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가 辛奉承(신봉승)님, 83세로 별세
역사소설·드라마등 100여편 집필

▲ 대작가 고 신봉승님.

세계 최장수 500년 조선왕조
선비직언이 살아있었다
대작가 辛奉承(신봉승)님, 83세로 별세
역사소설·드라마등 100여편 집필

‘조선왕조 500년’ 전 48권을 집필한 신봉승(辛奉承) 대작가가 지난 4월 19일, 향년 83세로 경기도 성남 자택에서 별세했다. 고인은 수많은 대작과 에세이 등을 남기고도 타계하기까지 전통적 선비정신과 역사교육을 강조하는 필생의 작가로서 활약했다.

조선왕조 선비정신의 역사 강조

고인은 1933년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사범,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대문학을 통해 시와 문학평론 추천작가로 등단, 일생을 작가의 삶으로 일관했다. 작품활동 중에 한양대, 동국대, 경희대 강단에도 서고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장, 대종상과 청룡상 심사위원장, 강원 국제관광 EXPO 총감독,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추계예대 문예경영대학원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작품으로는 ‘조선왕조 500년’에 이어 소설 한명회 전 7권, ‘이동인의 나라’, ‘조선 지식인의 리더십’, ‘직언’, ‘조선선비의 거울… 문묘 18현’, ‘국가란 무엇인가’, ‘역사란 무엇인가’ 등 무려 100여 권 넘게 남겼다.
고인은 한국방송대상, 대종상과 청룡상을 비롯하여 아시아영화제 각본상, 한국펜문학상, 서울시 문화상, 위암 장지연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및 보광문화훈장 등 수많은 수상기록을 세웠다.
고인은 생시에 월간 경제풍월과 10여 차례 인터뷰, 간담회, 토론회를 가진바 있고 주요 저서를 출간할 때마다 보내와 ‘책속에 길이 있다’ 편에 소개한 바 있다.

선비의 직언(直言)이 나라명운 가른다

신봉승님께서 ‘선비의 직언’을 통해 세계 최장수 기록인 조선왕조 500년은 선비가 살아있고 직언이 통할 수 있었음이 성공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조선왕조의 선비가 무반(武班)을 다스리며 절대군주의 통치이념을 실현해 냈다는 해석이다.
인조 때의 재상 신흠(申欽)은 선비란 “뜻을 숭상하고 배움이 돈독하고 예(禮)에 밝고 의리와 청렴을 갖춰 부끄러워할 줄 안다”고 했다. 중종조의 특진관 이자건(李自健)은 잇단 자연재해도 성심(聖心)이 지극하지 못한 임금의 실덕(失德)이라고 직언했다. 송강 정철(鄭澈)은 명종의 명을 거역하며 왕의 4촌 형에게 중형을 내렸다.
직언에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파직과 귀양은 말할 것도 없고 사약(死藥)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조선왕조 500년간 직언 때문에 파직, 귀양된 선비의 수가 부지기수다.
공자(孔子)를 모신 성균관 대성전인 문묘(文廟)에 조광조, 이언적, 이황, 성혼, 이이, 송시열 등 18인의 직언 선비가 배향되어 있다.
지금은 왕조가 끝나고 공화국 시대이나 우리역사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교육과정에 역사과목을 중시토록 하고 이 시대의 직언(直言)과 직필(直筆)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풍월 2004년 4월호)

옛 글에 오늘의 해답이 있다

저자는 “오늘 일이 막히고 내일 일이 궁금하면 옛글들을 읽고 해답을 얻어라”고 권고했다.
옛 서당 훈장님의 가르침을 교편(敎鞭)을 잡는다고 하지만 교편이란 “회초리를 들고 가르친다”는 의미다. 오늘의 교육현장에서는 회초리가 죄악으로 규정되고 꾸지람하는 선생님이 고발 당하는 세월이다. 회초리로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고 폭력을 행사했다고 언론에 보도되면 선생님은 쫓겨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에 대해 아이에 대한 사랑의 회초리를 폭력이라며 내모는 학부모의 종아리를 쳐서라도 자식을 가르치는 참교육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내버려 두면 집안에 큰일이 나고 나라에 큰일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정이 천박해지면 아이는 꿈이 없이 자라고 꿈이 없이 자란 아이는 공익에 이바지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이 책 추천의 글을 통해 신봉승님을 국사(國師)라고 부르며 “국사의 꾸지람을 들으시라”고 권고했다. 저자는 평소 초청 강연을 통해 교육부가 역사교육에 너무 소홀하다고 비판해 왔다. 학생들에게 역사공부를 시키지 않기 때문에 ‘버릇없는 아이’와 ‘철없는 부모’를 생산하고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경제풍월 2006년 10월호)

