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역경· 비난속 21년 열정결집의 성과

세계 최고의 소형 원자로
대한민국 토종 SMART
온갖 역경· 비난속 21년 열정결집의 성과


글/김시환 (사)글로벌원자력전략연구소 소장·이사장, 한양대학교 특임교수, 대덕원자력포럼 회장

“SMART” 원자로,
사우디 수출 소식을 접하며…

지난 3월 3일 미래부와 사우디의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 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 대통령궁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김종경)이 개발한 소형원자로 SMART를 수출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감격적인 행사가 있었다. 우리가 개발한 토종 SMART수출소식을 접한 필자는 만감이 교차했고 감개무량하였다. 필자가 한국원자력연구소(KAERI)에 재직할 때 이루지 못한 SMART표준설계인가 획득과 해외수출을 이룩한 후배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SMART원자로는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100%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우리 고유의 원자로이다. 그 우수성을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아 국내 건설된 적이 없음에도 사우디에 기술수출을 하게 되었다. SMART원자로의 성공적인 데뷔는 원전 수출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다시 한번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1993년 중소형 원자로(지금의 SMART)사업을 기획하고, 온갖 역경과 비난 속에서도 열정을 다 바쳐 SMART를 개발하여 수출하기까지 2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숱한 시행착오와 시련도 겪었고, 개발책임자도 여러 번 바뀌었다. 그 중에서도 SMART 개발에 가장 큰 문제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원구개발 재원확보였다. 그러나 열악한 연구환경 속에서도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는 자세를 과감히 탈피하여 새로운 원자로개발에 대한 KAERI 연구원들의 도전 정신과 열정이 우리 고유의 SMART개발과 수출의 원동력이 되었다. 오늘날의 이 같은 결실은 무엇보다도 묵묵히 뚝심 있게 SMART개발을 추진해 온 김긍구 박사를 비롯한 KAERI 후배 연구원들의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SMART 원자로의 태동

필자는 1980년에 미국 RPI대학교에서 원자력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CE사(현재 Westinghouse 로 합병)에 근무하다 1984년 7월에 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KAERI에서 7년 동안 경수로핵연료설계 국산화사업 책임자로서 경수로핵연료국산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1990년 2월 17일에 첫 국산 핵연료를 고리 2호기에 장전함으로써 경수로 핵연료국산화 사업과 기술자립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였다.
1990년 3월 당시 KAERI사업본부장 정문규 박사와 함께 Westinghouse를 방문하여 핵연료개발사업 협력 협의와 AP600 개발현황을 청취하였다. 그리고 4월에 Westinghouse 전문가들을 KAERI로 초청하여 APWR1000과 AP600 개발현황에 대한 세미나를 가졌다. 그 당시 우리연구소에서는 김병구 박사를 중심으로 CE로부터 기술을 전수 받아 영광 3/4호기 원자로설계사업을 수행하면서 원자로계통(Nuclear Steam Supply System) 기술자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KAERI가 Westinghouse 사와 원자로에 대한 협력을 추진하면 CE와의 공동설계수행과 기술전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신형원자로 개발에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필자는 1991년 9월에 KAERI의 신형원자로.핵연료개발 본부장으로 부임하였다. 부임 후 즉시 개량형원자로(Evolutionary PWR)개발에서 혁신형원자로(Revolutionary PWR)개발로 방향을 전환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하여 신형안전로개발부 (부장 문갑석 박사)를 설립하고 신형안전로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였다. 신형안전로 개발타당성 조사연구사업을 과학기술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1990년에 연구를 착수하였다. 또한 1991년 9월부터 과학기술처로부터 한국형 신형안전로개발 과제를 수주 받아 개발을 착수하였다. 이 과제를 통하여 당시에 미국에서 개발 중이었던 AP600, System80+, 등 원자력선진국들의 신형원자로 개발동향과 설계개념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한국형표준원전에 대한 기술자립을 이루고 난후에 우리 기술로 개발할 차세대원자로의 원자로형으로서 CE사의 System80+와 같은 개량형 경수로를 개발할 것인지 아니면 Westinghouse에서 개발 중인 AP600과 같은 혁신개념의 원자로를 개발할 것인지를 검토하게 되었다.
1992년 6월에 차세대경수로 개발사업이 정부의 G7과제로 추진하기로 결정 되었다. 그러나 차세대원자로형으로 개량형 PWR(이후에 APR1400으로 명명)이 결정되었으며 한전이 사업주관기관이 되었다. 또한 원자력연구개발 중장기 계획이 원자력위원회에서 의결되어 많은 연구개발을 수행하게 되었으나, 정부주도 과제에는 경수로개발에 관한 과제는 하나도 포함되지 못하였다. 이로써 KAERI에서 주관하는 경수로 관련 개발과제는 전무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다.

