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주의, 전통변질…만혼·비혼추세

7080의 유감천만
결혼 출산기피 세태
혈통주의, 전통변질…만혼·비혼추세
4계절 풍토의 토종멸종 개량종 탓?

저출산 고령화 세태가 나라의 큰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에 무려 100조원을 투입했는데도 출산율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라의 장래가 암담하다. 세월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젊은층이 결혼과 출산을 3D 산업인양 기피하니 이 무슨 변고인지 7080의 눈에는 유감천만이다.

혈통주의 전통사회의 변덕 아니냐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혈통주의(血統主義) 전통사회의 미덕과 축복이 결혼과 출산이었는데도 어느새 세월의 변덕이 여기까지 이르렀는가.
그동안 나라에서는 저출산 고령화사회 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간사역을 맡아 출산율을 끌어올리고자 온갖 대책을 동원했는데도 별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니 참으로 세월의 무정이다.

▲ 70년대 산아제한 캠페인 포스터. <사진=보건복지부>

이대로 가면 오는 2020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여 노인층만 잔뜩 불어나고 일하는 생산인구는 감소한다니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한 생산과 복지 등 나라의 경영이 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왜 고령화로 국가와 사회의 부담이 급증하는데도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세태로 변했다는 말인가. 비싼 학자금 들여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고 결혼을 하려해도 비용이 무서워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 지가 퍽 오래됐다. 그래서 궁리 끝에 마지못해 결혼하는 경우에도 만혼(晩婚)에다 출산이라야 겨우 한 명으로 단산(斷産)하니 인구정책면에서 보면 본전(本錢)도 밑진다.
더구나 결혼을 포기하고 독신주의를 고집하는 경우도 보고 듣는 교훈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비싼 혼인비용 들여 결혼했다가도 이런저런 약속이 깨져 이혼하는 젊은 부부가 많고 세상을 오래 살았던 중년과 노년층의 ‘황혼이혼’도 쉽게 보면서 “차라리 독신이 이득이 아니냐”는 계산을 할 수 있다는 상황이다.
이러니 젊은 세대가 존경하고 추앙할 모델이 없어 결혼과 출산이 3D 산업인양 천박하게 비쳐질 수밖에 없으니 너무나 큰일이 아닌가.

저출산 고령화대책 ‘대통령사업’ 격상

저출산 고령화사회 대책이 워낙 막중하여 어느덧 ‘대통령 사업’의 영역이 되고 말았다. 곧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3차 대책위원회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5개년 계획을 확정할 방침으로 예고됐다.
이를 위해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의 아이디어를 모아 젊은층의 결혼을 촉진하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주택과 일자리 등 맞춤형 대책을 제시할 모양이다. 이들 대책이란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에 결혼비용에서부터 거주지 문제와 일자리 창출까지 국민세금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지난 10년간의 경험에서 세금을 투입해도 젊은층이 믿고 따라주지 않아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문제다.
나라가 저출산 고령화에 고민한지는 퍽 오래됐다.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 직속기구로 사회통합기획단을 설치하고 인구고령화사회팀이 다양한 방안들을 수립,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5년에는 저출산 고령화사회 기본법이 제정되어 대통령 직속기구로 위원회가 발족했으니 저출산 고령화대책이란 바로 대통령의 사업 영역으로 격상된 것이다.
그 뒤 이명박 정부시절 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으로 이관됐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대통령 직속기구로 환원됐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저출산 고령화대책의 중요성과 시급성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 것이다.

