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예술 공연의 감동

한일친선 민간외교 송년
후쿠오카의 열기
한국전통예술 공연의 감동

글/ 최수권((사)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수필가)

지난 12월 2일 오후 2시, 일본 큐슈지역의 중심 도시인 후쿠오카의 번화가인 텐진에 위치한 아카로쓰 공연장에는 삼삼오오의 시민들이 모여 들었다.
11월 29일 서일본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오려 들거나 후쿠오카현 거류민단 혹은 후쿠오카 교육원에서 배포한 공연안내 팸플릿을 든 시민들은 한국전통예술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이 공연은 전남 장흥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도한일문화친선모임”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개최하는 행사였다. 후쿠오카의 시민단체와 연대한 행사장의 앞에는 현지의 시민단체 대표들이 팸플릿을 배부하고 자리를 안내하는 등 즐거운 표정으로 봉사하고 있었다.

▲ 공항에 영접을 나온 후쿠오카의 시민단체 대표들과 함께...

후쿠오카 번화가서 한국전통예술 공연

공연장은 원형으로 객석이 배치되어 있었고 최대 300여명이 입장 가능한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었다. 이 공연장은 후쿠오카의 시민단체 대표들이 섭외한 곳으로 무대와 객석의 공간을 가깝게 배치하여 공연의 사실감을 근접하여 공유하자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었다.
오후 2시부터 시작 예정인 공연장은 30분 이전에 이미 만석이 되었고 늦게 찾아온 후쿠오카의 시민들은 입석이라도 좋으니 공연을 관람하겠다고 하여 400여명이 입장 하게 되었고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만원이었다.
한국 측의 시민단체로 이 행사를 주관한 남도한일문화친선모임의 김석중 대표의 인사는 간결하고 의미 있었다.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의 사회, 경제, 문화의 융성에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하는 가장 가까운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사회적인 갈등과 오해로 인한 많은 걸림돌을 안고 있다.
따라서 보다 긍정적이고 소망스러운 미래의 한일 관계를 조성하기 위한 차원에서 민간단체들이 주축이 되고 연대하여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서 양국 간의 시민들이 연대한다면 그 결실이 충실할 것이다. 오늘의 한국전통예술공연은 후쿠오카 시민단체들이 현지의 모든 것을 준비한 의미 있는 공연이다. 부디 한국의 수준 높은 전통예술을 향유하고 양국 간의 친선을 배가 하는 행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어서 일본 시민단체의 대표 이시카리 시게루 의 인사와 한국주후쿠오카총영사관 박진웅 총영사의 축사 재일민단후쿠오카현본부 오정부 단장의 축사가 있은 다음에 공연이 시작되었다.

▲ 후쿠오카에서 ‘ 남도한일문화친선모임’ 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개최한 행사 공연 모습.