1993년 해수담수화용 일체형원자로 개념 설정

물 부족은 세계적인 문제이다. 지구표면은 70%가 물로 덮여있으나 그 중 바닷물은 약

▲ 두산중공업의 세계 최대 담수생산 증발기 <사진=두산중공업>

97.5%, 담수는 약 2.5%이다. 지구상 담수는 빙하 및 만년설 68.9%, 지하수 29.9%, 토양 및 대기 중의 수분 0.9%, 하천, 호수와 저수지 물 0.3%로 구성되어 있어 대부분이 바닷물이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지구전체의 0.0075%뿐이다. 유엔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3분의 1 가량이 심각한 물 부족 상태에 처해있으며 한국도 유엔이 분류한 물 부족 국가이다.
1989년부터 중동, 북아프리카 등 물 부족국가들의 요청에 따라 IAEA는 원자력을 이용해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려는 국제공동연구를 진행해 왔다. 필자는 1991년부터 IAEA의 원자력해수담수화 국제공동연구 자문위원으로 활약을 하였으며, 1997년에 IAEA의 초대 국제원자력해수담수화 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하여 2001년까지 해수담수화용 중소형원자로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당시에 두산중공업(주)은 물이 부족한 중동지역에 화력에너지를 이용한 세계 최대용량의 해수담수플랜트를 수출하여 운영 중이었다. 1993년 필자는 두산중공업(주)이 수출한 3개의 화력담수플랜트 사진과 해수담수화용 중소형원자로 개발 계획서를 가지고 당시 경제기획원 과학기술 예산담당 국장에게 원자력에너지를 이용한 해수담수화용 중소형원자로개발 필요성을 역설하고 예산지원을 요청하였다. 이후에 KAERI 신재인 소장도 경제기획원 복도에서 무려 2시간 이상 대기하며 담당국장을 만나 설득하여 1993년에 해수담수화용 원자로의 개념개발(과제책임자 문갑석 박사)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게 되었다. 비록 과제기간이 1년이고 예산도 적었으나 국내 중소형원자로개발의 효시가 되었다.
해수담수용 중소형원자로 개발을 추진하기 위하여 전문가 6명 (원자로계통 설계전문가 이두정 박사, 원자로심설계 전문가 김긍구 박사, 핵연료 구조설계 전문가 김종인 박사, 안유체계통설계 전문가 윤주현 박사, 기기설계 전문가 김용환 박사, 김지호 박사)으로 신형원자로개발팀을 구성하였다. 정말 각 분야의 출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드림팀이었다. 이들은 SMART개발의 주역으로 각 분야별 개발책임자가 되어 SMART개발에 크게 기여하였다. 지금은 이중에서 김긍구 박사만 홀로 남아 SMART수출 역군으로 남은 열정을 태우고 있다. 신형로연구개발팀에서는 1994년 8월에 일체형원자로 개념을 해수담수화용 원자로형으로 결정하였다. ‘일체형’ 이란 원자로, 펌프,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주요 기기들을 한 개의 원자로용기 속에 배치하여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설계개념이다. 또한 소 용량의 기기를 여러 개 결합하여 한 개의 대용량 기기를 대신하는 방식인 모듈화를 채택함으로써 건설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
해수담수화용 원자로 개발목적은 인구10만인 도시에 전기와 식수를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원자로의 열출력을 330 MWt로 결정하고 열출력의 90%를 전기 생산에 사용하여 전기 9만kWe를 생산하고, 나머지 10%를 해수담수화에 활용하여 하루 4만톤의 담수를 생산 할 수 있게 개발 목표를 설정하였다. 당시에 개발한 소형 일체형 원자로의 설계 개념이 현재 SMART 원자로 개발의 기반이 되었다. 중소형 일체형원자로는 대형원전과 보완관계에서 개발된 상품으로 지리적으로 또 재정적으로 대형원전 건설이 부적절

▲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한 국가, 인구분산에 따른 송배전 전송망 구축비용이 과다한 국가, 물 부족 국가 등을 대상으로 수출용으로 개발을 시작하였다.

