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훈련증 분실 69년만에 주인찾아

▲ 배흥직 목사

경제풍월 2014년 9월호에 게재된 ‘68년 전 귀국선 일기’의 주인공 우맥(愚麥) 배흥직(裵興稷) 목사의 두 번째 이야기는 잃어버린 가죽지갑.
미국의 세계 2차대전 참전 용사인 벨(88) 노인의 가죽지갑은 69년이 지나 찾았지만 자신이 대낮 열차 속에서 도둑맞은 지갑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편집자)

2차대전 참전 벨 노인
가죽지갑 찾은 긴사연
군사훈련증 분실 69년만에 주인찾아
배흥직목사, 10년전 분실지갑은 언제···

벨노인 분실지갑 69년만에 돌아오다

미국 유타주 출신의 세계 2차대전 참전용사가 1941년 시카고에서 군사훈련을 받다가 지갑을 잃어버렸지만 69년이 지난 2010년 6월 되찾았다는 사연이 보도됐었다.
시카고 선타임즈는 유타주 샌디시의 사회복지 기관에서 운동 휠체어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로버트 J 벨(88) 노인이 2010년 6월 2일, 69년 전에 잃어버린 낡은 가죽지갑을 찾아 받아들고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며 감격했다고 보도했었다.
벨 노인은 가죽지갑을 잃어버릴 당시 지갑 속에 현금이 들어 있었는지는 기억조차 못하지만 현금보다 더 귀중한 것들을 되찾았다고 기뻐했다. 가죽지갑은 오랜 세월을 견디느라 낡고 헤졌지만 그 속에는 벨 노인의 사회보장카드와 부모님 사진 및 결혼 3년 만에 사별(死別)한 아내와 연애시절 사진 2매가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군사훈련 당시 벨은 19세의 청년으로 시카고 직업훈련학교에서 유압(油壓)전문교육을 받는 중에 가죽지갑을 분실했다. 그로부터 44년의 세월이 지난 1985년 전기기술자 밥 조든 기사가 시카고 직업훈련학교 지하실에서 전기작업을 하던 중 벨의 지갑을 발견했다. 그렇지만 지갑의 주인을 찾아 되돌려 주는 데는 다시 25년의 세월이 걸렸다.
밥 조든 기사는 지갑주인을 찾아내고자 미국 재향군인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재향군인회는 다시 연방 하원위원회에 지원을 요청함으로써 사회보장 행정국을 통해 벨 노인을 찾아 지갑을 돌려줄 수 있었다는 기나긴 사연이다.
벨 노인은 “지갑과 함께 수많은 추억도 함께 돌려받았다”고 감격하면서 지갑주인을 찾고자 그토록 애쓴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인사했다.
벨 노인의 외아들(63)은 어머니가 1948년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당시 18개월의 갓난아기로 아버지의 지갑이 돌아오기 전까지 단 한 장의 어머니 사진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라고 회고하더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 같은 사연을 읽은 우맥 배흥직 목사는 가죽지갑 관련 미담(美談)이 한국에서는 왜 없느냐고 아쉬워한다.

10년전 분실지갑 언제 돌아오려나

배흥직 목사는 10년 전 서울 출장을 마치고 안동으로 돌아가기 위해 청량리역을 통해 중앙선 열차에 일찍 타고 발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40대의 장년이 배 목사의 옆자리를 잡더니 상의(上衣)를 벗어 배 목사가 먼저 걸어놓은 상의 위에 덥석 올려놓았다.
배 목사는 옷걸이가 부족하니 어쩔 수 없이 남의 옷 위에 얹어 걸칠 수밖에 없는 모양이라고 무심코 지났다. 40대가 2~3분간 앉아 있더니 일어서서 자기 옷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는 행동을 보였지만 배 목사는 그냥 책을 읽으면서 쳐다보지 않았다.
그로부터 잠깐 뒤 기차가 출발신호를 알리고자 기적을 울리자 옆자리의 청년이 놀라는 기색으로 상의를 집어 들고 열차에서 빠져 나갔다. 배 목사는 열차를 잘못 타서 급히 내리는 줄로 믿고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기차가 출발하고 두어 시간 달렸을 때 음료수라도 사서 마실 생각으로 상의 주머니의 지갑을 찾아보니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옆자리에 앉았던 40대가 자기의 상의를 만지작거리는 시늉을 하면서 배 목사의 지갑을 훔쳐낸 것이다. 불과 2~3분 사이 순간의 전문털이였다.
배 목사는 눈앞이 캄캄하고 아찔한 느낌이었다. 지갑 속에는 현금도 들어있었지만 아끼던 가족사진이 더욱 소중했다. 특히 장녀가 3세 때 마당에서 뛰어놀던 사진은 가장 아끼던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배 목사는 시카고의 벨 노인 가죽지갑 이야기를 읽고 10년 전의 이 지갑분실 사건을 회상하며 미국에서는 69년 만에 지갑이 주인을 찾아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그런 미담이 나오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배 목사도 여든에 접어들어 생전에 옛 가족사진이 들어있는 지갑이 돌아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심정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2호 (2014년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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