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세력의 폭력적 저지 유감

탈북자들의 의지와 사명
자유의 복음, 대북전단
‘정체불명’ 세력의 폭력적 저지 유감
북측 압력에 정부가 굴복하면 안돼

보수단체의 대북 전단살포를 진보단체가 폭력적으로 저지하는 것은 꼴불견이다. 북측은 그들의 ‘최고 존엄’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전단을 무력으로 저지하려 덤빈다. 최근에는 대북전단을 막지 않으면 어떤 남북대화도 있을 수 없다고 협박한다. 이 때문에 진보단체들의 대북전단 저지행위가 마치 북측의 꼭두각시 놀음처럼 느껴진다.

무슨 명분으로 강제 저지해야 하나

대북 전단보내기 운동은 북한 동포들에게 자유와 진실을 일깨워 주려는 절박한 사명감이다. 전단제작과 풍선, 수소가스 등을 준비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이를 당국의 도움 없이 그들 스스로 조달한다.
이를 정부가 무슨 명분으로 막아야 한다고 야단인가. 이를 강제로 막을 수 있는 법이 있는가. 북측이 이를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우리정부가 들어줘야 한다고 누가 동조하는가. 민간단체들의 전단살포 현장으로 달려가 폭력으로 저지한 얼굴을 가린 ‘정체불명자’들의 본색은 무엇인가.
북의 대남 악담과 허위 비방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보수계의 대북전단을 그토록 열렬히 반대하는 속셈이 궁금하다. 필경 친북 종북계열이 아닐까.
더구나 일부 야권 정치인과 지식인층마저 대북전단을 죄악인양 비난하는 것은 너무나 뜻밖이다. 북측의 협박 공갈이 두려워서인지 아니면 그들의 주장에 공감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탈북자들과 보수단체들의 충정을 무참히 짓밟는 행위가 아니냐고 지적하고 싶다.

폭력저지 뚫고 대북전단 100만장

지난달 25일 임진각 입구와 통일전망대에서 보수단체들이 10만장의 전단을 띄우려다 진보단체들의 폭력저지를 당했다. 그들은 트럭을 몰고 와 마스크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풍선을 칼로 찌르고 전단을 팽개쳐 북측이 원하는 저지행각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탈북단체들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김포로 이동하여 기어이 풍선 한 개를 북으로 띄워 날렸다. 그 뒤 지난 31일에는 심야에 포천에서 24개 풍선에 100만장의 전단을 실어 북으로 기습 살포했다. 이는 곧 북의 억지와 떼법에 굴복할 수 없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다.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북의 야만적인 통치행위에 신음하는 북쪽 동포들에게 자유의 희망을 전해주려는 충정 아니고 무엇인가.
물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의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북전단이 지나치게 과격한 내용을 담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북이 전단살포를 억지시키고자 무력으로 도발하여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태를 우려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전단내용에 시비가 될 요소를 자제토록 권고하는 일과 북의 무력도발에 대한 즉각적이고도 강력한 대응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북의 대남 삐라작전 위력 실감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전단의 의미와 효과를 너무나 깎아 내린다. 풍향 때문에 실제 북녘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느니 전단내용이 쓸데없이 북의 최고 존엄을 비하하여 남북대화 분위기만 망친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라고 믿을 수 없다. 전단이 북녘동포들에게 미친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들은 바 있다. 북측이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자유와 진실이 전단을 통해 확산되는 파장일 것이다.
6.25 전쟁 중 낙동강 전선의 공방전이 치열할 때 인민군 치하의 내륙지방 국민들은 암울하기 짝이 없었다. 곧 부산까지 밀고 내려가 남조선 해방이 멀지 않았다고 선전하기에 이젠 살 길이 없어졌노라고 절망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개울가에 떨어진 공중 삐라를 주워보고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아직도 인민군 패잔병과 지역출신 치안대가 따발총을 들고 다닐 때 삐라소식이 삽시간에 퍼져 희망에 부풀었고 실제 며칠 뒤 국군과 경찰이 진주하여 “이제 죽다가 살아났구나”라며 만세를 부른 것이 바로 삐라의 감동이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1960년대 초반, 강원도 철원군 금화읍 한탄강변 초소를 지키던 시절, 북의 대남 공중삐라 때문에 전 장병이 부들부들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북측은 서울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모조품을 만들어 1면에는 서울판을 그대로 복사해놓고 2면부터는 한글로 김일성을 찬양하고 남조선에는 거지 떼가 우글거린다는 허위기사로 가득 채워놓고 ‘지상천국’인 북으로 넘어오라는 내용을 실었다.
삐라의 위력은 병사들의 사기를 여지없이 꺾어 내렸다. 상급부대의 지시로 삐라를 수거, 소각하고 적의 악선전에 동요하지 말도록 여러 차례 안보교육을 실시했지만 당시 우리의 전력이 북측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씻기는 어려웠다. 그 뒤 국군의 월남전 참전으로 미국의 특별군원에 의한 장비개선과 콘크리트 진지 구축으로 전방의 사기는 어느 정도 확립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삐라의 위력은 핵폭발력이나 다름없다. 밤새 적군이 우리진지 내로 접근하지 않았느냐고 생각되니 얼마나 두려운가. 최근의 대북 삐라살포의 의미와 효과를 마구 깎아내리려는 집단의 내심을 의심하는 것이 이 때문인 것이다.

남남갈등을 남한 지배지분 작동

북측이 대북전단과 관련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온 수순에 대해서도 유감이 적지 않다. 그들이 ‘최고 존엄’에 관한 내용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것은 1인 독재체제의 특성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남북 고위급 회담과 전단살포 저지를 연계시킨 꼴은 용납할 수 없다.

북은 지난달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황병서 등 일행 3명을 사전 협조 없이 파견하여 ‘통큰 협상’이라고 선전했다. 제2차 고위급 회담을 남조선이 희망하는 날짜에 맞추라고 양보했지만 그 뒤 대북전단 살포를 핑계로 무산시켰다.
북측 2인자를 갑자기 파견한 것은 국가안보 정책상 중요한 의미가 있기에 사전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하루 전날 일방적으로 통고한 것은 김정은식 인천상륙작전이나 다름없었다.
그들 일행은 인천으로 대한민국 국무총리,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통일부장관 등을 불러 제2차 고위급 회담에 동의하는 모양을 갖추었다. 그러고는 대북전단 살포의 강력저지를 조건으로 제시했으니 나름대로 잔꾀를 구사한 셈이다.
보수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진보단체들이 움직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북측이 강력 요구하는 전단살포를 정부가 저지하지 않으면 남북대화가 깨지게 되고 그 책임은 우리정부가 져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에 따른 남남갈등이 바로 북측이 노린 효과가 아닐까.
북은 언제나 남측의 분열과 갈등을 이용하려 한다. 남측의 국론이 하나로 똘똘 뭉치는 것을 북측은 두려워한다. 분열과 갈등이 살아있는 한 남한 내부의 그들의 지배 지분이 작동하고 있다고 착각할 것이다.
지팡이를 짚고 절룩이는 모습으로 군부대를 시찰하는 김정은의 북측이 대북전단을 이유로 남북대화를 깨고 “전단살포 금지 없이는 어떤 대화도 있을 수 없다”고 협박하는 전술에 당당히 대처해야 할 이유가 너무나 충분하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4호 (2014년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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