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잡아봐야… ’ 방공망 붕괴탄식소리

시중에서 ‘간첩무죄 시대’라고 개탄한다. 또 ‘간첩질 하기 좋은 세월’이라고 빈정거린다. “법원 판사들과 시중 민심이 어찌 그리도 먼 거리냐”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국정원과 검찰·경찰에게 간첩은 더 이상 잡지 말라는 말이냐”는 울분 섞인 항의도 들린다.
대한민국의 방공망이 너무 허술하게 뚫린 것이 아닌지 불안할 지경이다.


신문절차 고지의무 위반
간첩혐의 연속무죄
재판부, 진술· 증거부인, 검찰 강력반발
‘간첩 잡아봐야… ’ 방공망 붕괴탄식소리

대한민국 방공망 이래도 무사한가

그동안 수많은 간첩사건을 지켜봤지만 북 보위부 직파간첩 홍모씨(41)가 1심에서 무죄판결되니 행여 재판부가 이상한 것 아닌지 궁금할 지경이다. 검찰의 심사조서에는 간첩혐의가 적혀 있지만 신문절차가 잘못되고 증거를 인정할 수 없어 무죄라니 간첩혐의자도 대한민국 사법체계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홍씨의 무죄판결로 검찰과 국정원은 맥이 빠졌지만 그들 변호한 민변 측은 기고만장하여 큰소리를 치게 됐다.
그동안 탈북위장 간첩이 여러차례 적발됐지만 대한민국을 만만하게 가지고 놀 수 있다고 착각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묵비권이라는 편리한 수단이 있으니 진술을 거부할 수도 잇고 진술했다가도 재판부에 가서 부인하면 그만이니 두려울 것이 있는가. 더구나 간첩사건 전문변호인들의 적극적인 뒷받침에 검찰이 끽소리 못한다고 확인하지 않았을까.
북의 김정은도 동해로 미사일 발사하는 광경 지켜보다가 홍씨 사건 무죄선고 소식에 “남조선 공안팀들 속여먹기는 식은 죽 먹기야”라며 껄껄 웃었을 것이다.
그의 무죄선고 날 민변은 검찰이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진술을 강요했다고 논평했다. 합동신문센터에서 피의자의 자유의사를 제한한 반인권적 행태와 잔인한 폭행으로 자박케 했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과연 검찰이 민변의 비난만큼 그의 인권을 유린했을까.
그동안 여러 간첩사건이나 이석기 의원 내란음로 사건에서 통진당 이정희 대표와 심재환 부부 변호사의 변론도 지켜봤지만 어느덧 민변은 간첩무죄를 이끌어내는 전문변호인 집단이라는 인식이 심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검찰 강력반박 듣지 않고 무죄선고

홍씨사건 재판부는 검찰이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 변호인 조력권 등의 고지(告知)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신무조서가 적법벌차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은 홍씨가 “너무 지루하다”고 할 만큼 여러차례 고지하고 확인 서명까지 받았다고 항변했으니 재판의 공정성 여부가 의심되지 않는가.

또 재판부는 1차 신문조서에 이어 2~8차 신문조서는 영상자료가 없기 때문에 피고인의 실제 진술내용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1차 신문 때 녹화한 후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 뒤부터는 녹화하지 않았다고 응수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의견서와 반성문마저 심리적 불안감 속에서 작성되어 신빙성이 없다고 일방적으로 부인했다. 여기에 대해서도 검찰은 법원이 의견서를 내라고 하여 피고인 스스로가 작성했을 뿐 강요한 적이 없는데도 이마저 거부하느냐고 반박했다.
이처럼 재판부가 검찰의 신문조서를 모조리 부인할 때 피고인석의 홍씨가 뭐라고 생각했을까. 또 그를 적극 변호한 민변은 검찰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고 쾌재를 부르지 않았을까.
검찰이 이에 대응하여 즉각 항소했으니 항소심에서는 검찰이 민변과 겨뤄 이겨낼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고 하지만 시중에 귀를 대고 들어보면 민심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찌하여 법관들은 간첩무죄 판결을 그토록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느냐는 항변이 들끓는다. 간첩의 인권존중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의 안보도 깊이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수상한 행적의 유우성 사건의 무죄

