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조명과 드가(Edgar Degas)



글/ 나경수 (사) 전자정보인협회 회장

조명에 있어서 항상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는 감정(感情)과 정서(情緖)를 살리기 위해 조명기교뿐 아니라 색채가 요구된다. 거기에 사용되는 색막(色膜)으로는 색포 또는 색유리도 사용되지만 전기에 대하여 절연력(絶緣力)이 강하고, 고열에 대한 내구력(耐久力)이 있고 광선의 투과율이 좋은 젤라틴 감광지(感光紙)를 많이 사용한다. 빛깔로는 수십 종에 불과하나, 조명전문가는 화가가 조색(調色)하듯 연출가의 요구에 따라 이상적인 빛깔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무색(無色)조명은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나 조색용으로 사용한다.
색유리(色琉璃) 또는 착색유리는 금속 또는 금속의 산화물을 써서 여러 가지 색으로 물들인 유리를 말한다. 장식용이나 사진의 필터, 신호 따위에 쓰인다. 주로 흐릿한 투명색 광선을 확산하는데 사용한다. 복숭아꽃과 같은 분홍빛을 나타내는 핑크 도색(桃色)은 아침 햇빛(朝陽), 아침의 수평선, 무용에 사용한다. 적색계통, 앰버(amber:호박(琥珀)색) 즉 등색계통은 저녁놀, 여름 석양, 램프나 전등의 보조광선 등에 사용한다.
익은 귤빛과 비슷한 빛깔, 곧 등색(橙色)에 적색을 가미한 무용이나 북쪽지방의 춘색이 짙은 석양 등에 사용한다. 이 색보다 엷은 색은 석양·전등·램프·아침놀에 사용한다. 황색에 등색을 가미한 것도 있을 수 있고, 녹색계통은 상록수 등에 사용한다. 청록계통은 바다나 호수면에 사용한다. 엷은 푸른빛 계통의 담청색(淡靑色)은 여름의 실내, 대낮의 수평선과 하늘, 특히 전압을 낮추어서 월광(月光)에 사용한다. 군청(群靑)과 선명한 남빛 계통인 짙은 군청색은 밤에 사용한다. 엷은 청색 그리고 담청색에 가까운 엷은 녹색계통은 월광에 사용한다. 또한 보라색 바이올렛(violet:제비꽃) 계통은 무용(舞踊)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색과 저색을 섞어서 잘 어울리게 하는 것, 색의 조화에 대해 예부터 많은 설(說)이 세워졌었다. 최근에는 많은 설을 종합하면서 주관적 요소를 배제하고 양적(量的) 측면에서 색의 조화를 취급한 것들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문(P.T. Moon)과 스펜서 (D.E. Spenser)의 이론에 따르면 색은 색상(色相)·명도(明渡)·채도(采渡)의 개개에 대해서 동일한 조화 곧 동계색(同系色)의 조화, 비슷한 색의 조화 곧 유사한 조화, 반대색의 조화를 뜻하는 대비(對比)의 조화를 생각할 수 있다.
제1부조화는 약간 닮은 색의 부조화(不調和), 다소 틀리는 색의 부조화는 제2부조화, 극도로 반대적인 색의 부조화 등이 상기된다. 그 양(量)적인 범위는 미국의 색채 연구가 먼셀(Albert Henry Munsell: 1858~1918)의 색상을 기초로 뚜렷하게 명시되어 있다. 그것이 그가 고안한 표색법 바로 ≪먼셀표색계(Munsell 表色系)≫인데, 색상·명도·채도의 세 속성에 따라 규칙적으로 배열하고 각각 십진법으로 나타냈다.
프랑스의 화가 에드가 드가(Edgar Degas; 1834~1917)는 파리 출생으로 후기 인상파 그룹의 화가들과 사귀고 파스텔화를 잘 그렸으며 색채가 풍부한 작품을 남겼다. 무희(舞姬)와 욕녀(浴女: 목욕하는 여자)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은데, 작품에는 ‘기수(騎手)’, ‘아프상’, ‘대야’, ‘오페라 극장의 분장실’, ‘춤추는 소녀’, ‘경마’, ‘무용의 화가’ 등이 있다.
드가의 초기 작품 ‘오를레앙시(Orlean市)의 불행’ 등은 고전전인 색조(色調)로 약간 어두웠으나 차츰 색채가 풍부해지고 포름(forme)의 주체감(主體感)과 함께 운동 표현을 노려 제재도 근대생활에서 구하게 되었다.
“영감이나 충동 또는 흥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주제를 한번 정하면 그 같은 주제를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반복해 그린다. 그림에 있어서는 대상이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드가는 이와 같이 감정의 표출을 극도로 억제해가면서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정해 놓은 대상을 끈질기게 반복하여 그렸다. 풍경보다는 차라리 인물에 역점을 두곤 했다. 그래서 인상주의가 치중하던 자연 채광보다 인공조명의 효과를 십분 이용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그의 ‘몸단장하는 여인’은 1885년경에 완성한 그림인데 어느 젊은 여인의 고독한 일상에 포커스가 맞춰진 나체화(裸體畵)다. 위에서 아래로 향해 사진을 찍듯이 내려다보는 각도에서 긴 머리를 빗질하는 벌거벗은 여인의 뒷모습을 적나라(赤裸裸)하게 잡았다.
자연 조명이 아닌 인공조명으로 포동포동한 밝은 등줄기와 오른편의 침대 쪽으로 희미하게 드리운 그림자까지 섬세하게 포착해 그렸다. 발가벗은 알몸뚱이, 여인의 전라(全裸)의 등과 앉아 있는 자세는 물론이려니와 비좁은 공간 속의 그 여인의 생활이 심히 고단할 것으로 여겨진다. 화가 자신도 평생을 고독한 독신으로 살아간 삶이 항상 고독하고 힘들었기 때문에 그의 심리적 갈등을 이 그림으로 위로 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여기에 자신의 힘들었던 인생행로를 반영했을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2호 (2016년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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