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전KT회장, 1심 무죄 파장

횡령·배임죄 기소남발
기업가정신 위축우려
이석채 전KT회장, 1심 무죄 파장
‘입법권력’남용, 검찰 무리한 기소

▲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석채 전 KT회장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형법상 횡령 배임죄 규정이 애매모호하여 필요이상으로 재벌 오너와 CEO들에게 올가미를 씌우는 기소가 남발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24일, 서울중앙지법이 이석채 전 KT 회장의 횡령 배임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하여 고위 관료출신 CEO를 악덕(惡德)으로 꾸며내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게 됐다.

경영판단 처벌시 기업가정신 위축

이석채 전 KT 회장은 정통 경제 관료로 정통부장관을 지낸 후 민영화된 KT 경영을 맡았다가 정권교체 후 횡령 11.7억원, 배임 103억 5천만원의 중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배임죄 혐의 3건을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지능형 교통통제시장 진출을 위한 이나루티앤티 주식 5만주 인수자금 14억 5천만원 투자는 적법으로 무죄, 온라인 교육사업 OIC 랭귀지 비주얼 유상증자 참여 57억원 적법투자로 무죄, 사이버 MBA 31.9억원은 투자심사 적법으로 무죄였다.
또 횡령부문 11.6억원은 임원들에게 역할급으로 줬다가 되돌려 받았지만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적이 없으므로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760회에 걸친 용도가 직원 격려비와 경조사비로 국회의원, 정치인, 공직자, 기업인 등 광범위한 KT 고객, 주주, 규제권자 등에게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을 기소하기 위해 KT 본사와 임원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이 전 회장을 여러 차례 소환하여 중대혐의가 언론에 크게 보도됐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투자손실 등에 대해 기업경영에는 늘 위험이 따라 예측이 빗나가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이를 처벌할 경우 기업가정신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분을 인수하거나 M&A시 회계법인의 평가나 KT 내부의 검토과정 등도 적법했었다고 판단했다.

경영판단원칙 배제, 과잉입법 비판

이번 판결과 관련하여 경제계에서는 검찰이 배임죄의 처벌기준을 확대 적용하여 투자의욕을 저해하고 기업인의 사기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하고 독일의 사례와 같이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해 주도록 요청했다.
전경련은 지난 2013년 기준, 검찰이 기소한 형법상 일반범죄의 무죄율이 1.7%인데 비해 배임·횡령죄의 무죄율은 5.4%, 특가법상 배임·횡령부문 무죄율은 11%로 비교된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자유경제원은 형법상 배임죄 규정이 손해발생 위험이 있어도 처벌하고 미수범마저 처벌하는 것은 지나친 형벌규정으로 ‘과잉입법’에 의한 ‘과잉 범죄화’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동안 경제단체에서는 배임죄에 관한 개선안을 몇 차례나 건의한 바 있었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이 발의한 형법 개정안에 경제계의 건의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 의원은 형법 355조의 현 규정을 고쳐 단순한 경영상의 과실은 배임죄에서 제외시키고 고의성 있는 배임행위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요지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판례에 비춰 봐도 최근 대법원이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배임혐의에 대한 특가법 적용이 무리라고 파기환송했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경우도 파기환송심에서 배임혐의가 대폭 줄어들어 집행유예로 석방된 바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투명경영과 공정한 시장경쟁 질서확립이라는 최근의 재벌개혁 분위기를 감안한 듯 배임죄 규정은 현행대로 존속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앞으로 논쟁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초선의원 ‘반시장성’ 특징

경제계 입장에서 보면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공약 이후 재벌개혁 법안들이 무더기로 반기업적 성격으로 발의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상법,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물론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역행하는 노동관련 법안들이 고용 유연성을 경직시키려는 내용들이라고 지적한다.
자유경제원이 지난 9월 21일, 19대 국회의 시장 친화성 평가 토론회를 통해 국회가 민간기업의 경영판단까지 문제 삼는 과도한 ‘입법권력’을 남용함으로써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권혁철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정치인들의 반시장성을 계량적으로 분석, 실명으로 발표했다.
2012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2년간 기업, 시장, 경제관련 입법을 분석한 결과 시장 친화지수 하위 10명 의원은 ①김광진, 남인순 ③장하나 ④은수미 ⑤한정애 ⑥전순옥, 홍익표 ⑧임수경 ⑨홍의락 ⑩진선미 의원 등이다.
이들 10명은 홍익표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성동을)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자 비례대표 초선의원임이 특징이다.
반면에 시장 친화지수 상위 10명 의원은 새누리당 소속의원으로 새민련 의원들과 대비된다. ①김재경(진주을), 박상은(인천) ③주호영(대구 수성을) ④김희국(대구 중구남) ⑤심재철(경기 안양) ⑥김용태(양천을) ⑦이주영(창원마산) ⑧이한구(대구 수성갑), 한기호(철원·양구) ⑨홍지만(대구 달서갑) 의원 등.
자유경제원은 이 같은 정치인들의 시장 친화성 평가를 기초로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기업인 증인을 무더기로 소환하여 호통치는 ‘저질국감’도 반시장적 국회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초선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입법이나 국감권력의 갑(甲)질로 행정부의 장관이나 기업 오너들을 을(乙) 관계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자유경제원은 행정부를 견제 감시하기 위한 국정감사에 기업인들을 호출하여 경영문제에 관해 피의자처럼 호통치고 망신 주는 방식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유경제원이 발표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자유지수는 10점 만점에 7.38점으로 세계 157개국 가운데 39위이며 이는 전년도 32위에서 7위나 떨어진 순위다. 평가 5대 분야 가운데 재산권 보호, 무역자유, 시장규제가 하락했고 정부규모와 통화건전성은 다소 상승했다.
시장규제 가운데 금융규제, 노동규제, 기업규제 등이 모두 하락, 후퇴했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5호 (2015년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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