위장 탈북자로 서울시 공무원 신분을 취득했던 유우성씨 사건이 무죄선고된 사실이 생각난다. 그의 간첩혐의는 국정원의 증거조작이란 허물에 묻혀 무죄선고 되지 않았느냐고 기억된다.
그는 화교출신으로 탈북 입국하여 활동하는 과정에 유가강에서부터 유우성까지 5~6개의 가명을 사용한 온갖 비밀행각으로 자신을 숨겨왔었다. 탈북이후 국내 정착금, 지원금 받고 명문대 특례입학, 공공임대 아파트 거주권 등 혜택을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여러차례 중국 방문하고 북한도 밀입국 했던 혐의를 받았으며 영국유학 등의 과정에서 공안상 수상한 행적이 많이 포착됐었다.
단지 밀입북 관련 국정원의 증거조작이 그의 간첩혐의를 무죄로 덮어주었지만 각종 사기행각이나 여권법 위반 등의 유죄는 변함이 없다.
유우성 사건과 북 보위부 직파간첩 홍씨 사건을 동일시 할 수 없지만 어쨌든 법원이 연속으로 간첩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위장탈북 간첩사건을 더 이상 잡을 수 없지 않느냐”는 세간의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통진당 이석기 의원 일당의 RO조직 내란음모 사건은 항소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됐지만 통진당의 정당해산 청구심판은 아직도 끝이 나지 않은 반면 이정희, 심재환 부부에 대한 시사평론가 변희재씨의 종북(從北)발언은 명예훼손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시점이다. 이 판국에 “간첩이 대한민국의 사법체계를 믿고 마음대로 날뛸 수 있지 않느냐”고 착각하지 않겠는가.
간첩이야 사법체계를 모른다고 해도 민변과 같은 든든한 후원세력이 있으니 국정원과 검찰이 강압수사나 인권유린 할 수도 없을뿐더러 자신이 진술한 신문조서마저 부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걱정할 일이 있겠는가.

‘대한민국이 이상해졌다’는 소감

법원판결에 대해 우리네 일반국민은 불복을 생각할 수 없다. 홍씨 간첩무죄 판결에 분노감을 느끼지만 정면으로 항변할 힘이 없고 수단도 없다. 다만 과거의 간첩사건 재판도 불신감이 남아 있는 데다 갈수록 법의 판단잣대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쌓여간다고 한탄할 뿐이다.

시중에서 오래전부터 일부 판사가 이념이나 사상이 편향된 것이 아니냐고 수군거렸다. 이정희 대표 부부를 종북이라 불렀다고 명예훼손이라는 판결에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인하고 북한체제에 동조하는 언행을 일삼는 자들을 종북세력 아니면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종북이라는 용어도 통진당 세력에서 갈라져 나온 진보계 정치인들 입에서 먼저 나왔다.
친북 종북세력이 대한민국을 수호하려는 보수계를 ‘수구 꼴통’이라고 비하하는 발언은 명예훼손이 아닌가. 어찌하여 일부 법관의 잣대가 진보·종북계에게는 너그럽고 정통 보수계에는 가혹하게 비쳐지는 것일까.
그동안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비하한 자가 있었고 ‘야만의 세월’이라고 비난한 자도 있었다.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을 ‘귀태’니 ‘그년’으로까지 욕하고 심지어 ‘나라의 원수’니 ‘나치 히틀러 정권’에 비유한 야비한 막말도 있었다.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고 이적(利敵), 종북(從北)활동이나 발언에 대해서는 명예를 존중하겠다는 판결을 어느 국민이 동의할까. 북한 지옥을 벗어나 탈북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이 참으로 이상하다고 말했다. 북의 인권말살에 대해 한마디도 비판하지 못하면서 간첩혐의자의 인권은 하늘처럼 떠받들고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온갖 비방이나 욕설은 왜 명예훼손이 아닌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땅에서 태어나 늙은 노인의 입장에서 참으로 요즘의 대한민국이 이상하기 짝이 없다는 소감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2호 (2014년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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