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유출, 대형 부당대출 되풀이

금융권의 대형사고와 비리가 금융윤리 부재를 말해준다. 금융사 내부통제는 뭘 하고 금융당국은 뭘 감독했는가. KB금융을 비롯한 4대 금융지주가 몽땅 비리와 상처투성이로 그려지니 “은행을 믿을 구석이 어디 있느냐”고 한탄한다. 고수익 고임금으로 신(神)이 부러워할 직장이라는 은행사람들은 어찌 생각하는가.

고객정보, 고객 돈관리 윤리부재

은행과 카드사들이 손을 맞춘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고가 금융권에 대한 불신을 촉발시켰다. 은행이 돈만 밝히느라 금융윤리가 뭣인지 분간도 하지 못했다고 지탄받아 마땅했다. 곧이어 부당대출사고, 대출사기 연루 등 대형사고에 내부횡령, 배임혐의까지 속출하면서 전임 지점장이 자살하는 사고마저 겹쳤다.

은행이나 카드사들이 고객정보와 고객 돈관리의 기본이 안 됐다고 볼 수 있다. 금융권은 국내 최고의 고임금지대로 신(神)이 부러워할 직장이라고 비판되어왔지만 이제 와서는 사고 치며 돈 밝히는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지탄이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 카드사장 등 CEO와 내부감사들은 뭘 하고 그냥 군림해 왔다는 말인가. 금감원은 무서운 기관으로 널리 소문이 났었는데 이제 와서 뒤늦게 은행장 회의소집하여 문책하겠다고 경고했지만 그동안 연속되는 사고빈발에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말인가.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대형 부당대출 사고가 언제부터 시작됐는가.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는데 그동안 모르고 있었는가. 알고도 눈을 감아 주었는가.

도쿄지점들에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2013년 일본 금융권 당국이 국민은행 도쿄지점 검사를 통해 야쿠자 자금세탁 및 부당대출 정황을 포착하여 금감원에 통보하자 금감원이 1,70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혐의를 찾아낸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니까 일본 금융청이 부당대출 정황을 포착하여 통보해주기까지 국민은행 본점이나 금감원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어찌하여 도쿄지점은 혼자 멋대로 부당대출로 영업하고 대출 커미션 뜯어 먹어도 위에서는 모를 수 있는 시스템이란 말인가.

그 뒤 금감원이 기업은행을 비롯하여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에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여부를 자체조사토록 지시하여 저마다 부당대출 사고를 적발했다고 하니 아무런 감시 없이 비정상과 부조리가 만연하고 있었다는 뜻이 아닌가.

지난해 12월, 국민은행 도쿄지점 직원 한사람이 서고에서 자살한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금감원이 일본 금융청과 공동으로 검사에 착수하여 전 지점장 등 2명을 구속했다.

다시 올 들어서는 우리은행 610억원, 기업은행 13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혐의를 포착했다. 이는 그동안 국내은행 도쿄지점이 어떤 감시나 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비리를 자행할 수 있었음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다.

지난 4월 8일, 우리은행 도쿄지점 지점장 출신인 김(56) 씨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자살한 사건이 보도되고 말았다. 이는 국내은행 도쿄지점에 그동안 어떤 일이 계속되고 있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사건의 일단이라고 여겨진다.

그 뒤 보도에 따르면 도쿄지점들을 상대로 부당대출을 중개하는 브로커 조직이 공공연히 암약해 왔었다고 한다. 도쿄지점들은 이들 브로커를 통해 부당대출을 알선받아 일정액의 커미션을 챙기는 못된 관행에 젖어 왔었다는 사실을 말해준 것이다.

금융불신, 비리 감시역 금융사 상주

최수현 금감원장이 지난 15일, 은행장 회의를 소집하여 대형사고와 비리에 젖어있는 금융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으로 금융사고가 빈발하는 금융사에는 상주 검사역을 배치시켜 금융거래와 영업행위 등을 직접 감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문제 있는 금융사에 직원을 상주시키는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은행경영을 못 믿겠다는 공개 불신이다. 특히 도쿄지점의 불법·부당대출 사고와 관련하여 해외지점장의 대출 전결권을 축소하고 해외지점의 대출영업을 본점에서 사후심사토록 함으로써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부당대출 사건이 드러난 KB국민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에 이어 산업은행마저 자체 감사결과 도쿄지점의 대출부실 사실이 포착된 것으로 보도됐다. 금융권으로서는 더 이상 어떤 말로는 해명할 수 없는 지경임이 갈수록 분명해 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직접 금융사에 감시직원을 파견, 비리를 감시하겠다는 방침에 불복할 처지가 되겠는가.

왜 금융권의 공신력이 이토록 추락하고 금융소비자는 물론 감독당국으로부터 극심한 불신을 받게 됐을까를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KB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 등의 경우 정권교체기의 낙하산 CEO와 여러 채널의 청탁인사가 가장 큰 문제이고 기득권에 집착하는 강성노조와 낙하산 CEO와의 담합에다 단기 성과주의에 집착하는 영업관행 등이 겹친 결과라고 비판돼야 할 것이다.

사후 징계만으로 금융윤리 확립되나

비리와 사고에 따른 엄중한 문책이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국민은행, 신한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카드사에 이르기까지 무더기 징계가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사후 징계처리만으로 금융부조리와 비윤리가 제대로 확립될 수 있겠는가.

김종훈 하나은행장이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145억원을 투자했다가 60억원을 손실을 끼친 책임으로 금감원의 문책경고를 받았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주의적 경고’ 받고 하나캐피탈은 ‘기관경고’, 하나금융지주는 ‘기관주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중징계받은 김종준 은행장은 내부조직 안정을 이유로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은행내부 의견을 조율한 결과 모두가 유임을 권고하더라고 해명했다. 은행내부라는 것이 바로 이런 집단 아닌가. 김 행장은 임기를 채우겠다고 했지만 퇴임 후에는 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되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니 결국 하나은행의 불명예가 아니고 무엇인가.

금융사고 관련 일부 징계조치만으로 금융권이 공신력을 회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금융회사 고객정보 대량유출 사고가 발표됐을 때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사고재발시에는 금융사의 문을 닫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고객정보 도난이나 분실사고,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영업에 이용한 금융사는 무거운 ‘징벌적 과징금’을 물리고 개인정보 유출자와 취득자는 쌍벌죄에다 최고 7년형으로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직원에 대해서는 해임조치를 약속했었다. 이 같은 방침에 비춰보면 경고나 주의 등의 징계수위로 금융사고 재발방지가 가능하겠는지 의문이다.

KB금융지주 임직원들이 지난 18일 일산 KB국민은행 연수원에서 ‘위기극복 대토론회’를 가졌다고 보도됐다. 임영록 KB금융 회장, 이건호 국민은행장 및 계열사 CEO 등이 함께 밤샘 토론했다니 반성의 목소리가 높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보도에 따르면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윤리의식이 바닥까지 추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학연·지연에 매달린 무원칙 인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단기 성과주의에 매몰된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자성이 높았다고 한다. KB금융뿐만 아니라 은행권 전체가 환골탈태해야만 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77호(2014년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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