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외대 김교수, 11세때 성묫길 탈선

어느 대학교수의 고백
사과 두 개 훔친 이야기
경북외대 김교수, 11세때 성묫길 탈선
‘훌륭한 사람되라’ 평생교훈으로 간직

글/배흥직(裵興稷) 목사 (안동 거주)

안동에서 목회 활동하는 배흥직(裵興稷) 원로 목사께서 훔친 사과 이야기를 적어 보내왔다. 성경에도 사과 이야기가 나오고 역사와 전설 속에도 있지만 훔친 사과 때문에 인생이 180도 바뀐 전설 같은 실화를 소개한 내용으로 어느 대학교수의 이야기다. (편집자)

독이 든 사과를 먹은 이브 이야기

구약 창세기에 아담과 이브의 사과 이야기는 너무 유명하다. 뱀이 주는 사과를 먹은 이브에 관한 이야기란 이 세상 최초로 죄에 대한 인식을 인간에게 알려준 귀중한 교훈이다.
활을 잘 쏜 윌리엄 텔은 자기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활을 쏘아 넘어뜨렸다. 아이작 뉴튼은 머리 위에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의 실체를 알게 되는 과학지식을 인간에게 깨우쳐 줬다.
‘백설공주(白雪公主)와 일곱 난쟁이’ 동화(童話)는 백설공주가 마녀에게서 건네받은 독(毒)이 든 사과를 먹고 깊은 잠에 빠졌다.
이 같은 역사와 전설 속의 사과 이야기가 아닌 실화로서 사과 두 개를 훔쳤다가 인생항로를 바꾼 대학교수의 이야기가 있다.

11세때 성묫길에 사과 2개 훔쳐

경북 외국어대 김인환(金仁煥) 교수가 지금부터 55년 전에 겪은 고백담이다. 지금은 세월

▲경북 외국어대 김인환 교수

이 달라졌지만 대구는 전통적으로 사과가 유명한 고장이다. 이곳 출신인 김 교수가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열한 살이 됐을 때 늦은 가을, 형과 함께 선친의 묘소를 찾아 성묘(省墓)를 갔다.
버스를 타고 선산 가까이의 고향마을에 도착한 김 교수 형제가 정류장에서 묘소가 있는 지점까지 꽤 먼 길을 걷기로 했다. 가는 길옆에 큰 과수원(果樹園)이 있고 빨갛게 익은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바닥에는 무수한 낙과(落果)가 뒹굴고 있어 군침을 삼키게 했다.
주위를 살펴보니 과수원 주인이 없었다. 구약성서에서 이브가 그랬던 것처럼 도무지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겨우 열한 살 철부지였다. 저토록 흔해빠진 사과 가운데 한 두 개쯤은 죄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동생이 철조망을 훌쩍 뛰어 넘어 과수원으로 침입하자 형이 깜짝 놀라 “빨리 나오라”고 고함쳤지만 듣지 않았다. 동생은 순식간에 사과 두 개를 따서 양쪽 바지 주머니에 하나씩 넣고 아무 일 없었다는 식으로 과수원 울타리를 넘어왔다. 형제가 과수원 울타리를 벗어나고자 몇 발짝 뛰고 있을 때 노인 주인이 사나운 개를 앞세워 형제 앞으로 달려왔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너희가 친구의 두 아들이로구나

노인 주인께서 “사과밭에서 무슨 짓 했느냐”고 호통 쳤다. 동생이 “아무 짓도 하지 않았

습니다”라고 시치미를 뗐지만 노인께서는 미리 알고 “네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것이 뭣이냐”고 따졌다.
이를 지켜보던 형이 고개 숙여 대신 사과했다.
“제 동생이 어르신네 과수원에 들어가 사과를 훔쳤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오니 용서해주십시오”
이에 노인이 형제를 데리고 농장으로 가더니 도둑질한 죄 값으로 한 시간 동안 노동을 시켰다. 마당을 쓸고 떨어진 사과를 바구니에 주워 담는 일을 열심히 끝냈다. 그러자 주인 노인께서 “너희 형제 부친과는 초등학교에 같이 다닌 친한 친구사이였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친구의 두 아들임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날 선친의 묘소에 성묘 왔다는 말을 듣고는 “너의 부친이 세상을 떠난 지가 벌써 10년이 지났구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사과를 훔친 동생을 빤히 쳐다보며 “너는 어찌 너의 아버지를 쏙 빼내어 닮았느냐”면서 참으로 좋은 아버지였다고 일러주셨다. 이에 동생이 부끄러운 얼굴로 “형이 말렸는데도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머리를 조아리며 다시 사죄했다.

너의 어머니께 사과 한 자루 준비했다

한참 침묵하시던 노인 주인께서 “그래 처음으로 저지른 실수이니 더 이상 죄를 묻지 않겠다”고 하시면서 대문 곁에 놓여있는 긴 자루를 가리키며 “너의 어머니를 위해 사과 한 자루를 준비해 놨다”면서 돌아갈 때 꼭 가지고 가라고 당부하셨다.
노인 주인께서는 “너의 어머니가 고향을 떠나신 후에는 한 번도 뵙지 못했으니 꼭 안부를 전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형제를 앞세우고 사과자루를 몸소 짊어지고 버스 정류장까지 안내하셨다. 형제가 버스에 올라타자 노인께서는 “다음에 만날 때는 정직하고 훌륭한 청년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하여 형제는 눈시울을 적시며 귀가했다.
지금은 대학교수가 된 동생은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창피하여 고개를 들 수 없다”면서 “훔친 사과 두 개가 내 인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고 회고한다. 김 교수는 그로부터 “내 것이 아니면 결코 취할 수 없다”는 교훈을 신조로 삼아왔노라고 한다. 과수원 주인 노인어른의 당부말씀이 대학교수의 길을 안내했다는 이야기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5호 (2015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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