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탈출기 생존전략, 주기적 구조조정 몸살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저성장의 터널을 벗어 경기회복 기운을 타야 할 시각에 재계가 온갖 몸부림에 쫓기는 형국이다. 부실과 저수익 사업 구조조정하고 비효율 인력구조도 조정해야 할 시점이다.

앞서가는 그룹은 미래지향적 구조조정 해야 하고 채권단 관리를 받는 그룹은 자구(自救)노력 독촉을 받는다.

경기회복 기운속에 구조조정 태풍

사업구조조정에는 매각과 통폐합 진통이 따르고 인력구조 조정에는 대량 명예퇴직과 해고 등 충격을 몰고 온다. 재계가 경기변동기마다 구조조정 태풍을 겪게 되니 ‘재계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인상을 풍긴다.

▲ 3,000억 원대 횡령,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구속 수감됐다.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조정이란 늘 앞서 가는 선제적 ‘미래경영’으로 평가되지만 경쟁사들에게 자극과 동기유발로 작용하기도 한다. 샐러리맨 신화의 붕괴로 지적되는 STX그룹의 해체는 글로벌 조선과 해운 불경기 탓으로 볼 수 있지만 신흥그룹의 불운 파문이 너무나 크다.

동부그룹, 현대그룹, 한진그룹 등은 채권단으로부터 자구노력 이행속도가 늦다는 독촉을 받는 형국이고 KT와 포스코는 새 CEO를 맞아 혁신형 구조조정의 속도가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

실상 구조조정이란 자발적이고 상시적이어야 마땅하다. 일류기업이나 초일류기업이란 바로 태풍이 오기 전에 부실과 비효율을 떨어버리고 글로벌 경영에 앞서 가고 있다. 지금 재계가 당면하고 있는 구조조정 고비는 그룹마다 환경차이가 있지만 반드시 극복해야 할 사명이자 기회라고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강덕수 전 회장 구속, STX그룹 해체

짧은 기간에 STX그룹을 쌓아올린 강덕수 전 회장이 끝내 횡령과 배임혐의로 구속됨으로써 자랑스런 샐러리맨 신화가 또 한 번 무너진 셈이다. IMF 외환위기 때 앞서 가던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의 ‘세계경영’ 좌절처럼 여겨지니 안타까운 일이다.

강 전 회장은 거액의 분식회계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고 비자금을 조성하여 일부 횡령하고 정·관계에 로비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받는다. 강 전 회장은 왕성한 의욕으로 글로벌 경영하느라고 연중 해외출장이 잦았으니 일부 해외도피 혐의도 받을 수 있다.

사실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기에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 배임혐의로 구속된 숱한 재벌총수와 CEO들의 전례가 생각나는 불행한 일이다.

▲ 해체되는 STX그룹.

강 전 회장은 샐러리맨으로 입사하여 쌍용중공업을 인수, 자력으로 STX그룹을 이룩한 신화를 창조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룹의 골격이 형성되자마자 글로벌 경기침체를 맞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백의종군의 희망도 잃고 경영퇴출 후 구속되고 그룹이 해체됐으니 허망하기 짝이 없다.

당초 STX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채권단의 구원으로 수습할 것으로 보여 졌다. 그러나 2012년 12월의 STX팬오션 매각 추진으로부터 1년 남짓 사이 급속히 그룹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2013년 4월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 신청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STX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의 실사결과 청산가치보다 존속계속가치가 높다는 평가로 회생의 희망이 보였었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보니 강 전 회장은 비리혐의로 구속되고 STX조선해양은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 STX에너지는 GS그룹이 인수하여 갈라져 나갔고 STX다롄과 STX유럽도 매각추진 중이니 그룹의 형체가 사라졌다. 단지 STX중공업과 ㈜STX만 기업회생 자율협약에 희망을 걸고 있으니 창업주 강 전 회장은 가고 일부 STX라는 브랜드만이라도 존속하게 될는지 궁금하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떠나고 일부 ‘대우’라는 브랜드가 아직도 국내외에 살아있는 경우를 예상해 본다.

동부그룹, 현대그룹 등 쫓기는 구조조정

동부그룹이 채권단으로부터 자산매각과 구조조정 자구노력 성과가 부진한 것으로 독촉받은 형국이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을 비롯하여 동부메탈, 동부제철 당진항만, 동부익스프레스 등을 매각하여 2조7천억원을 조달하고 김준기 회장이 사재 1,0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가 부진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그룹의 경우 현정은 회장이 앞장서서 현대증권을 매각하고 현대상선의 항만터미널사업 지분 매각까지 약속했지만 역시 금방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모양이다.

이 밖에 한화그룹, 롯데그룹, SK그룹 등도 일부 사업구조 계획이 추진되고 금융권에서는 삼성증권, 삼성생명 등의 임원감축, 점포축소, 희망퇴직 등으로 사업구조와 인력구조 조정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이렇게 범 재계 측면에서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기존사업의 정리나 신규사업 진출을 쉽게 결단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경기회복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대외의 경영환경이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가로막고 있지 않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KT 공기업적 체질에 삼성경영 접목

유능한 경제각료 출신인 이석채 전 KT 회장이 몇 가지 비리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이 전 회장은 지인의 청탁을 받고 벤처기업들을 비싼 값으로 인수하여 회사에 100억대의 손실을 끼치고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 일부 횡령했다는 혐의이니 재벌총수들이 수난을 겪고 있는 항목 그대로이다.

KT 후임회장에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 황창규 회장이 선임되어 인력과 사업구조 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황 회장은 조직의 슬림화와 융합을 강조하면서 ‘싱글 KT경영방침’으로 임원축소, 계열사 통폐합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

KT의 연간 인건비가 2조원 규모로 매출액의 17% 수준에 달한다고 하니 인력구조개혁이 시급한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15년 이상 근속 2만3천여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받기로 노조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기존사업뿐만 아니라 신규사업의 진단과 재검토로 구조조정하고 신윤리경영 원칙도 발표했다. KT ENS 간부가 협력사에게 매수되어 1조8,300억대 사기대출에 연루된 범죄행위에 비춰 황 회장의 신윤리경영이 무서운 기강확립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된다.

황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KT에는 아직도 공기업 시절의 성격이 남아있어 개혁드라이브가 잘 작동되지 않는다는 소감을 밝혔다. 과거 삼성경영과 비교하면 너무나 차이가 나니 KT의 기업문화를 대폭 혁신해 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니까 아직도 공기업 체질이 남아있는 KT경영에 민간기업 최고의 능률과 성과를 유발하는 삼성경영문화를 접목시키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포스코 정신으로 ‘선택과 집중’ 구조조정

포스코는 신임 권오준 회장이 내부출신으로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철저한 주인의식으로 결속되어 구조조정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부실사업 매각이나 통합, 신규사업의 선택과 집중이 포스코의 구조조정 핵심이다.

포스코는 주인이 따로 없지만 가장 강력한 포스코정신이 살아 있기에 어느 그룹보다 신속하게 강력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다. 포스코는 주식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골고루 분산되어 있지만 박태준 창업회장 이래 역대 회장이 주인의식을 철저히 함양하여 오늘에 이른다.

외곽에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고 자부하는 포스코창업회(회장 안병화)와 포스코청암재단(이사장 권오준), 청암회(회장 우병규) 등이 영원한 포스코인들로서 늘 친정을 독려하는 기둥역할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포스코의 CEO 교체는 거의 내부진통이나 흔들림 없이 사업과 인력구조 조정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77호(2014년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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