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大洪(임대홍) 미원 창업회장 96세로 별세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
명성·명예 끝내 사양
林大洪(임대홍) 미원 창업회장 96세로 별세

근검절약 유지따라 마지막길 가족장

▲ 고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회장의 1982년 모습.

국산 조미료 미원(味元)을 개발, 종합식품기업으로 육성하여 오늘의 대상그룹을 남긴 임대홍(林大洪) 창업회장이 지난 5일 96세의 노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의 일생은 대외적 명예를 떠나 오로지 식품관련 연구로 일관했으며 세상을 떠난 후 장례식까지 자신을 버리고 남을 배려하는 성품을 유지로 남겨 감동을 더해 주었다.

쌀 한 톨, 용돈 한 푼 아낀 창업1세대

대상그룹은 창업회장의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모셨다. 연대 세브란스병원에 빈소를 차렸지만 외부인의 조문과 조화도 사절했다. 고향인 전북 정읍의 선영에 모신 후 부고(訃告)로 별세를 알렸다. 이 모두가 고인의 철저한 유지였다는 설명이다.
고인은 일제하의 망국(亡國)시절 서러움을 겪고 8.15 직후 혼란과 기아세월도 체험한 창업 1세대로 타고난 절약과 근면정신이 너무나 철저했노라고 한다.
쌀 한 톨, 용돈 한 푼을 아끼고 승용차 대신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자녀들에게도 엄격한 훈육으로 경영권 승계 후에도 창업정신을 그대로 계승 발전시켜 왔다.
대상그룹은 국내외에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지만 지금껏 창업회장의 얼굴이 대외적으로 과시된 적이 없어 흔치 않는 ‘은둔의 회장’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경제계나 식품업계에서는 고인을 각종 명예직으로 추대하고자 요청했지만 끝내 사양했다는 이야기다.
고인은 오랫동안 헌신한 식품산업 발전 유공자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지만 마지막 유택으로 가는 길마저 가족장을 유언했으니 일생동안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타고난 성품이라고 믿어진다.

삼성 미풍 도전 극복한 ‘국민조미료’

고 임대홍 회장은 1920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명문 이리농고를 졸업하고 고창군청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1947년 해방정국 하에 부산에 대림상공을 설립, 피혁사업으로 업계에 진출했으며 무역관계로 일본을 내왕할 기회에 조미료 ‘아지노모토’를 눈여겨보고 개발을 생각했다.
1955년 35세 나이에 일본유학을 결심하고 1년간 공부한 후 귀국하여 동아화성공업을 설립, 조미료 개발에 착수하여 미원(味元)을 탄생시켰다. 그로부터 국산 조미료 미원이 아지노모토가 장악하던 국내시장을 제패하여 ‘국민 조미료’의 위치를 확보한 것은 국민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다가 1960년대 말 후발로 참여한 삼성 제일제당의 미풍(味豊)과 ‘조미료 전쟁’으로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한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국내 최고와 제1주의를 표방한 삼성이 가는 곳마다 전승을 기록했지만 조미료만은 미원의 아성을 꺾을 수 없었다. 이를 두고 당시 언론은 미원이 이병철 회장의 제1주의를 극복한 것은 일종의 신화라고 표현했었다.

경영은퇴 후에도 장류연구 몰두

▲ 1960년대 미원 광고.

미원은 독보적인 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할 무렵, 회사명을 아예 미원㈜으로 바꾸고 국내를 넘어 인도네시아와 홍콩으로 진출하고 아지노모토의 본토인 일본으로까지 수출했다. 미원에 이어 각종 식품과 가공식품 등 종합식품회사로 확장 발전하던 1987년 고인은 67세의 건강한 나이에 장남 임창욱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경영 은퇴했다.
미원㈜이 대상그룹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은 1997년이지만 대상의 기업문화에는 창업주의 정신이 그대로 함축되어 계승되어 왔다.
고인은 은퇴 후에도 그룹 사옥 인근에 연구소를 두고 된장과 고추장 등 장류연구에 마지막 일생을 바쳤으니 외길 식품산업 창업주의 삶이었다. 지금도 미원 외에 청정원, 순창, 종가집 등 대상의 식품 브랜드 속에 고인의 열정과 사명감이 살아 있다고 믿는다.
고인이 남긴 유족으로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임성욱 세원그룹 회장이 창업주의 위대한 정신과 유지를 계승, 더욱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1호 (2016년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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