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경제동인회, ‘부정부패 필터’ 역할

[제언]

이익단체 아닌 공익단체
제6의 경제단체 필요
바른경제동인회, ‘부정부패 필터’ 역할


글/ 김동수 (사)바른경제동인회 이사장

기업경영을 하면서 경영에 관련하여 무엇인가 개선하기 위해 정부기관에 건의하고 요구하려면 기업들이 집단적으로 해야만 반응을 얻을 수 있다. 그 사안이 업계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 줄 필요가 있기 때문 일 것이다. 제안하는 내용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해도 정부의 시책이나 정책에 반영되게 하려면 담당 공무원들을 오랫동안 설득하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 담당자들이 쉽게 하는 말이 “현행법대로 하세요!” 일 것이다. 그러나 법령만으로는 세상의 잡다한 일이 모두 담아지지 않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법은 이미 일어난 일들을 법원의 재판을 통해 우리에게 미래 예측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러나 ‘법대로’란 실제상황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큰 틀일뿐 이어서 추상적일 수 있다. 법대로만 해야 한다면 사실 공무원이 지금처럼 많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 경제풍월 창간 16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바른경제동인회 박종규 회장. <사진=경제풍월DB>

하여, 기업들은 관계법령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정책을 고쳐나가도록 정부 담당부처 책임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협회와 연합회의 형태로 기업과 기업인 단체를 만들었다.

이익단체 아닌 공익단체가 필요할 때

대기업들이 모여서 “전경련”을 만들었고 무역회사들이 모여서 “무역협회”를 만들었다. 상인들이 모여서 상공회의소를 만들고 중소기업인들이 모여서 “중소기업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렇게 단체들을 만들어서 정부접근이 쉬워지자 업계를 위한 여러 제안과 의견의 전달과 담당부처의 정책 반영이 쉽게 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 다섯 단체가 모두 회원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라는 점이다. 이제 “공인단체”로서의 기업인들의 모임이 하나쯤 필요할 때가 되었다.
우리 사회가 다양하게 발전해 나가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시 되면서, 기업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되지는 않더라도 기업환경을 정화시키고 향상시켜 결국 기업의 지속적인 생존을 가능하게 해 주는 일거리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모두 시간이 걸리고 지금 당장 자신의 기업에게 이익이 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과거 우리나라에서도 흔했고 아직도 저개발국가에서는 심각한 문제인 부정한 뒷돈을 주고받는 거래 같은 것이다. 뒷돈을 주더라도 내 물건을 더 팔 수 있으면 나한테야 이익이 될 것이다. 그러나 뒷돈 주기와 같은 불공정하고 부정의 한 행위가 상거래에서 만연한다면 결국 그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도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예로써, 지금까지 이익단체 성격을 가진 기존 경제단체들은 대선 때에“정치자금 주지 않기” 나 일반 상거래에서 “뒷돈 주지 않기” 같은 일을 진심으로 주장한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정치자금 헌납을 보험처럼 여기면서 묵시적으로 당연하게 여기고 뒷돈을 주고받았는지도 모른다.
“세상 다 그런 거 아니냐. 한두 번 해 본 일이 아니다.” 이렇게 말한다.
이런 일은 선거관련 사회단체나 선거관계 관공서에서 강력하게 주장을 하겠지만 당사자인 기업들이 크게 반성하고 지금 당장은 손해가 되더라도 바른경제의 정신으로 삼가하고 개선해 나가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고칠 수가 없는 것이다.