만혼·비혼을 극복하기 위한 각가지 방안

제3차 저출산 고령화사회 기본계획에 반영될 정책으로 결혼과 출산, 일자리와 주거 및 교육문제 등을 연계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결혼과 출산 기피 심리에 대응 주거지원 제도를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신혼부부에게 부여되는 임대주택 입주 우선순위를 예비부부에게도 적용하고 만혼추세를 완화시키기 위해 전세임대 입주자 선정 시에는 나이가 어릴수록 가점을 주고 국민임대주택도 자녀수가 동일한 경우 부모의 연령이 낮을수록 가점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 모두가 만혼, 비혼추세에 대응하여 결혼을 종용하면서 되도록 조혼(早婚)을 권장하겠다는 필요성에 나왔다.
또한 임신과 출산비용과 관련, 본인부담을 2018년까지 없애고 남편의 육아휴직 인센티브도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고령화 측면에서는 정년 60세 연장을 정착시키기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확산시켜 세대간 상생고용을 촉진하면서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여론에 올렸다.
현행 65세 노인 기준 하에서는 ‘젊은 노인’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가와 사회의 노인부양 부담이 과중하다는 여론이 나타난 바 있다. 이 때문에 대한노인회가 국가와 후세대의 부담 완화를 위해 70세 기준인상을 먼저 제안한 바 있다.
이밖에도 정부와 여당은 초·중고 입학시기를 2년간 앞당기는 학제개편안도 여론평가에 띄워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초등학교 6년, 중·고교 각 3년, 대학 4년의 기존 학제를 개편하여 좀 더 일찍 학업을 마치고 직업전선에 진입토록 권장하는 방침임은 물론이다.
또한 건강보험을 통해 산전·산후 휴가자, 육아 휴가자 등에게 평상시 소득의 80%를 보장해 주는 스웨덴식 ‘부모보험’을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시대발전 따라 저출산대책도 나왔다

7080세대가 유감으로 생각하는 것은 젊은층이나 나이 든 세대나 시대와 세월의 발전에 자신을 맞춰가며 적응해 가는 심성이 너무 모자라지 않느냐는 점이다.
저출산 고령화사회 문제가 심각한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인데다가 정부가 돈만 쓰고 성공하지 못했다고 비판은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와 사회의 역할만 강조하고 자신의 노력은 없이 좋은 일자리가 주어지고 결혼도 하고 내집 장만하여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손쉬운 사회가 어느 나라에 있겠는가.
7080의 청년시절에야 출산장려책이나 노인보호 대책이 없었다. 나라가 가난하여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도 구경하지 못했다.
교육비 부담이야 과거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지금이야 사교육비가 과중하고 입시난에 취업난과 결혼난이 한꺼번에 겹쳐 청년층의 진로가 막막한 것을 나라가 알고 국민이 알고 있는 중대 정책이다. 그렇지만 7080세대가 소 팔아 등록금 내고 고학(苦學)수준으로 학업을 마치고 바늘구멍 같은 취업난 겪고 365일 휴일 없는 만근(滿勤)했던 그 시절은 더욱 막막했다.
신혼초 셋방살이 하며 집주인 눈치 보면서 자녀 둘 셋씩 기를 때 출산장려금이나 산전·산후휴가란 듣도 보도 못했고 남편의 육아휴직이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요즘 ‘좋은 일자리’라며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초일류’만 꿈꾸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중소기업은 인력난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시기에 평소 비판해온 재벌, 대기업만 선호하는 것이 결코 정상으로 비치지 않는다.
1970년대 고도 성장기에는 경제성장률 1%에 7~8만명의 일자리가 생겨났지만 지금은 첨단산업시대로 겨우 몇 천 명밖에 흡수할 수 없다고 하니 경제성장률을 계속 끌어올려 청년 일자리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없다. 그러므로 언제까지나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통해 결혼과 출산을 보호받을 수 있다고 기대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경로우대 정책에 대한 감사의 마음

