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위험한 기업위기관리


글 /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카투사(KATUSA, Korean Augmentation To the United States Army)는 ‘미8군에 증강된 한국군 육군 요원’이다. 쉽게 말해 주한 미 8군의 각 부대에서 미군들과 함께 생활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한국육군 소속의 요원이다. 이 카투사 이름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꿀잼’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한국 공휴일과 미국 공휴일 모두 쉰다는 것이다. ‘미군에 증강된 한국군’이란 모호한 정체성은 이밖에도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린다. 미군에서 어려운 일에 봉착하면 “나는 한국군이다”라고 강변하고, 외출 중 한국군 헌병을 만나게 되면 ‘미군에 증강된’을 강조한다. 이와 같이 두 나라에 얽혀진 직업군, 예컨대 대사관,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경우 이와 같은 ‘꿀잼’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롯데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과 한국을 넘나들며 일군 세계적인 기업이다. 롯데의 이미지는 그 어느 기업보다 아름답게 각인되어 있다. 일본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 롯데호텔, 롯데월드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훌륭한 애국자로 알려진 신격호 총괄회장 이미지 덕분에 롯데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었다. 한·일 양국에서 롯데만큼 국민적 사랑을 받는 기업도 없을 것이다.

롯데의 예기치 않은 ‘왕자의 난’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롯데의 위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소비자들은 롯데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롯데 순환출자를 조사하라고 연일 성토하고 있다. 올해 말에 있을 2개 롯데면세점 재허가 여부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기업위기관리적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런 것들은 당연히 악재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진정으로 위험한 롯데의 기업위기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롯데가 한·일 양국에 걸쳐 누리던 ‘꿀잼’이 노출된 것이다. 롯데의 숨겨진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2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일본 이름이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重光 昭夫·시게미츠 아키오)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기업위기 사례와 비교해보자. 소위 ‘땅콩회항’으로 촉발된 대한항공 위기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구치소에 영어의 몸이 되는 비운을 맞았다. 수많은 누리꾼들이 대한항공 불매운동을 벌였지만 대한항공 주가는 건재하기만 했다. 대한항공 불매운동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댓글을 다는 누리꾼들이 주된 소비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의 경우는 확연히 다르다. 롯데는 제과, 푸드, 칠성음료 등의 식품과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유통을 주력 계열사를 두고 있어 反롯데 불매운동은 치명적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롯데의 위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몇 가지 기업위기관리 변수로 전망해 보자.

1. 평소에 잘했는가?

본게임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롯데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이해당사자들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언론도 우호세력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롯데는 국내고용 1위 기업이다. 직접고용 12만명에 달하고, 협력업체 간접고용까지 합하면 35만명에 이르는 거대기업이다. 이들 35만명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 떡밥이 많은가?

기업위기를 논할 때 “이야깃거리가 많은가?”가 중요한 요소이다. 출발은 ‘왕자의 난’이라는 막장드라마로 시작했다. 드라마에서 흥미 진지한 ‘출생의 비밀’, ‘세기의 혈투’, ‘주가하락’, ‘법정투쟁’, 등 수많은 요소들이 지뢰처럼 넓게 퍼져있다. 롯데 이야기가 “내년까지 이어진다”에 한 표를 던진다.

3. 팬덤이 있는가?

위기에 빠졌을 때 최후의 순간까지 지원하는 세력의 여부가 위기관리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롯데 자이언츠 야구팬들은 안타깝게도 등을 돌린 지 오래이다. 롯데는 전사적으로 우호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99%가 롯데를 비판하더라도 롯데를 끝까지 지지하는 1%를 만들어내야 한다. 온라인평판관리에서의 일방적인 몰매는 결국 국민정서법으로 이어져 비극을 만들어 낸다.

위의 간단한 기업위기관리의 바로미터로 봤을 때 롯데는 전무후무한 기업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카투사로 복무한다는 것이 ‘꿀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병을 달 때 쯤 되면 한국군이 낫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결국 미군부대는 우리 것이 아닌 남의 나라 군대이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에서 유학할 때 친하게 지냈던 재일교포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가 늘 하던 푸념이 있었다. “나는 일본에서는 한국인, 한국에서는 일본인 취급을 당한다!” 이렇듯 모호한 정체성이 가져오는 ‘꿀잼’이 ‘노잼’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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