민족자산, 문묘(文廟) 18현

높은 학문과 굳은 지조로 시대를 이끌었던 해동(海東) 18현(賢)은 △신라 최치원(崔致遠)과 설총(薛聰), △고려 안향(安珦)과 정몽주(鄭夢周), △조선조 김굉필(金宏弼), 정여창(鄭汝昌), 조광조(趙光祖), 이언적(李彦迪), 이황(李滉) 등이 먼저 배향됐다.
그 뒤 김인후(金麟厚), 이이(李珥), 성혼(成渾), 조헌(趙憲), 송시열(宋時烈), 송준길(宋浚吉), 김장생(金長生), 김집(金集), 박세채(朴世采) 등이 올라 18현이 됐다.
왕조의 엘리트들이 성균관에 입학하면 이들 18현의 지고(至高)한 학문과 지조를 배워 차세대 선비로서 정통성과 정체성을 승계해 왔다.
저자는 이들 명현들이 제시해 온 국가경영의 치도(治道)가 오늘날에도 틀림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통치자의 덕목을 제시하고 부패한 제도의 혁파를 강조하면서 죽어간 선비가 많지만 온갖 수난과 모략에도 굽히지 않고 군왕을 바른 길로 인도하려던 우국충정이 지금에 와서 바뀔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저자는 이 땅의 역사와 문화를 오늘날까지 이끌어 온 선비정신이야말로 민족의 자산으로 해석하고 존중해야 할 가치라고 강조한 것이다. (경제풍월 2010년 7월호)

국가노릇, 국민노릇… 국격과 지식인 책무

저자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통해 “나라 위에는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에게 국가는 없고 정당만 있는 것 같다. 또 국가는 없고 기업만 있는 꼴 아닌가. 마땅히 국가가 정당 위에 있고 국가이익이 기업이익 위에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저자는 한말의 망국(亡國)역사를 잊었느냐고 물었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라고 선진국이 된 것이 아니라 국격(國格)이 있어야 빛이 나고 선진국에 도달하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저자는 조선왕조 500년사가 왕도(王道)와 선비정신이라고 규정한다. 왕은 왕도를 학습하기 위해 매일 3차례씩 경연에 나라 배우고 충신들의 지극한 보필로 백성들의 마음을 살펴 나라를 경영했다.
저자는 국가경영이란 예고 없이 나타나는 각종 딜레마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는 기업경영과 유사하다고 비유한다. 경영실패의 책임이 CEO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도 국가경영과 기업경영이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이런 측면에서 국가경영이 너무 현실의 딜레마에 매달리면 미래를 볼 수 없으므로 역사에서 배우고 미래를 경영토록 촉구한 것이다.
반면에 ‘선비노릇’이란 결코 쉽지 않다면서 조선왕조가 망국으로 접어들었을 때 황현의 ‘매천야록’과 최익현의 단식 순국을 예시하며 지금 당장 선각(先覺)의 횃불을 들라고 권고했다. (경제풍월 2011년 3월호)

세종, 대한민국 대통령 되다

세종(世宗)이 곧 조선이요, 조선이 곧 세종이다. 조선왕조 519년 역사에서 세종의 재위 32년을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성군 세종이 살아 돌아와 오늘의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의 모습이 세종의 삶에 모두 담겨져 있다는 사실이 바로 역사가 현재의 맥락임을 입증하는데 부족함이 없으리라고 본다.
국무총리, 청렴·책임감의 영의정 3차례 오리(梧里) 이원익(李元翼), 특임장관, 직언의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 기재부 장관은 덕망과 학문의 퇴계(退溪) 이황(李滉), 교육·과학부 장관은 예학·법도의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 외교부 장관은 고종조의 개화승(開化僧) 이동인(李東仁), 통일부 장관은 청나라에 볼모로 다녀온 최명길(崔鳴吉), 법무부 장관은 단식으로 순국한 최익현(崔益鉉), 국방부 장관은 상소문 도끼를 든 조헌(趙憲), 행안부 장관은 왕도를 일깨운 율곡 이이(李珥), 문체부 장관은 열하일기의 박지원(朴趾源), 농수산부 장관은 정조 시대를 연 채제공(蔡濟恭), 복지부 장관 김인후(金麟厚), 환경부장관 성혼(成渾), 노동부 장관 김굉필(金宏弼), 여성부 장관 박세채(朴世采), 국토부 장관 홍대용(洪大容) 등.
그밖에 검찰총장은 조광조(趙光祖), 감사원장은 조식(曺植).
고 신봉승님이 구상한 대한민국 정부를 지금 다시 생각해 본다. (경제풍월 2013년 1월호)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2호 (2016년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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