 김지미, 조미령, 도금봉, 문정숙씨 등의 인생편력이 '산 넘고 물 건너'로 나왔다.
1960년대는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는 잠자고 있던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우리시대의 뿌리'라고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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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등 각계의 눈부신 활동


2014-01-21_165528.jpg '78년, 내 삶의 발자취'를 보존형 책으로 출간한 심갑보 고문은 대구상업, 경북대 사범대 부속고, 영남대 정치학과 및 등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정치학도였다. 실제로 정치학 강사로 출강하다가 선친의 별세로 대흥토건에 근무하다가 1970년 처가 쪽 삼익줄공업 상무로 경영자의 길로 들어섰다.
삼익에서 사장과 부회장으로 오랫동안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가 2012년에야 현역을 끝내고 상임고문으로 물러났다. ‘심갑보, 내 삶의 발자취’는 각급학교 졸업증서에서부터 오늘의 삼익THK 상임고문에 이르기까지 기록증서를 빠짐없이 수록했다. 각종 훈·표창에서 위촉장, 임명장, 공로패, 감사패, 기념패 등이 300여편으로 추산된다. 학사와 석사 졸업증은 물론 응변대회 상장, 각종 면허증, 회원증마저 복사 수록했다.
2014-01-21_165250.jpg 또한 부인 진정자 여사의 각급 졸업장, 임명장 등도 모조리 수록했으니 일심동체 부부의 삶과 인생의 발자취를 함께 기록한 가족사로도 볼 수 있다.
심 고문은 노사협력증진 유공으로 최고훈장인 금탑산업훈장을 받고 노사개혁 유공으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김영삼 정부 시절 심 고문은 노사개혁위원회 위원을 비롯하여 최저임금위원회, 중앙노사위원회 등 노사관계 위원으로 폭넓게 활동했다. 또한 국민경제사회협의회 위원, 한국노동재단 감사, 노사정위원회 기초위원, 상무위원 신노사문화 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 대책위원 등으로 오랫동안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몸 사리지 않고 헌신했다. 지금도 (사)노사공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또 한국능률협회, 산학연발전연구회, 인간개발연구원, 바른경제동인회, 대한상사중재원, 도산아카데미 연구원 등의 임원을 역임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국무총리 정책평가위원 및 충·효·예 실천운동본부 상임고문 등 사방팔방으로 활약했다.
2014-01-21_163437.jpg 이밖에 영남대 재경동창 회장, 서울대 AMP 라이온스클럽 초대회장, 안암 로터리클럽 회장, 청송심씨 대종회 부회장 등도 맡았다.
심 고문은 정치학 전공을 바탕으로 한국정치학회 정회원에다 모교인 영남대 명예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겸임교수로 특강도 맡아왔다.


저서로는 CEO의 현장경영-'인간경영에서 나라경영까지', CEO의 멘토경영-'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행복한 CEO-'심갑보의 인생 스크랩' 등을 출간했다.
'심갑보 내 삶의 발자취'는 열성과 집념으로 일관해온 심 고문의 78년 세월을 살아온 자신의 기록을 통해 7080세대가 후진들에게 '뿌린 씨를 잘 거두라'고 당부하고 싶은 심정을 대변했다고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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