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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칼럼]세모정국의 박근혜,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
  • 정재호 헌정회 원로회의 부의장
  • 승인 2015.01.0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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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정치논객 칼럼]

세모정국의 박근혜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

심기일전의 쇄신 결단을


글/ 鄭在虎 (정재호 헌정회 원로회의 부의장, 제8대국회비서실장, 9·10대의원, 전 경향신문 정치부장, 논설위원)

대통령 위상에 상처입힌 ‘문건파동’

2014년 세모 정국이 여울목에 걸려 가쁜 숨을 몰아쉰다. 나라의 근본이 자리하는 구중궁궐에서 기록문건이 줄줄이 새나간 사건이 불거졌다.
어처구니없는 변괴가 아닌가. 정치판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청와대의 신음소리도 예사롭지 않다. 대궐 안팎의 심리적 기상도는 민심에 미치는 휘발성이 예민하고도 강력한 법이다.
집권 2년차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야멸차게 싸늘해졌다. 본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일수록 포괄적 책임은 끝내 통치 권력의 몫으로 귀속된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가 증명한다.
세상사의 이치다.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현상일 수도 있겠다.

▲ 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으로 난감한 박근혜 대통령

국기문란의 찌라시 파동은 청와대 내부에서 터져 나온 사건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터이다. 비선 권력의 국정 개입 여부로 압축된 사건 본말은 어차피 밝혀질 것이다.
유출 문건의 내용과 그 전후과정만 놓고 따지자면 저잣거리 민초들의 속담 하나를 떠올리기 안성맞춤이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말이다. 세상 민심을 마구 들쑤셔놓은 사건의 알맹이가 이른바 찌라시 수준의 낭설 허언으로 채워진데 대한 허탈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언론의 경쟁적인 호들갑이 부채질한 탓도 있지만 센세이셔널리즘(sensationalism) 앞에 속수무책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한국 지식 사회의 무기력한 허상이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선정주의에 대한 항체(抗體)가 온전히 자리 잡지 못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도가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우리가 보다 중시하는 문제의식의 초점은 따로 있다.
몇 달 동안 청와대 안팎을 들락날락한 괴담(怪談)의 실체를 뻔히 알고도 제때 제대로 손쓰지 못한 대통령 참모진의 태만이다. 빠져나간 문건 100여장이 증권가 정보 장사꾼들 사이에 거래됐다. 대기업 직원에게까지 흘러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어안이 벙벙하여 말문이 막힐 노릇이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심판 최종변론에서 언급한 ‘제궤의혈’(堤潰蟻穴=작은 개미굴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찌라시 불똥이 대통령 위상에 심각한 상처를 입힌 꼴이 됐기 때문이다.

밖에서 거둔 성과 안에서 축내

‘비정상의 정상화’는 박대통령이 다잡고 있는 국정개혁을 총괄하는 핵심적인 명제다. 청와대의 보고시스템이 이 지경으로 망가졌다면 어떤 기능인들 제대로 작동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대통령의 눈·귀를 가리고 있다는 뼈아픈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후련한 책략을 듣고 싶다.

▲ 청와대

대통령은 무엇보다 먼저 청와대 기능의 ‘정상화’에 옷소매를 걷어 올려야 한다.
박대통령은 아마도 ‘소통’이라는 단어에 내심 신경질적으로 반응할지 모른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쓴 소리를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문건 파동을 계기로 대통령의 국정재단(裁斷)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꾀나 높다.
일련의 비판 발언에서 가장 두드러진 키워드는 역시 ‘소통’이다. 오죽하면 여당출신의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고언을 쏟아냈겠는가. 소통 부재는 포근한 사고의 유연성을 거부하는 냉각장치다.

인간 박근혜는 흉탄에 조실부모한 숙명적 비극을 끌어안고 각고의 홀로서기를 완성한 됨됨이다.
‘완벽주의자’로 투영된 대통령 박근혜의 정신적 좌표는 한 치 어긋남이 없는 ‘선공후사’(先公後私)다. 대통령 취임이후 피붙이 남매에게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한 비정의 ‘금족령’에서 보듯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어떤 형태의 부정이나 털끝만큼의 부패 따위와 손잡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믿음은 거의 국민적 확신으로 연결돼 있다. 정적(政敵)들도 동의하는 대목이다. 그의 성정은 반듯하다 못해 ‘정사각형’(正四角形)이란 우스갯소리도 있다. 지나칠 정도로 냉철한 자기관리 탓에 ‘얼음여왕’이라는 별명은 이미 낯설지 않다. 그의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스스로 소통의 길목을 좁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1952년생 용띠인 그는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늘 이겨왔지만 저녁노을이면 집무실을 벗어나는 직장인이다. 관저로 돌아가도 피로를 풀어줄 따뜻한 ‘체온’은 없다. 노심초사할 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벗도 만만찮다. 주위에 술친구가 즐비했던 전임 대통령들과는 숫제 처지가 다른 여성 리더십의 현실적 한계를 의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딱히 대한민국과 결혼한 여인이다. 일각에서는 ‘비선논란’, ‘측근의 권력암투’로 각색된 오늘의 부정적 현상의 발생소인(素因)을 대통령의 폐쇄적인 밀실(密室)주의에서 찾는다.
대선 승리 2주년을 맞은 청와대 분위기는 썰렁하다. 문건 파동의 여파가 걷히지 않는 탓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 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 에 대해 검찰의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리더십 단청(丹靑)의 골든타임

박 대통령의 올해는 액운의 해다. 연초 회견에서 ‘통일대박론’을 앞세워 산뜻하게 비상했지만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과 세월호 참사로 금쪽같은 집권 2년차의 절반을 빼앗겼다. 가까스로 고비를 넘겨 경제 살리기에 탄력이 붙은 시점에 찌라시 파동이 밀어닥친 형국이다.
‘일찍이 맞는 매는 보약’이라는 격언이 있다. 박근혜는 역대 정권이 표심에 밀려 의도적으로 기피해온 정책들을 펴들고 나섬으로써 승부사 기질을 과시했다.
공공혁신의 깃발이다. 공무원연금개혁은 함부로 손댈 수 없는 ‘뜨거운 감자’다. 혈혈단신의 박근혜 만이 도전할 수 있는 난공불락의 험준한 장정이다. 대통령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이다. 밖으로 눈을 돌린 박근혜의 국제적인 다자외교는 인상적인 성과를 올렸다.
밖에서 거둔 성공을 안에서 축내는 모양새다.
세모의 끝자락에 또 하나의 굵직한 사건이 소용돌이쳤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선고한 것이다. 한국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이다. 끊임없는 종북(從北)논란의 중심에 있던 통진당 해산은 이 나라 정치의 퇴행적 행태에 마침표를 찍을만한 하나의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동시에 합리적이고 건강한 진보정당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심리가 공존한다.
박근혜가 작심하고 밀어붙인 결과로 봐야 한다.
이제 박 대통령은 자신의 리더십 단청(丹靑)을 위한 골든타임을 맞고 있다.
‘농정지시’(農政知時=농사와 정치는 때를 알아야 한다) 그 사물의 이치를 깨쳐야 한다. 심기일전의 결단이 나와야 한다. 인사만사는 만사형통의 영원한 고전(古典)이 아니던가.
곧 새해 아침. 집권 3기를 맞는다. 건곤일척의 결단을 내릴 시간이다. 과감하게 털고 가야 한다.
대통령 박근혜는 자신과의 피 말리는 또 한고비의 ‘전쟁터’에 섰다. 국민의 뜨거운 시선에 눈높이를 맞춰야 하지 않겠는가.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5호 (2015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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