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박에의 실마리

글/ 전성자 (한국소비자교육원장)

1. 변화와 길을 읽어내기

날, 달, 해가 바뀐다. 사람이 정해서 바꿔나가는 세월의 운영임을 알면서도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바뀜을 맞는다. 우린 지금까지는 그래도 잘 살아 냈다 싶다. 또 내일을 가늠해보는 것은 산 자의 당연한 행동이다. 점심을 먹었으면, 저녁 궁리를 해야 하듯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궁리를 해야 한다.
이런 바뀜의 때에는 계획과 각오와 방법을 달리 하리라고 맘먹는다. 지금처럼 변화가 요란하고 앞이 우울한 때에는 앞날의 새롭고 큰 일용할 양식을 고대한다. 좀 더 나아 질 수 있게 하는 구체적인 그 무엇을 찾아야 한다.
시대와 사람은 변화한다. 변화를 사람이 이끈다고 하는 이도 있고 시대가 사람을 바꾼다고도 한다. 함께 라고도 한다. 변화의 방향과 폭은 예측이 어렵고, 터무니없이 크고 죽 끓듯 한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비책은 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복잡한 시스템 속을 헤쳐 나가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잘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창조적인 사람은 우연처럼 자기를 스쳐가는 접촉(터치-touch)에서 미래의 변화를 감지한다. 이런 변화 감지는 어떤 때는 깜깜한 밤에 번개처럼 깜박 깨침(조명)이 올 때도 있겠지만, 경험과 지능과 탐구의 발전 프로세스를 거쳐 깨침에 이르기도 한다. 개선과 응용, 조합과 융합 등 다양한 관계를 파악해 낸다. 이런 과정을 잘 해 나가면 발명 또는 발견 같은 창안에 이른다.
떨어지는 사과라는 터치를 접한 사람은 수 없이 많았겠지만, 뉴턴만이 자신의 경험과 탐구에 의해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창안해)냈다. 대부분의 창안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딸아이로부터 엄마에게 밀려든 터치에서 바비 인형을 디자인해 낸 창안 스토리를 정리해 보면 우리가 찾고자 하는 새로운(new) 대박(big thing)의 발상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도 있을 성 싶어 넘겨다보고자 한다.

2. 엄마 루스 핸들러와 바비 인형의 발상

바비 인형은 세계적인 뜨거운 상품이다. 바비 인형과 그 의상과 신변용품을 파는 바비 상점은 어디나 핫 스폿트다. 세계에서 바비 인형의 브랜드 가치는 미키 마우스나, 코카콜라보다 앞선다. 어떻게 29센티 미터짜리 합성수지 조형물이 역사상 가장 성공한 큰 대박이 되었을까? 그것은 사장 루스 핸들러에게 찾아 온 가벼운 터치를 미래가치로 환산해 낸 능력과 그리고 창안에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길 찾기(내비게이션)를 잘 해 낸 결과이다.
사실 인형은 가장 오래된 장난감으로 추정된다. BC 2~3천 년 전 것으로 짐작되는 채색된 목각 인형이 이집트 무덤에서 발굴되기도 했고 바빌로니아 설화 가운데 나오는 인형이 출토되기도 했다. 19세기에는 말하고 걷고 눈을 움직이는 동작 인형도 나타났으며 전통적으로 인형은 성인의 축소였는데, 1829년경 프랑스에서 아기인형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아이들은 아기 인형을 선호했다. 아기얼굴에 통통한 몸매와 평평한 가슴, 통통한 다리에 유아복을 입은 형태였다.
그러나 루스가 파악한 딸들의 인형 취향은 아기인형엔 관심이 적고, 종이인형에 변화를 주어가며 친구 아이들과 이야기를 지어내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을 알아낸다. 기존의 인형과는 달리 종이 인형은 역할에 따라 재깍재깍 옷을 갈아입힐 수 있는 것들이었다. 더구나 아이들이 선호하는 것은 아이 인형이 아니라 성인 모습임을 읽어 낸다.
그는 여자 아이들이 이런 놀이로 미래의 성인 여성으로서의 자기 꿈을 투영해 낸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여자 아이들이 가변성 인형과 실물 같은 옷을 가지고 역할 놀이도 할 수 있고 미래 모습도 펼쳐 볼 수 있게 해 주자는 탁월한 발상에 도달한다. 다른 탁월한 CEO들처럼 루스 핸들러도 늘 신제품 개발에 골몰해 있었던 터라 이 점은 미래 기획의 좋은 힌트가 되었다.