일체형원자로개발사업 원자력중장기개발과제로 선정

해수담수화용 중소형원자로 개발사업은 1년간 한시적인 정부 출연사업으로 수행되고 있었으나, 새로운 일체형원자로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연구개발재원 확보가 필요하였다. 따라서 본 사업을 원자력연구개발 중장기 계획에 포함시키도록 많은 노력을 하였다. 서울대 이은철 교수, 박군철 교수와 KAIST 장순흥 교수의 도움으로 일체형 경수로개발과제를 원자력중장기사업의 원자력 중장기계획에 편입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일체형원자로개발을 위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때에 다행히 1995년에 대우그룹에서 많은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받아 KAERI연구팀은 고유안전로 개념을 개발할 수 있었다. 당시 대우그룹의 윤영석총괄회장, 이봉희 사장, 정근모 과기처 장관과 신재인 소장이 도와주어 대우그룹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지면을 통하여 이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대우 재원으로 21세기 무역물동량의 급증에 대비하여 초대형 고속 컨테이너선의 추진에 활용할 수 있는 고유안전로의 개념설계를 수행하였다. 고유안전로는 열출력 300MWt 급으로서 원자로 2기를 탑재하고 플랜트 전체의 효율을 21%로 가정했을 때 8,000TEU, 30노트급의 초대형컨테이너선(길이 355m, 폭 50 m)의 추진에 소요되는 126,000kW의 축 동력을 생산할 수 있는 용량이다.

러시아와 일체형원자로 기술협력 길을 열다

필자는 1991년에 한국과 러시아와의 핵연료기술협력추진 대표단장으로 KAERI 연구원들과 함께 소련의 쿠르차토프 연구소 등을 방문하였다. 당시 러시아는 체제변화로 인하여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으므로 한국과의 협력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우리 대표단은 러시아 연구소의 많은 신형원자로개발, 핵연료개발에 관련된 많은 원자력시설들을 둘러 볼 수 있었다. 특히 여러 종류의 신형원자로를 살펴 볼 수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혁신개념을 가지는 소형 일체형원자로가 필자의 가장 주요한 관심사항이었다. 러시아 방문은 필자가 귀국 후에 혁신개념을 가지는 중소형 일체형원자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동기가 되었다.
1990년대 초에 러시아는 KLT-40, SBVR-100, VPBER600, 등 중소형원자로 개발에 앞장서 가고 있었다. 그리고 구 소련과는 다르게 러시아는 서방세계에 원자로에 관한 기술협력을 구하고 있었다. 당시 우리는 러시아와 중형원자로개발과 소형원자로개발에 대한 개념연구를 공동으로 하기를 원했으나 재원이 충분하지 못하였다. 필자는 국내 중소형원자로개발에 러시아와의 협력을 위하여 문갑석 박사, 이두정 박사와 함께 RDIPE 원자력연구소 소장인 아다모프 박사와 협상을 하였으나, 용역비 문제, 지적소유권 문제 등으로 난항에 난항을 거듭하였다. 다행히 우리의 요구조건을 모두 협약서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합의 되었다. 이 공동연구협약서에는 기술전수는 없고 설계개념연구 결과물은 KAERI 소유로 명기하였다. 1995년 9월에 신재인 KAERI 소장이 공동개발협약서에 서명함으로써 공동연구개발을 착수하게 되었다. 이어서 모스코바 RDIPE에 KAERI 설계사무소를 개소하여 1995년 12월 초대 소장으로 김긍구 박사를 파견하였다. 우리 연구팀은 모스코바의 그 춥고 기나긴 겨울을 이기고 2개의 일체형원자로 즉 중형원자로와 소형원자로에 대한 개념설정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물들이 추후 개발된 SMART원자로 설계 개념설정에 기본적인 토대가 되었다.

