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경영론(11)]

농촌을 살려야 나라가 산다

글/황인용(수필가)

중국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경제정책은 농촌보호라는 기사를 관심 깊게 읽은 일이 있었다.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라고 무엇이 다르겠는가. 자유무역협정에도 불구하고 농촌보호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세계적인 공황에 직면했을 때 발생할 대량실업 인구를 흡수할 곳은 농촌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의 정책당국은 비교생산비설에 입각한 자유무역주의에 따라 공산품을 수출하는 대신 농산물은 사 먹자는 입장이었다. 그 결과가 식량자급률 30% 미만임은 물론이다.
만약 세계적인 기상이변이나 자연재해로 곡물 가격이 폭등한다고 치자. 곡물 수출국들이 식량을 무기화할 때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울 수 있을지?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식량자급률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는 70~80% 선까지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식량문제를 떠나서라도 정책당국이 농촌문제를 농업문제로만 한정함도 큰 문제다. 왜인가? 농촌은 산업의 측면뿐만이 아니라 환경보건 국토이용 등 연관을 맺지 않는 분야가 없는 종합적인 문제이기에 그 대책 또한 전체적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무엇보다 아이 울음소리 끊어진 적막강산은 농촌이 죽음의 땅이라는 뜻이다. 농촌은 도시의 뿌리인데 뿌리 없는 나무가 무성한들 그 얼마나 오래 가리오.
젊은 세대가 귀농할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마땅함에랴!
환경의 측면이라면 환경의 시대에 핵심적인 산업이 농업임을 깨달을 필요성이 절실하다. 특히 중요하느니 벼농사다. 홍수조절이나 대기정화능력 등 공익적 가치가 막대한 까닭이다.
문화의 관점이라면 어떻겠는가. 농촌은 둘도 없는 전통문화의 보고다. 전통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농촌보호를 서둘러야 하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사회적인 시선으로 농촌을 바라보기로 하자. 이 문제라면 대도시 노령인구의 귀촌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농촌에는 빈 집이 널려 있어 주거비 및 생활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많은 대도시의 고령인구가 귀촌한다면 심각한 도시의 주택난도 절로 완화되지 않겠는가.
농촌에서의 삶은 맑고 깨끗한 환경에다 적당한 소일거리가 있어 건강한 노후 생활이 가능하다. 이는 국가의 전체적인 의료비용의 감소로 이어짐은 물론이다. 뿐만이 아니다. 방학이면 대도시에 거주하는 손자들이 농촌체험을 통해 자연친화의 심성을 길러 여유 있는 삶을 살 수도 있으니 그 혜택 얼마나 막대한가. 그들 역시 늙으면 자연스레 귀촌할 테고 말이다.
이 모든 논의를 떠나서라도 선진국 농업경제학자들은 자급자족적인 소농(小農)이야말로 농촌을 살리고 인류를 살리고 지구를 살릴 유일한 대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 과다 사용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기업농에 대한 경고의 표현이라는 사실이다.
이쯤에서 우리나라 경제 전반을 조망해보자. 우리경제는 급속한 발전을 위해 불균형 성장전략을 채택해 왔다. 부득이한 일이었고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지금은 각 부문의 불균형이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면 소득의 불균형은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내수산업 특히 자영업자들의 불황을 초래하고 있다. 재화의 유통은 인체로 비유하자면 혈액순환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재화의 유통이 원활치 않으면 동맥경화증 걸린 환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음에랴!
이 점 한의학에서 사지의 마비상태를 불인(不仁)이라고 함은 상징적이다. 북한처럼 어질지 못한 정치와 경제는 나라를 마비상태에 빠뜨리고 마는 것이다.
요컨대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경제정책이라면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기 위한 소득재분배 정책이다. 그 핵심은 역시 서민층의 부담을 줄이고 부유층은 올릴 조세체계 개편이다. 결과적으로 서민에게 불리한 간접세 비율을 줄이고 부유층이 더 무거운 부담을 지는 직접세 비중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독일은 바나나 설탕 같은 서민의 식료품에는 세금이 없다. 대신 오페라 구경이나 골프 같은 데는 엄청난 세금이 붙는다. 그게 정의로운 사회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부유세를 거두어서라도 복지예산을 확충하는 일이다. 그 결과 소비가 회복돼 경기가 살아난다면 그 이익은 결국 부유층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얼마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겠는가.
그렇다. 지금 절실히 필요한 미덕은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대전환이다. 대규모 자본축적 -> 투자 -> 생산 -> 소득증대의 등식은 그 유효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면 소득재분배 -> 유효수요확대 -> 소비회복 -> 경기회복의 케인즈식 처방전을 따라야할 시점인 거다.
세계경제를 보더라도 지금은 인플레가 아니라 디플레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소비는 부진한데 과잉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1930년대 말의 대공황 직전과 유사한 상황이라면 케인즈를 부활시켜 마땅하지 않겠는가. 더불어 대공황의 방파제로서 농촌을 굳건히 지키고 있어야 당연하지 않겠는가.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2호 (2016년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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