노인의 한 사람으로 정부와 사회의 경노우대 정책에 감사하는 심정이다. 반면에 오늘의 7080세대가 노후준비 없는 세대로 노인 빈곤율이 50%에 육박하는 것은 분명 국가와 사회적인 문제이다. 그렇지만 건강보험이나 기초노령연금 등은 과거에 없었던 제도이고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도 너무나 고마운 나라의 은혜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더구나 귀농(歸農) 귀촌(歸村)을 지원하고 환영하는 제도도 있느니 출향했던 마을로 돌아가 정든 산천초목과 함께 노후를 보내는 방법도 있어 보이는 세월이다. 이 시점에 노인 기준연령을 70세로 올린다면 나라와 후배세대에게 다소나마 짐을 덜어주는 의미가 있다. 물론 빈곤층 노인에 대한 부조정책은 별도사항에 속한다.
무엇보다 노인 자살률이 OECD 국가에서 가장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고독감, 빈곤감, 만성질환 고통 등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을 택하는 노인문제는 국가와 사회는 물론 의료계와 종교계, 언론계 등 각계가 지혜를 모아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자녀와 배우자 등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노인학대는 사적영역을 넘어 ‘나쁜범죄’로 단죄하고 예방해야 할 과제이다. 다만 이와는 반대로 일부 어른스럽지 못한 노인들의 범죄행위는 부끄러운 현상으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종멸종, 외래종 개량종화 병리현상

7080세대는 죽기살기로 열심히 살아온 세월이 추억이다. 5.16 정부가 경제개발에 국력을 총동원하면서 쌀이 모자라 혼식과 분식을 장려하고 먹는 입을 줄이기 위해 강력한 산아제한을 강요했었다. 당시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 아래 가가호호를 방문하며 피임약을 나눠주고 예비군 훈련을 통해 정관수술을 시행한 정책이 성공하여 인구팽창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보면 그 시절 산아제한 정책의 여파가 저출산과 고령화사회의 원인(遠因)이 아닐가 싶은 생각이다. 아마도 그 사이 시대발전에 맞춰 적기에 인구정책의 전환을 추진하지 못했던 탓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도 압축성장으로 단기간에에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할아버지, 아버지, 나와의 3대가 이념과 목표와 취향을 너무나 달리한 ‘한 지붕 각 세대’로 분리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새 3대간에는 식성이 달라지고 가치관마저 달라져 ‘혈육의 동질성’마저 무너진 형국이기 때문이다.
혈통과 가문을 중시하고 전통을 숭상하던 나라가 경제가 발전하면서 왜 이토록 개별분산 현상이 빚어졌을까. 그것은 세대별로 보고 듣고 행동하는 규범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우리경제가 압축성장하는 과정에 이 땅에 뿌리내려 4계절 풍토에 적응한 한국산 토종(土種)이 멸종되고 재래형 종자마저 희귀해지고 말았다. 씨암닭이나 재래종 작은고추 등이 슬그머니 없어지고 생산성과 경제성 위주의 외래종과 개량종이 먹거리를 지배한다. 어머니의 손맛인 조선간장이 왜간장과 공장 간장으로 바뀌고 전통김치마저 중국산 배추와 양념으로 바뀌었다. 토종이라야 고작 한우와 쌀이 남아 있을 뿐이다.
재래의 영약으로 분류된 산삼이나 인삼마저 개량종화 했다니 아예 대한민국 토종이 못사는 나라꼴이 된 모양이다. 이렇게 4계절 풍상을 다 겪으며 이 땅에 깊이 뿌리 내린 토종의 먹거리가 밀려나고 개량종이 차지했으니 식성과 체질과 건강이 뒤 바뀔 수밖에 도리가 없을 것이다.
세월을 되돌리고 토종을 되살릴 방도가 생각나지 않는다. 과식과 비만이 가져온 온갖 반건강에 토종식 민간요법이 통할 까닭이 없다. 아스피린 한 알, 페니실린 한 방으로 치료되는 병이 없다. 가정상비약 우황청심환이나 쌍화탕도 효험이 없어졌다.
저출산 고령화사회의 온갖 병리현상을 이렇게 진단하고 보면 7080세대의 유감천만 기분을 이해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해 본다. 세월의 병이 나라와 후대를 위해 참으로 중대하다고 걱정할 뿐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6호 (2015년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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