일체형원자로를 “SMART” 원자로로 명명

1994년 7월부터 1997년 7월까지 원자력연구개발 중장기사업의 일환으로 신형원자로 기술개발과제(과제책임자: 배윤영 박사, 장문희 박사)를 수행하였다. 이미 설정된 일체형 원자로 설계개념(열출력 330MWt, 전기 9만kWe, 물생산 일산 4만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해수담수화용 일체형원자로에 대한 신형원자로 핵심기술파악, 소형일체형원자로 개념연구 등 기술개발을 수행하였다. 본 과제에서는 개량형 경수로 개발사업인 한전주관의 차세대 원자로 개발사업과 분리하여 일체형원자로의 요소기술개발을 중점적으로 연구하였다. 개발된 많은 요소기술들은 SMART 원자로의 개념설계에 적용되었다.
상기 신형원자로 기술개발과제에서 도출된 설계개념을 바탕으로 1997년 7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열출력 330MWt급의 소형 가압 경수형 원자로(과제책임자: 장문희 박사)에 대한 개념설계를 완료하고, 2002년 3월에 기본설계를 완료하였다. 이 기간 중에 신형원자로의 이름을 SMART (System - Integrated Advanced Reactor)라고 명명하였다. 주요 연구내용으로서는 330MWt SMART NSSS 기본설계개발, 해수담수계통 개념설정, NSSS와 담수계통간의 설계최적화, 설계/해석기술개발, 예비경제성평가 등이었다.

SMART원자로 국내 실증을 위한 방안을 기획

SMART 원자로는 1997년부터 5년간 306억원의 정부지원을 받아 기본개념설계를 마쳤다. 우리 고유의 모델인 SMART는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안전성도 높아 IAEA로부터 해수담수용 중소형원자로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통념적으로 SMART 원자로의 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실증로가 건설되어야 수출 대상국에 신뢰를 줄 수 있다. SMART기술검증과 건설에는 막대한 개발비가 소요되므로 SMART 원자로 개발에 큰 위기가 다가 왔다.
정부와 원자력계에서는 SMART원자로의 기본설계 완료이후에 SMART원자로의 개발방향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하기 위하여 중소형원자로 사업기획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원자력학회(회장 강창순 교수)가 주관하여 SMART원자로 설계 및 기술 검토, 제작성 및 건설성 검토, 안전성 및 인허가성 검토, 경제성분석을 통하여 SMART 개발타당성 검토와 향후 SMART 개발사업 추진방안 및 체제 수립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SMART-330MWt를 건설하여 기술실증을 하는 것은 부지확보, 건설비용, 운영측면에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막대한 건설비를 전부 정부재원으로 충당할 수 없으므로 민간재원을 70%이상 확보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그렇지 못하면 사업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SMART원자로의 기술검증을 위하여 원래 규모를 5분의 1로 축소한 SMART Pilot Plant (SMART-P: 열출력 65MWt)의 건설/운영을 통하여 SMART상용로(330MWt)의 기술을 실증하고 해외수출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수립하여 정부에 제출하였다.

일체형원자로 SMART-P 건설사업 추진

과학기술부는 원자력학회의 기획보고서에서 제안된 대로 SMART-P개발사업을 위해 “일체형원자로연구개발사업단(SMART사업단)을 설치하였다. 필자는 2002년 5월 24일에 사업단장으로 선임되었다. 7월에 과기부와 협약을 추진하여 본격적인 SMART-P건설사업을 착수하였다. SMART-P건설사업은 1단계와 2단계로 나누어 추진하기로 하였다. 1단계에서는 SMART-P 건설부지를 확보하여 건설허가를 획득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2단계에서는 SMART-P를 건설/운영하는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었다. 본 사업을 통해 일체형 원자로의 설계·건설 및 규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원자력 이용의 다변화와 해외수출 기반을 확보하여 중소형 원자로 및 원자력 해수담수기술의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SMART사업단은 SMART-P 건설을 위한 부지확보를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하였다. 16개 부지 현장 답사 및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지선정위원회를 개최하여 SMART 건설 예비 부지로서 한국원자력연구소 내의 1.5만평을 선정하였다. SMART 사업단은 2005년 6월에 SMART 연구로 건설/운영허가 신청서류를 과학기술부에 제출함으로써 본격적인 인허가 심사가 시작되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와 총 12회의 분야별 인허가회의를 개최하였고 1,000개 이상의 질의서를 KINS 로부터 받아 보충/보완자료를 제출하였다.
안타깝게도 2단계 SMART건설을 수행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여 KINS에 제출하여 심사 중이었던 SMART-P 건설운영허가 신청서를 철회하고 2006년 2월에 사업을 마감하게 되었다. 이 지면을 빌려 본 사업에 참여한 KAERI, 두산중공업(주), 삼창(주), 한국전력기술(주)의 연구원들과 관계자들에게 감사말씀을 드린다. 또한 강창순 운영위원장, 각 분야에서 업무를 맡아 헌신적으로 수고하여 준 지성균, 윤순철, 박창환, 손창호, 조종철 PM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SMART-P 사업추진 과정에서 많은 논란들을 해결하며 동고동락한 박필한 사무국장, 노병철 사업관리부장, 이두정 기술관리부장과 이해찬, 황종근, 김중한, 염영희 사무국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

