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리즈]

흰달걀이 나무에서 나온다구?
인터넷 검색, 정신 안 차리면 속을 수 있다


글/박찬영 객원 칼럼

▲ 흰달걀 나무. <사진제공 = 구글이미지>

인터넷에서 달걀을 검색하다가 ‘흰달걀 나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 달걀이 나무에서 나올리도 없고, 흰달걀과 닮은 나무인가 싶어서 ‘흰달걀 나무’를 검색해 보았다. 놀랍게도 진짜 흰달걀이 달리는 나무가 있다는 내용들이 검색되었다. 검색 결과로는 ‘흰달걀 나무’를 다룬 모 방송국의 방송 화면을 캡쳐한 것이 대다수였다.

캡쳐된 방송화면은 상당한 신빙성을 제공했다. 한편으로 어떻게 실제 닭이 낳은 달걀도 있고, 이와 비슷한 맛의 ‘흰달걀 나무’의 열매가 있을 수 있나 라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좀더 몇 개의 인터넷 게시물들을 검색하보니 곧 해당 내용이 조작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캡쳐된 모 방송국의 방송 화면을 ‘흰달걀 나무’가 존재하는 것처럼 조작을 한 것이었다.

원래 해당 방송은 흰달걀이 우리 주변에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 다루는 내용이었고, 흰달걀이 사라진 이유는 갈색 달걀이 토종란이라는 인색이 커지면서 흰달걀의 선호도가 줄어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대목이 등장하는 방송 장면을 ‘백색 계란수(흰달걀 나무)’가 급격히 사라지면서 우리 주변에 흰달걀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조작한 것이었다. 실제 계랸수는 가지의 일종인 ‘화초가지’라는 식물로 그 열매는 흰달걀과 무척 닮았다.

▲ 조작된 모 종편 방송 화면 캡쳐 <사진제공 = 네이버 카페>

사이버 세상에 쉽게 전달되는 정보, 습득에 여유 가져야

이런 황당한 내용에 잠시라도 속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방송 화면을 꽤 높은 수준으로 조작했기에 가능했다. 누군가가 조작해 올린 인터넷 게시물로 생긴 작은 해프닝에 불과하지만 여러 가지 시사 하는 바가 있다. 지금 우리는 가상과 현실사이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드라마만 해도 그렇다. 몇 해 전 인기리에 방영된 기황후만 하더라도 실제 드라마에 등장한 복식들은 당시 시대 복장이 아닌 상상으로 디자인한 옷이었다고 한다.

가상의 사이버 세계는 다양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산시키고 새로운 문화 컨텐츠를 양산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지만, 한편으로 악의적으로 사실을 거짓으로 바꿔서 전달할 수도 있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이미지나 영상 등을 조작해서 연예인이나 특정 개인을 온라인 상에서 매도한 사건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우리가 쉽게 검색으로 접하는 정보들도 조작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접하는 정보에 대해서 한 번쯤은 여유를 가지고 떨어져서 생각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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