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불효막심 상속재산 반환령

노후부양 ‘효도각서’ 세태
‘부모학대’ 슬픈 세월
대법원, 불효막심 상속재산 반환령
7080세대, ‘처량한 감회’ 공유 심정

세월이 좋아져 100세 장수시대라고 하나 자식이 부모를 학대하는 고약한 세태는 눈뜨고 보기 싫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전통가옥에서 빚어진 사건이니 옛 양반촌에 불효막심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대법원이 지난달 27일, 부모가 증여했던 자산의 “이전등기 말소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으니 “되돌려주라”는 명령이다.

‘충실한 부양’ 각서 어긴 불효자 특례

노부모 가회동 유씨가 2003년 11월 시가 20억 상당의 2층 주택을 자식에게 물려주면서 한 집에 같이 살며 충실하게 부양하겠다는 각서를 받았다. 곧이어 임야 3필지와 주식도 증여했으니 가진 것 몽땅 주고 오직 자식에게 노후를 위탁했다.
노부모는 2층에서, 자식부부는 아래층에서 10여년을 살았다니 짐작하기로도 불편한 동거였다. 자식이 부모와 밥상도 같이 하지 않는 별거식이었으니 아예 충실한 부양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노모의 경우 허리디스크로 거동이 불편하여 딸이나 가사도우미에 의지해야만 했으니 꼴이 말 아니었다. 더구나 자식이 노모에게 “요양원으로 가시라”고 했다니 아예 부모를 부양할 뜻이 없었다. 참다못해 부모가 아파트를 사야겠다 마음먹고 증여재산 등기이전을 요구하자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라는 악담으로 부모에게 대꾸했다. 하는 수 없어 딸집으로 거처를 옮겨 소송을 제기했다는 요지다.
1심과 2심이 불효자에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판결했지만 듣지 않아 대법원으로까지 올라가 최종심마저 각서를 어긴 자식에게 상속재산을 되돌려드리라고 명한 것이다. 전 재산을 물려주면서 노후 부양을 조건으로 각서를 작성한 것도 민망한 노릇이지만 이를 어기고 재판을 받아야 했던 사연도 부끄럽다.

경로우대 사회에 가정내 부모학대

세월이 달라지고 인륜마저 변질되어 가고 있는 세태는 보고 듣고 분통하는 것이 예삿일이 되고 있다. 매년 노인학대 사건 수천 건이 집계되는 슬픈 세월이다.
국가와 사회는 각종 경로우대책으로 노인세대를 모시고자 노력하지만 가정 내에서 노부모 학대사건이 늘어나니 7080 세대로서는 참기 어려운 모욕감이다. 대체로 노인학대의 가해자는 자식과 며느리가 많고 배우자도 적지 않다. 7080 세대가 태어나 자라면서 배우고 체득한 교훈과는 너무나 달라진 세월을 어찌 한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늘의 7080 세대는 대체로 가난 속에서 자랐지만 3강5륜 유교정신 아래 ‘엄부자모’(嚴父慈母)의 훈육을 당연시 했다. 부모에 대한 효도는 ‘백행지원’(百行之源)이라고 머릿속에 새겼다.
아침저녁 밥상 훈육에서부터 집안 어른, 마을 촌장, 학교 스승 등 가는 곳마다 부모공경, 어른존중의 행동규범을 가르쳐 이를 몸에 익혔다. 실제로 성년이 되어 세상을 살아오면서 부모님의 은덕은 하늘만큼 높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러나 슬프게도 부모님은 자식이 철들기 전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부모를 북녘 사지(死地)에 두고 온 피난민들에게 물어 보라. 희극배우 김희갑 씨의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노래가 생각나지 않는가.
세월이 잘못되고 돈이 잘못된 요물이라고 탓할 수 있겠지만 노후에 고약한 오늘의 세태를 지켜봐야 하는 7080 세대의 심정이 처량하다.