세계 최초 일체형원자로 표준설계인가 획득

SMART-P 건설사업 중단이후에 이를 재 추진하기 위한 노력이 여러 방면으로 전개되었다. 한전 주도로 기술실증 및 상용화 방안을 재평가, 그 결과에 따라 기술실증 후 수출산업화로 개발방향을 변경하여 SMART용량을 660MWt로 변경하였으나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어 사업이 중단되었다. 이 사업이 중단됨에 따라 정부의 대형 국가연구개발 실용화 사업으로 SMART를 추진코자 SMART실용화 추진단이 구성되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주관으로 SMART실용화사업 예비 타당성연구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사회 편익측면에서 사업추진의 타당성이 있으며 기업의 사업성 측면에서 기업의 수익성이 있다는 결론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KDI 주관으로 SMART 사업예비 타당성 조사 연구를 수행한 결과는 SMART 원자로의 시장수요는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상용화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하여 사업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필자는 원자력연구개발에 경제성을 너무 강조하면 창조적인 새로운 기술 개발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15년 이상 KAERI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 오던 SMART사업이 물거품이 될지 모르는 위기에 처했던 2008년 초 KAERI경영진은 SMART표준설계인가(SDA) 획득을 추진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기존의 대형원전시장과 차별화 된 중소형원자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하여, 정부는 제256차 원자력위원회(2009. 3. 30)에서 2011년까지 SMART 기술검증 및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도록 하는 결정을 하였다.
원자력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330MWt급 수출 주도형 SMART의 기술검증 및 표준설계 인가획득 사업을 착수하였다. 본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SMART개발본부장에 김학노 박사, PM에 김긍구 박사, 표준설계부장에 최순 박사와 기술검증부장에 이원재 박사가 임명되었다. SMART표준설계 수행에 소용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펼친 결과 13개 기업으로 컨소시움(KEPCO, KHNP, KEPCO E&C, KEPCO NF, 포스코, 포스코건설, 포스코 ICT, 포스코 엔지니어링, STX 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포뉴텍, 일진에너지)을 구성하고 2년간에 걸쳐 총 100억원을 유치하였다. KAERI는 참여기업과 공동으로 SMART기술검증을 수행하고 SMART원자로에 대한 표준설계인가를 2012년 7월 4일에 획득하였다. 이로써 SMART표준설계인가를 기반으로 하여 해외진출 기반확보를 하게 되었다.

SMART 추가 안전성향상 연구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해외 선진국들에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으므로 원전의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SMR(Small Modular Reactor) 신설계 개념 도입과 기술검증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SMR 설계 중에서 일체형 PWR (integral PWR) SMR은 경수형 원자로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혁신 설계 원자로 중에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당시 개발 중인 PWR 형 SMR 중에서 B&W mPower, Westinghouse SMR, NuScale Power Module, CNEA CAREM, OKBM KLT-40S 등 소형 SMR(Small Modular Reactor)를 경쟁적으로 개발을 하고 있다.
또 다시 SMART 사업추진에 위기가 다가왔다. 국내 원자력계에서는 SMART 원자로의 SDA 취득 후에 SMART 원자로의 사업추진 방향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KAERI에서는 국내 실증원자로를 건설한 후에 SMART 수출사업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한전을 중심으로 미국의 SMR의 설계개념에 비하여 SMART 안전계통의 일부 설계개념이 뒤진다고 많은 혹평을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SMART 원자로의 건설비와 운영비도 큰 논란의 대상이었다. 외국에서 제시하는 SMR은 그야 말로 Paper Plant로서 설계개념을 그림만 그린 것으로 SDA를 받은 SMART원자로와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1980년대에 경수로핵연료국산화 사업수행 과정에서도 국산핵연료의 경제성 문제로 곤혹을 치룬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개발초기의 소형원자로의 건설비를 대형 상용로와 어떻게 비교 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이러한 논쟁을 해결하기 위한 중재자의 입장에서 여러 회의를 주재 하였다. 많은 토의 결과 SDA를 획득한 SMART 설계 개념에 완전피동안전계통 개발/검증, 중대사고 대처 설계 도입 등을 보완하여 안전성을 향상한 후에 국내 건설과 수출을 병행하도록 결정하였다.