아흔다섯 선회장의 조국관 감동

환상적인 의상과 율동으로 첫 무대를 장식한 화관무는 400여명의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 했다. 원형 무대를 열기로 가득 채운 사물놀이 한국의 전통 무용인 입춤의 단아하고 정적인 춤사위, 부채춤, 국악가요, 판굿과 소고춤의 조화로운 협연이 관객들의 호흡을 정지 시키는 듯 환호와 갈채로 채워졌다.
1시간 30분의 공연은 그야말로 환희의 시간이었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으로 판굿과 소고무는 무대와 객석을 넘나드는 계속 공연으로 이어졌고 아쉬운 마지막 인사를 하였다.
공연 후에는 무대와 공연장 입구에서 공연단과 시민들이 함께 하는 기념사진 셀프 시간이 오래도록 계속 되었다.
열기는 그뿐이 아니었다. 후쿠오카의 시민들, 고령의 교포들이 간식과 음료수를 수십여 박스 가져다주며 성원하였고 재일교포 기업인 선상물산의 선호채 회장(큐슈지역에서 유일한 교포1세로 95세)은 즉석에서 방문단 전원을 초청하여 환영 간담회를 하겠다고 제안하였다.
그 간담회에서 선호채 회장은 참으로 가슴 울리는 말씀을 하였다.
“내가 아흔다섯 살인데 아직은 건강 합니다”로 시작하여 지금 운영하는 사업이 연간 1천억엔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규모로, 귀화를 하게 되면 사업상 여러 가지로 편의가 있을 수도 있으나 자랑스러운 우리 국적은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손자도 그런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금 재일교민들의 사정이 어렵습니다. 3세 4세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데 갈수록 조국관이 희박해지고 일본화 되어 가고 있어요. 민단의 의미 있는 행사에도 젊은 3세 4세들은 관심이 없어요. 이런 사정인데 여러분들이 이렇게 멋진 공연으로 한국의 전통 예술을 보여주고 우리의 우월한 문화로 일본인들을 매료시키니 얼마나 자랑스럽고 감동적인지,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래서 부탁이 있습니다. 매년 광복절 행사를 민단에서 개최합니다. 후쿠오카현 내에 대략 2만여명 정도의 교포가 살고 있어요. 그 교포들이 광복절 행사는 어김없이 크게 하는데 많을 때는 1천명 정도 참여 합니다. 물론 각 지부에서도 광복절 행사를 하니까 아마 수천명의 교포들이 광복절 행사를 하면서 조국관을 상기하고 다짐합니다.
그래서 내년 광복절에 여러분들이 다시 한번 전통 예술 공연을 해준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고령임에도 정정하고 더불어 확실한 조국관을 갖고 있는 교포1세 어른의 간곡한 당부는 방문단 모두를 가슴 먹먹하게 하였다.

▲ 한일 시민단체 친선교류업무협약(MOU) 체결

한일 시민단체 교류업무협약(MOU) 체결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어서 12월 1일 후쿠오카에 도착하여 공연장의 음향 조명 좌석배치 등의 준비를 한 직후에는 이번 행사를 같이 준비한 후쿠오카의 시민단체와 친선교류업무협약 체결이 있었다.
특히 의미가 있었던 것은 후쿠오카에서 활동하는 20여 시민단체들이 이번 행사를 계기로 협의체를 구성 하였다는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문학·음악·연극·전통예술), 사회, 환경, 여성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단체들이 협의체를 구성 하고 공동 대표로 이시카리 시게루(다자이후시의회 의원)와 송정만(교포3세)을 선출하였고 방문단의 현지 준비는 공동 대표와 임원들이 솔선하여 많은 준비를 해주었다.
대표단은 공항에서부터 영접하여 일정을 챙겨 주었고 보다 능률적이고 지속적인 교류를 위해서 “한일시민단체교류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12월 2일 오후 5시, 투숙 호텔의 연회장에서 진행된 교류업무협약 체결은 인사와 축사 그리고 서명 교환 기념사진 촬영 간담회 순으로 시종 화기 애애 하였다.
양국의 시민단체는 향후 양국 간의 문화·축제, 청소년 등의 상호 교류와 친선의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민간외교에 의한 대한민국 국격 제고

국제간의 교류는 국가와 국가 간의 관례와 국제법에 따른 통상적인 교류가 있다.
이러한 관계를 외교라고 통칭하고 국가는 외교의 법률에 따라 통상적인 국가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어느 한편에서는 민간 차원의 외교 활동이 보다 풍성한 결과를 거둘 수도 있다.
그래서 세계의 국가들은 민간 차원의 외교 활동을 통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나라이면서도 정치 사회적으로 갈등과 오해의 문제들을 안고 있는 일본과의 민간외교는 실로 필요한 과제일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2014년을 마무리 하는 시기에 민간단체인 “남도한일문화친선교류모임”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일본의 후쿠오카시에서 개최한 한국전통예술의 공연과 MOU 체결은 큰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일본의 큐슈 지역은 한국의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백제문화의 근원지이며 통상이 활발한 곳이다. 이 지역의 중심 도시인 후쿠오카시를 근간으로 하는 민간외교의 성공적인 개최는 양국 간의 우호 증진과 한국 남도와 일본 큐슈의 교류에 큰 기여를 하는 계기로 인식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매년 시민단체의 민간외교를 지원하여 지구촌의 곳곳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남도한일문화친선교류모임의 후쿠오카 행사는 큰 울림으로 민간외교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5호 (2015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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