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립묘지 참배 새삼 감명

호국의 달을 맞으면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호국 영령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곳엔 베트남전 참전 전우들이 잠들고 있을 뿐만아니라 베트남전 사령관인 채명신 장군이 병사들 옆자리에서 호국영령들을 지켜 보고 있다. 필자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직업군인 출신으로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미국의 국립묘지들을 돌아보고 감명을 받았다.

미군과 함께 참전한 우방국 장병 예우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아고시 근교에 있는 Rose Crans 국립묘지를 참배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알수 있었다. 그곳 묘지 관리소장과 대담중 미군과 함께 베트남전에 참전한 호주와 뉴질랜드 참전 군인들 가운데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받은 경우 미국 국립묘지에 안장하고 있다고 했다.

▲ 워싱턴DC 소재 알링톤 국립묘지.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베트남전 참전 군인으로 예편후 미국으로 이민와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은 경우는 어떻게 예우할까.

묘지관리소장의 말은 본인이 원한다면 당연히 동일한 자격을 부여한다는 설명이었다. 필자는 이말을 듣고 베트남전을 주도했던 미국정부가 참전 우방국들의 장병들을 자국 국민과 동등하게 예우한다는 감명을 받았다.

필자는 8년전 샌디아고에서 2년여 거주하면서 Rose Crans 미 국립묘지를 참배하면서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미군 장병들의 묘비가 즐비한 광경을 감명깊게 살펴본 적이 있었다. 당시 미지의 나라 신생 대한민국을 지켜주기 위해 젊음을 바친 미국 장병들의 영혼을 경건한 마음으로 추모했음은 물론이다.

샌디아고 교민들의 6.25 참전용사 헌화

그로부터 샌디아고를 방문하는 친지들에게 미 국립묘지를 안내하여 6.25에 참전한 미군 묘비 앞에서 함께 묵념했다. 이때 친척 중 한분이 귀국후 6.25 참전 미군들의 묘비에 헌화해 달라며 꽃값을 보내와 당시 그곳 한인회장 민병진씨와 함께 묘지 관리소장에게 그 돈을 전달하여 헌화토록 부탁했었다.

이때 관리소장이 자신이 13년간 재임 중 한번도 없었던 뜻깊은 사례라고 말해 주었다. 또 이를 계기로 샌디아고 교민 3만5천여명을 대표하는 한인교민 회장도 지금껏 6.25 참전 미군장병들을 단체추모한 행사를 한번도 갖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지난 2007년부터는 그곳 한빛교회 주관으로 매년 6.25 기념일에는 추모행사를 가져왔다. (경제풍월 2012. 8)

필자는 베트남전 참전 지휘관의 한사람으로 미국의 국립묘지 제도에 여러가지 감명을 받아 현역시절에는 장군과 병사간 계급 차이가 현격하지만 죽어서는 국립묘지에 계급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같은 인식을 베트남전 사령관인 채명신 장군께 말씀드린 바 있으며 채 장군께서 평소 “전우들 옆으로 가고 싶다”는 신념을 보여 동작동 현충원의 장군 묘역을 마다하고 베트남전 참전병사들과 함께 영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참전 장병은 국가차원 최고예우

올해 다시 방문한 샌디아고 국립묘지는 1934년부터 멕시코와 전투에서 전사한 미군 장병들을 위한 육군묘지로 개설했다가 8년뒤에 국립묘지로 승격하여 육.해.공.해병대 장병들의 영원한 안식처가 되어 있다. 미군 장병들 이외에 국가에 공로한 인사들도 국무부의 심사를 거쳐 이곳에 안장하게 된다.

미국은 세계의 자유 민주주의 수호와 세계평화를 위해 세계의 전쟁에 참전하여 수많은 희생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남북전쟁과 독립전쟁 전사자가 24만5천여명, 제1차·2차 세계대전 및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전사자가 45만명이 넘는다. 이는 미국내 전쟁에서 보다 세계의 전쟁에서 더많은 피를 흘렸다는 뜻이다.

▲ 고 채명신 장군. 유언에 따라 1평 사병 묘역에 묻히다.

미국이 전쟁을 많이 치룬 만큼 미국 전역에는 135개의 국립묘지가 있고 캘리포니아 주에도 8개소가 설립되어 한국전 참전 미군 장병들의 영혼이 많이 잠들어 있다. 미 국립묘지 가운데 수도 워싱턴 소재 Arington 국립묘지는 가장 오래된 역사에다 가장 엄격한 기준으로 안장 대상자를 심사하여 세계적 명사들도 다수 안장되어 있다.

교육도시인 보스톤을 여행했을때는 하버드, 예일, 보스톤, MIT 등 명문 대학교의 공원이나 기념관에 학생 신분으로 세계 2차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학생들의 이름을 새겨 추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 합중국은 전쟁을 많이 치루느라 많은 희생자들이 생겼지만 어느 경우이나 정부 차원에서 끝까지 최고의 예우로 추모하고 있다는 점이 대국다운 면모라는 확신이다.

미국의 노병 프랑크 버클스의 경우

미국의 국립묘지 안장제도에 계급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지난 2011년 3월, 세계 제1차 대전에 참전했던 마지막 노병 ‘프랑크 버클스’가 사망했을때 1차대전 당시 미 유럽원정군 총사령관인 존 퍼싱 대장의 바로 옆에 묻혔다는 사실로서 극명하게 설명된다.

당시 그의 안장식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 등 미군 통수권자와 최고위층 인사들이 다수 참석하여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는 모습이 전세계로 전파되었다.

이에 비해 지난 2013년 11월 별세한 베트남전 한국군 총사령관 채명신 장군은 유언을 통해 베트남전 전사자 병사묘역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밝혔는데도 국방부가 대전현충원의 장군묘역에 안치할 준비를 서둘러 유족 측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청하여 동작동 베트남 참전 사병묘역에 안치할수 있었다.

이때도 일부 성우회 회원들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으니 현역시절의 계급과 직분이 죽어서도 사병들과 다르다는 인식이 남아있지 않느냐고 비교된다.

필자는 필생 군인의 길을 선택한 베트남전 참전자의 일원으로 전쟁터에서 생명을 나눈 전우는 영원한 파트너로서 죽어서는 계급과 직급의 차이가 없는 평등이 옳다고 믿는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78호(2014년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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