롯데그룹 형제난과 효문화 아쉬움

재벌가 자식들의 잘못된 행태가 우리사회를 서글프게 만든 사례가 너무나 많았다. 부모와 자식간, 형제간 상속 증여재산 다툼을 지겹도록 지켜봤다.
올해 아흔다섯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두 아들간 경영권 다툼이 재판으로 갔으니 어찌 될는지 알 수 없다. 장남 신동주(62)와 차남 신동빈(61) 회장도 자녀들을 낳아 기른 부모가 되었지만 세상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버지의 직함을 해임하고 동생을 고발하고 집무실 쟁탈전을 벌인바 있다.
지난 연말에는 여동생 신정숙(79) 씨가 서울가정법원에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성년 후견인 지정’을 신청했다. 너무 연로하여 정신적 이상이나 의사결정 능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89), 신동주, 신동빈, 신영자, 신유미 등 가족 중에서 후견인을 선정해 달라는 요지다.
롯데 형제간에 경영권 다툼을 벌일 요소는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형이 SDJ코퍼레이션을 별도로 설립하여 동생의 그룹 경영권을 법정으로 끌고 간 것을 우리네 7080 세대로서는 동의할 수 없다. 단지 신격호 창업회장이 아직 건강하다고 하지만 지금껏 경영권 승계를 미루고 있었던 것이 노욕처럼 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신격호 회장은 한·일 양국의 롯데그룹 창업과 육성을 통해 온 국민으로부터 추앙 받고 존경 받을 인물이다. 그러나 제때에 경영권 승계를 미루었다가 자식간의 분쟁을 야기 시키지 않았느냐는 점에서 안타까운 노릇이다.
지난달 22일 제2 롯데월드 상량식을 보고 신 총괄회장의 무한 집념의 위대함을 새삼 실감했다. 올해 말에 타워가 완공되면 123층, 높이 555m의 마천루로서 세계 랭킹 4위권에 이른다. 이날 신동빈 회장이 부친의 ‘기업보국’(企業報國) 정신이 바탕이 되어 제2의 롯데월드가 세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실로 초고층 롯데월드의 구상과 완공까지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30년 집념이라고 하니 어릴 적에 일본으로 건너가 공부하고 껌산업으로부터 오늘의 롯데그룹을 축성한 업적은 위대한 기업사로 기록된다. 더구나 제2 롯데월드는 인허가 절차에서부터 착공과 중단 등 우여곡절이 심했지만 신 총괄회장의 불같은 집념이 있었기에 완공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한다.
금년 말에 이 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일자리 2만여 개와 경제적 파급효과 10조 원을 기대할 수 있다니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또 초특급 호텔과 고급 사무실, 전망대 등이 한국의 명품 명물로서 연간 1억 명 이상 방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이처럼 위대한 기업인의 두 아들이 집안 내에서 분쟁을 해결 못하고 법정으로 끌고 갔으니 우리네 안목으로는 일단 부모에 대한 불효가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이다.

효문화는 한국인 인간중심 사상의 근원

오늘의 첨단산업시대 경쟁에 쫓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효도를 강조할 수 있느냐고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 은덕과 스승님의 가르침을 신앙처럼 여겨온 7080 세대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효가 결코 낡은 가치가 아니라고 확신하면서 후계세대에게 효도가 나쁘다면 나쁜 것을 가르치겠느냐고 강조하고 싶다.

▲ 세계효문화총본부 총재 홍일식 박사

세계효문화총본부 총재를 맡고 있는 홍일식(洪一植) 박사는 역작 ‘나의 조국 대한민국’(2014.11)에서 효 문화가 한국인의 인간중심 사상의 근원이 효라고 지적했다. 자식이 부모에게서 태어나 부모님의 품에서 자라므로 부모와 자식간의 인간관계는 천륜(天倫)이자 효심의 바탕이라는 말이다.
홍 박사는 부모와 자식 관계를 설명하는 옛 선현들의 지혜로 “자식을 낳기가 어려운 것”(生子非難)이 아니라 “자식 기르기가 어렵다”(養子難)고 말하고 또 “자식 기르기가 어렵기”(養子非難)보다 “자식 가르치기가 어렵다”(敎子難)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백가지 행동의 근본이 되는 효도 부모의 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홍 박사는 효문화를 민족중흥을 위한 국민교육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8호 (2016년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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