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개미족과 거미족

글/성귀옥(시인·자유기고가)

교회에서 바자회가 있었다.
젊은이들이 좋아 할 디자인의 옷들이 많이 진열 되어 있어 들여다보고 있으니 한때 이웃이었던 집사님이 반색을 하며 “며느님 보셨으니 선물을 드린다”며 몇 벌을 챙겨주려고 한다. 극구 사양을 하니 옷을 기증한 사람이 본인의 딸이라고 한다.
생각해 보니 십년 전 쯤 대학을 졸업하는 딸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던 생각이 났다. 당시 의상학과를 졸업하며 취업을 하지 않고 옷을 만들어 팔겠다고 하는 딸 때문에 속상해 하더니 결국 동네 재래시장 귀퉁이에 조그만 가게를 얻었다던 기억이 있었다. 그 당시 대학에서 공부하고 취업대열에 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안쓰럽게 생각했던 기억에 안부를 물어보았다.
활짝 핀 얼굴로 딸이 운영하는 홈페이지가 있으니 한번 검색을 해 보라고 하며 친구들과 3명이 동업을 하는데 하루에 주문량이 대충 얼마고, 그동안 사무실도 마련했고 각자 오피스텔도 구입했다고 한다. 본인들이 만든 옷을 직접 입고 홈페이지에 올릴 사진 찍으러 해외여행도 다니면서 놀이처럼 즐기며 사업을 한다고 한다. 필요한 장신구들도 취미삼아 제작 의뢰해서 판매한다고 한다.
집에 와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정말 멋지게 사는 젊은 여성들이 부러워 보였다.
한편으로 같은 의상학과를 나와 대기업 의류업체에 들어갔다가 진이 빠질 정도의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고 직장일이 너무 힘들어 전공과 다른 보육교사 자격증 시험을 거쳐 어린이 집 보육교사로 진로를 바꾼 다른 한 여성이 떠올랐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때이니 80년대 말 쯤 되었을 때이다.
초등학교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사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가 고민이었다. 컴퓨터로 게임만 하면 어쩌나, 학교 교과과정에도 없는데...
그래도 앞으로 컴퓨터가 대세라는데 일찍 접하게 해야 된다 등으로 의견이 분분 할 때 어느 곳에서 컴퓨터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강사 분 이야기가 컴퓨터 속에 또 하나의 세계가 펼쳐 질 것이고 새로운 부가 인터넷 속에서 창출 될 것이다. 앞으로는 개미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거미처럼 살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당시로서는 거미처럼~ 이라는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이해도 가지 않지만 그런가 하며 듣고 컴퓨터를 들여 놓았었다.
그리고 4반세기가 지난 지금에서야 그 강의의 내용을 실감하고 있다.
컴퓨터를 지나 스마트 폰으로, 이제는 IT기술에 접목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재벌 2세도 아니지만 컴퓨터를 이용해서 조 대의 자산가가 된 네이버, 카톡...운영자들, 유 튜브를 할용 하여 세계적 가수 반열에 오른 싸이... 요즘 세상을 살다보면 그들은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마법의 담요를 타고 쌩~날아가는 느낌이다.
인터넷 망 속의 거미 족! 그들은 컴퓨터 속으로 들어가서 사람들의 삶의 패턴을 바꾸며 승승장구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앞으로 사라질 것의 하나로 은행을 꼽을 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연봉 반 토막도 좋다’며 금융맨들이 짐 싸서 핀테크로 이동한다는 기사를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도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우리는 어려서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를 읽으며 자랐다.
성실하게 땀 흘려 일한 개미는 추운 겨울 안락하게 지내고 여름 내 노래만 부르고 놀던 배짱이는 개미네 집으로 구걸을 오는 내용이다.
그런데 요즘 보니 인터넷을 타고 예능이라는 이름으로 배짱이들도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부모세대는 배워 온 대로 개미처럼 열심히 살아서 성취의 삶을 누릴 수 있었기에 자녀들도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 안정된 봉급쟁이로 성실하게 살아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땀 흘리며 쉬지 않고 일해도 살기 힘들어진 개미 족들의 수난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아주 고액이 아니면 평범한 봉급쟁이로서는 그달 그달 겨우 먹고 살아가지 집 장만도 쉽지가 않고 고령화시대에 노후준비 또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옛날의 명예와 부가 함께 따르던 직업들도 이제는 봉급쟁이의 개미 족에서 벗어 날 수 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사회에서 비교적 안정되게 봉급생활을 할 수 있는 공무원 군인 공기업...에서 뇌물 수수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부를 거머쥔 거미 족들과 성공한 배짱이들의 부는 이제 사회 양극화의 갭을 메울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되어 가고 있다.
중산층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아무리 열심히 성실히 살아가도 개미가 거미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이 시대 국가의 계층 간 조절이 더욱 절실해지는 이유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7호 (2015년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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