▲ 바른경제동인회 창립 21주년 기념행사 사진(2014년). <사진제공= 바른경제동인회>

지속생존, 성장위한 자기수정 운동

어느 한 나라가 더 나은 국가로 지속적인 발전을 해 나가려면 그 상승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정화필터”가 있다고 한다. 그 필터를 거치면서 불순물을 걸러내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데 실패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각종 산업의 발전이라는 단계를 거쳐서 국민소득 $20,000 ~30,000에 달한 나라는 다음 단계로 거쳐야 하는 “부정부패 필터”를 거쳐야 한다고 한다. “부정부패 필터”를 거치고 나면 정부와 기업이 투명해지고 바르게 운영된다.
즉, 불투명하고 어두운 곳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는 뇌물, 탈세, 불공정, 편파 같은 것을 제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불투명하다면 외국 투자자들은 우리나라에 투자를 꺼려 할 것이고 일반 기업이 불투명하다면 투자자들과 직원들은 불만과 불신에 싸이게 될 것이다. 입찰이나 채용 같은 선택 행위가 어두운 곳에서 정의롭지 못하게 뒷돈이나 연줄로 결정된다면 실력과 저력을 갖춘 기업과 인재들이 억울하게 고배를 마시게 될 것이다.
그런 나라에서는 신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어 놓아도 성공을 시킬 수가 없다. 기업인의 친인척 같은 혈연, 어느 지역 사람이냐 같은 지연, 어느 학교 출신이냐 하는 학연으로 거래 상대가 결정된다면 젊은이들은 창업을 해도 자립해서 성공할 기회가 없으므로 대기업 취직이나 자격증에 쏠리게 된다. 외국 투자자는 불투명한 그런 나라의 기업에 투자 할 리가 없으며 외국의 우수한 두뇌들도 그 나라에 와서 역량을 발휘하려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경제가 계속해서 발전할 리가 없다.
미국에서도 100년을 넘어 존재하는 대기업은 GE밖에 없다고 한다. 30년 전, 우리나라의 30대 대기업 명단을 보면 기업으로서 30년 살아남는다는 것조차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과학이 진리를 향해 끊임없는 자기수정행위로 발전하듯이, 경영과 경제도 지속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자기수정행위를 계속하여야 한다.
요는 이익추구를 지상목표로 하는 기업이 끊임없이 옳은 방향으로 나가도록 자기 수정을 해서 단기적으로 자기에게 어려움을 주는 선택이나 활동을 해 낼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큰 동력인 이익추구가 도를 넘어서 자본주의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거들어야 한다.

바른경제동인회에 주어진 제6단체 역할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서 이익단체가 아니면서 기업환경을 깨끗하게 만들고 공정하고 정의롭게 만들기 위한 경제인 단체가 필요하게 되었다.
20여 년 전 사단법인 바른경제동인회는 바로 이런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 단체는 맨 처음 활동으로‘뒷돈 주지 않기’ 운동을 벌였다. 창립자 박종규 회장은 당시 리베이트가 당연시 되던 선박업을 경영하면서 뒷돈 안주기 경영을 선포해 버린다.
또한 기업의 지출을 투명하게 유도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써서 기록을 남기면 세액 공제를 해주는 새 제도를 추진하였다. 당시 일반 상거래에서는 매출자료 노출을 두려워해서 신용카드 사용을 꺼려할 때였다. 일반거래에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사실 많은 상거래가 투명하게 되며 탈세를 못하게 된다. 소비자에게 신용카드 사용택스 인센티브를 주더라도 정부로서는 세수를 늘일 수 있는 좋은 안이었다. 그러나 이 안이 정부에서 받아들여지기 까지 6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이익단체”가 아니기에 바른경제 사회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동인회의 회원 수가 크게 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22년을 이어 온 것만 해도 대단하다. 자기 기업에 직접 이익이 되지 않으니까 이 단체에 굳이 가입하려는 개인 기업인이 아직 많지 않은 것 때문이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아 동인회 같은 단체는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직접적 이익이나 친분 등으로 지속되지는 않는 것 같다. 철학과 소신이 같은 분들이 깊게 참여하고 활동한다.
요즈음도 신문과 방송을 보면 우리사회에 아직도 척결해야 할 부정부패가 많이 남아있다. 우리보다 앞서 잘 나가던 몇 개 국가가 이 필터에 걸려서 계속 전진하지 못하고 좌절한 것은 우리가 알고 있다. 우리가 이제 이 필터만 잘 통과하면 마지막 필터인 “나눔과 공존의 필터”만 남는다.
이제 바른경제동인회의 비전과 철학을 뼈대로 하는 제6의 경제단체가 나와야 할 때가 왔다. 동인회에 한 때 국내 최대 재벌기업이 회원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분이 퇴임하면서 후임으로 오신 분은 동인회에서 탈퇴를 요구했다. 별로 자기들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사회경제적인 운동은 대기업, 중소기업 구별 없이 깨끗하고 공정한 경제환경을 만들어내겠다는 취지에 동의하는 기업이면 누구나 가입해서 같이 노력해야 한다. 대기업은 특히 자기 이익만 찾아서는 안 된다.
빠른 시간 내에 새로운 경제 제6의 단체에 관한 관련법령지원을 확보하여 선하고 애국적인 기업인들의 좋은 아이디어와 제언이 정부정책과 방향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때가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3호 (2015년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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