3. 골몰해 있는 자에게 찾아오는 기회

기회는 골몰해 있는 자에게 열리는 것이다. 수년 동안 루스가 머릿속에 궁리하던 형상이 신제품 바비 인형의 피겨로 태어 난 것이다. 탐색 끝에 그린 그림은 순진하고 어린이 용모가 아니라 성숙하고 섹시한 캐릭터의 인형이었다. 시장에 나와 있던 인형이나 고정 관념의 인형과는 다른 별난 “다름”을 만들고 소비자까지 바꿔낸 것이다.
첫째는, 자세를 바꿀 수 있는 가변인형의 착안이다. 안거나 데리고 잘 수 있는 정적 인형이 아니라 여러 역할을 바꿔가며 데리고 놀 수 있는 인형을 만든 것이다.
둘째는, 마네킹 인형에의 착안이다. 자그마한 플라스틱 피겨지만 다양한 옷을 바꿔 입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볼 수 있는 패션 인형이다. 다양성 있고 상호교통이 가능한 인형 의상과 신변용품 조합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셋째는, 여자 아이의 로망인 성장(盛裝)한 성숙한 미인 이미지로 연결시켜주는 성인 캐릭터를 탄생시켜 낸 것이다. 어린이들이 환상의 날개를 펼 수 있는 완전한 체격의 여성 용모를 뽑아 낸 것이다.
넷째는, 인간이 감추고 싶어 하면서도 본능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성적 매력을 끌어 들인다. 한때 선정성을 들어 비난도 받았고 유통업체의 판매 거부를 당하기도 했었지만, 후일엔 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완전히 걷혀졌다.
다섯째는, 다양한 상품 영역을 넓힌다. 바비 친구 인형들과 다양한 디자인의 의상과 신변용품들을 상호 조합하면서 변화를 만들어 환상 장면을 연출해 내는 구색상품 프로그램을 만들어 준 것이다. 바비는 간호사, 파일럿, 우주비행사, 수의사 등 80개 이상의 직업군의 인형이 출시 됐다. 어린 소녀들에게 자기만의 상상의 이야기를 말 할 소재를 풍부하게 제공해 준 것이다.
마텔 사가 바비를 출시할 때 시장에 인형 상품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종래의 인형과는 다른 패러다임을 바꿔친 인형을 상품화해 낸 것이다.
마침내, 바비는 연간 15억 달러를 넘는 매출을 올리기 까지 자랐고 세계 150국 이상의 나라에서 판매되기에 이른 것이다.

4. 신상품과 새 패러다임의 창조

지금까지 루스 핸들러를 소개 한 것은 그의 혁신업적이 최상급의 모본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입체파의 선봉 피카소,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랑크 게리, 인쇄술 발명가 구텐베르크 등등 인류 역사상 창조적 업적을 이룬 거장들 가운데 한 분으로 존경받는다. 양의 동서나 시대의 고금을 초월하는 패러다임 바꾸기를 성취해 낸 인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시대를 바꾼 창조 업적도 스마트 시대에 들어서면서는 흔들리고 있다는 조짐이 보인다. 변화는 무쌍하다. 지금 딸들은 선명한 컴퓨터와 미디어를 통해 입체감 있고 실감나는 패션쇼 놀이를 하고 있다. 무진장한 의상과 다수의 바비 친구들 다양한 신변용품들을 조합하며 스토리를 생산하며 논다. 인류 최대의 창안으로 여겨지던 바비 인형도 이젠 아날로그적 놀이에서 디지털적 도약을 하고 있다. 스마트 시대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패러다임 바꾸기 착안과 소비 취향 파악에서부터 시장까지의 내비게이션의 흐름은 변함없지 싶다. 주어 담는 그릇은 달라져 스마트 시대가 열렸다 하더라도, 대박 창안의 실마리는 따로 잊지 않을 것이다 싶어서다.
<스마트 월드>는 코리아의 프라이드다. 세계최고의 연결망 사회를 완성하고 스마트 시대를 열어 논 것은 성장 한국의 표상이다. 이런 멋진 사회 인프라를 이룩하게 된 데는 젊고 훈련된 한국의 ICT 신인류가 이 사회 시스템에 영감을 불어 넣었고, 그 사회 일부를 창조해 낸 업적인 것이다.
세계 최첨단의 스마트 인프라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한국인들, 이제는 세미한 터치라도 민감하게 받아들여 제1의 상품과 새 패러다임을 점령해 나가는 길 찾기에 몰입해야하지 싶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5호 (2015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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