인도네시아 해수담수플랜트 건설 타당성연구

필자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4년간 IAEA의 사무총장 자문위원회인 국제원자력해수담수화 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원자력에너지를 이용한 해수담수화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그 당시에 과학기술부의 조청원 박사가 비엔나의 주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의 과학관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고 또 전풍일 박사가 IAEA 원자력발전국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조청원 과학관, 전풍일 국장과 필자는 의기투합하여 IAEA의 중소형원자로 개발사업을 통하여 SMART 원자로의 우수성을 세계무대에 널리 알리고자 개도국을 대상으로 SMART를 이용한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 타당성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그 결과로 KAERI는 SMART 원자로의 수출을 위하여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인도네시아의 마두라섬에 SMART원자로를 건설하기 위한 타당성연구를 인도네시아 BATAN연구소, IAEA와 공동으로 수행하였다. 본 공동연구에서는 마두라섬의 원자력해수담수플랜트 건설계획을 수립하고, SMART 해수담수플랜트에 대한 기술성과 안전성평가, SMART해수담수플랜트에 대한 경제성평가를 수행하였다. 본 국제공동연구의 결과로 마두라섬에 전기와 물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한 SMART 해수담수플랜트 건설이 타당성있음을 입증 할 수 있었다.

UAE SMART해수담수플랜트 건설 타당성연구

2004년 5월 초순에 갑자기 조청원 과기부 원자력국장이 전화하여 한국을 방문중인 UAE의 부총리겸 외무부장관인 Hamdan이 우리가 개발 중인 SMART 해수담수플랜트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였다고 했다. 사실은 그 전날에 Hamda 외무부장관이 방한하여 반기문 외무부장과 윤영석 대우그룹 총괄회장으로부터 SMART에 대한 설명을 듣고 우리대표단을 UAE에 초청하였다. SMART사업단은 과기부, 두산, KOPEC 관계자들과 함께 발표자료를 준비했다. 필자는 2004년 5월 23일 UAE의 아부다비에서 외무부장관, 경제부장관, ADWAE(Abu Dhabi Water and Electricity Authority) 사장과 카타르의 전력회장에게 SMART 해수담수화플랜트개발현황과 상호협력방안을 설명하였다. 이 회의 후속 조치로서 2004년 9월 11일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수전력청(ADWEA)은 우리 정부와 8기의 SMART해수담수화플랜트 건설타당성 공동연구를 위한 정부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다. 12월 11일 UAE에서 장인순 KAERI 소장이 ADEWA와 SMART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타당성 연구수행에 관한 협정서에 서명하였다.
ADWEA는 KAERI에 SMART해수담수플랜트 2기 건설 타당성연구에 필요한 기본 설계요건을 제공하였는데, 첫 SMART해수담수플랜트의 상업운전일: 2015년, 전기용량: 2x83MWe, 해수담수플랜트의 용량: 일산 2x77,000m3, 등을 포함하고 있다. MOU에 따라서 KAERI에서 ADWAE의 전문가들에게 원자력기초, 원자력발전원리, SMART해수담수플랜트설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 공동연구에서는 Abu Dhabi의 건설요건을 기반으로 SMART해수담수플랜트 건설의 기술적인 검토, 경제성과 안전성을 연구하여 2008월 2월에 성공적으로 완료하였다. 공동연구를 통하여 UAE전문가들은 SMART해수담수플랜트 설계기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원자력발전기술을 잘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본 타당성연구가 우리나라가 UAE에 APR1400을 수출한데 일조를 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사우디 SMART기술수출로 추가 원전수출 기대

SMART 원전이 사우디에서 성공적으로 건설 운영되면 세계 최초의 상용 일체형원전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게 되어 세계 중소형원자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국가위상을 제고시키고, 국가 성장 동력의 창출이 기대된다. 카자흐스탄, 몽골, 말레이시아, 필리핀, 리투아니아, 나이지리아, 칠레, 인도네시아 등 개도국에서 전력생산, 해수담수화, 지역난방에 활용 가능한 SMART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중소형원자로의 시장규모는 보수적으로 평가하여도 2015~2030년까지 최소한 70기 이상으로 평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극복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사우디에서 SMART 원전 건설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많은 고견과 적극적인 성원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필자는 이번 사우디에 대한 우리 고유의 SMART 기술수출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 기술을 획기적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SMART기술을 선진국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원자력발전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의 분위기를 전환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88호 (2015년 4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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