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의과대학만…

왜 의과대학만…
의대정원 늘려야죠
귀농·귀촌시대 지역의사 양성필요

글/성귀옥(시인·자유기고가)

대학을 졸업하고도 좁아진 취업문을 뚫지 못해 대학에서 공부한 전공을 살릴 곳이 없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며 지내는 젊은이들이 많다.
지금 시대는 어느 분야건 대학 졸업생들로 넘쳐나서 그냥 대학만 나왔다면 교양학문 수료한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젊은이들은 대학을 다니면서도 방학이면 비싼 학원비를 지불하며 갖가지 자격증에 도전을 한다.
법대를 다녀도 사법고시나 법학대학원 준비를 하느라 공부 속에 파묻혀 지내고 상대를 다니며 회계사 공부를 하고 각 전공마다 건축사, 기술사, 조리사... 갖가지 자격증을 따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자격증들이 그들에게 전문적인 자리로 취업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각 분야별 자격증 소지자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대학 나와 식당업 창업도 경쟁

정부에서는 대학을 나오고 마땅히 일 할 곳 없는 젊은이들에게 도전 운운하며 청년창업을 유도하고 있지만 말이 쉽지 세상에 발을 내딛는 초년생들이 붙잡을 만한 것들이 어디에 무엇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젊은 은퇴자들이 전공을 요구하지 않아 만만하게 도전해 보던 식당업에 젊은이들도 대거 도전하고 있다.
‘청년장사꾼’이라는 글씨로 포장한 조그만 자동차가 개발예정지인 허름한 뒷골목을 누비고 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그들은 작은 식당이라도 창업하려면 보증금, 인테리어 만만치 않으니 싼 곳 찾아 골목골목, 재래시장 등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소자본 창업으로 작은 식당도 넘쳐날 것 같은데 대기업에서는 몫 좋은 곳에 쾌적한 시설로 대형식당을 서로 경쟁하듯 열고 있다.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딴 젊은이들이 차린 자그마한 커피집이 열 개도 넘는 거리에 세련된 실내장식의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매장이 들어오니 나머지 커피 집들은 빈 가게만 지키고 있는 걸 보며 대기업이 대형식당업을 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동네 상권을 위해 대형슈퍼, 빵집 등을 규제한 것과 같은 문제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럴 것이란 생각도 하며...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외국으로 눈을 돌려보라고 독려하고 있다.
뚜렷한 경험도 부족하고 국내에서 자그마한 창업에도 자본이 안 되는 젊은이들이 외국으로 나갈 꿈인들 꿀 수 있을까? 아마 몸으로 두뇌로 인정받을 고급인력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IT업계에서도 외국에서 공부하고 들어와 앱 개발에 매달리며 고생하는 젊은이를 가까이에서 보고 있기에 대통령의 말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린다.

왜 의과대학만은 입학정원 철옹성

이처럼 대학에서 공부하는 모든 분야가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유일하게 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요를 못 따라 가면서도 입학정원을 늘리지 않고 자신들의 희소성을 철옹성처럼 지키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의과대학이다.
그러기에 의대는 지방에 있어도 서울에서 내려 간 수능1등급 학생들로 채워진다.
의대라면 지방유학도 마다않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성적 군 인재들이 그처럼 의사를 선호하는 것은 물론 의술에 사명을 갖은 학생도 있겠지만 사회통념상 고액연봉의 취업보장, 평생직장 또한 매력적인 이유라고 본다.
일자리를 못 찾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의사 취업률은 100%에 가깝다.
학계의 판단이나 국제적인 통계 (OECD Health Data에 의하면 200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우리나라는 1.7명으로 터키(1.5명) 다음으로 작으며 OECD 평균 3.1명의 절반수준이고, 의사 부족으로 해마다 해외로부터 많은 의사를 수입하는 미국의 2.4명보다도 약 40%나 적다. 또한 2005년 기준 우리나라의 의사당 진찰건수는 7,274건으로 미국 1,593건에 비해서는 약 4.6배, 스웨덴 824건에 비해서는 약 8.8배나 많다)로는 우리나라의 의사인력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의대 입학정원을 2000년 의학 분업 파동이후 2004년부터 2009년 까지 오히려 10%를 감축했다.
고령화와 의료기술의 발달, 소득 증가 등으로 의료 수요는 계속 증가해 앞으로 의사 부족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서울소재의 대형병원은 의사 1인당 환자수가 너무 많아 의사는 과로에 시달리고 환자는 대기시간은 길고 진료시간은 짧아 충분한 진료를 못 받고 의료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지방 병원, 중소병원에서는 의사 구하기에 허덕이는 실정임에도 의사협회에서는 의사정원을 더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 의사협회 협회장이 선거에서 내건 핵심공약 중에는 ‘의대 입학 정원 축소’가 포함되어 있었으니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의료 사각지대 두고 정원동결 고집

의사양성은 국민건강과 밀접한 관계이다.
서울 대형병원을 가보면 수술을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과 밀려드는 일반 환자로 넘쳐나고 대도시만 조금 벗어나도 의료 사각지대가 많아 외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평상시에 의료혜택을 받기도 어렵고 위급한 상황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의사는 전국 곳곳에 있어야 하고 의학계에서 비인기 분야라는 외과, 산부인과의도 고루 양성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 입시제도로는 의학공부는 최고의 인재들에게만 공부할 기회가 주어지고 학비 또한 만만치가 않다.
학업성적 최상위에 속해서 의대에 가고 긴 시간과 비싼 학비 투자해서 힘든 의학공부를 하는 의사들에게 비인기 분야를 공부해라, 외진 지역에 개업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고령화와 의사부족 사태를 먼저 겪은 일본에서는 40년 전 이미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자치의과 대학을 세워 우수고교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졸업 후 일정기간 고향근무를 의무화 하게 했다.
지금은 다른 의대들도 정원의 일부를 이런 방식으로 뽑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의대생을 선발하는 방법으로 지역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의료 활동을 하겠다는 학생들을 따로 선별하여 경쟁하도록 하고 그 지역에서 장학금을 지원하여 주도록 하여서 지역의사를 양성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의사가 꼭 돈을 잘 버는 직종이어야만 하는가의 문제에서 벗어나면 외진 지역에 살며 고향을 지키고자 하는 지원자도 있을 법하다.
의대 입학정원에 관해 교육부 대학 정책과에 문의 해보면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분야 인력 수급전망에 기초해 지역별 증원규모를 결정하나 간호, 물리치료 등 타 보건‧의료 계열과는 달리 의사 양성과정의 정원에 대해서는 ’98년 이후 감축 및 동결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답변만 하고 있다.
지금은 2015년이다.
환경이 많이 변했다.
모든 분야가 글로벌화 되어가는 시대에 의료분야도 세계를 향해 의료한류를 위해 뛰려면 더 많은 의사를 적극적으로 키워내야 한다.
현 시점, 그리고 앞으로 의사가 더 부족해질 것이라 분석에도 ’98년의 의대 입학정원의 감축 및 동결방침이 과연 옳은지,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 정부 측의 고민 없는 이런 답변이 과연 시대에 맞는지 생각 해 볼 일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1호 (2015년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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