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재자 공갈로 무너지지 않는다

[김동길 박사 ‘이게 뭡니까’]


‘남조선 불바다’ 협박
그도 죽을 각오 돼있나
대한민국, 독재자 공갈로 무너지지 않는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태평양위원회 이사장)

조선·해운업 대형부실로 우리경제 위기설이 파다하다. 우리경제가 어렵다는 위기설은 30년도 넘었다고 기억한다. IMF 한파가 몰아칠 때는 ‘한강 변의 기적’도 별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 잡혔었다. 그러나 우리경제는 ‘돈의 위기’를 극복, 이럭저럭 잘 꾸려왔다.

▲ <사진=TV조선 뉴스 캡쳐>

우리경제만이 위기일까

그런데 지금의 경제위기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이 대두되어 아무런 책임도 없는 민초들마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한국경제가 북풍한설(北風寒雪) 찬바람에 갈 곳 없어 이빨 다 빠진 늙은 호랑이에 비유되기도 한다.
경제만이 아니다. 국가안보도 6.25 이후 가장 위기에 봉착했다고 보는 안보전문가가 있다. 한반도의 평화장치가 모두 효능을 상실하여 김정은이 핵무기를 가지고 무슨 짓을 해도 속수무책이라는 말이다. 또 겁에 질린 미국이 자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북의 인민공화국과 어떤 타협을 해도 우리는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으니 한미군사동맹도 제구실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안보의 위기를 넘어 생존의 위기라고 보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이에 대한 나의 질문은 ‘과연 그럴까’이다.
우리경제의 위기는 우리만의 문제인가. 전 세계가 다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데 세계가 다 함께 겪는 일을 왜 우리만 겪고 있는 것처럼 과장하여 국민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가. 이는 잘못이라고 본다. 오히려 위기극복의 건설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전 세계에 전파해야 한다고 믿는다.
안보문제도 그렇다. 지도자들이 ‘중국에 붙을까’, ‘미국에 붙을까’를 심사숙고하다가는 정말 위기에 직면한다. ‘한국은 무엇을 위해 존재 하는가’를 분명하게 하면 조만간 중국도 미국도 우리의 손을 잡으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두 나라가 다 믿을 수 있는 한국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길은 우리 앞에 있다. 태극기가 상징하는 자유 민주주의의 길이 우리들의 길이다. 한국=자유민주주의, 이것 하나만을 위해 부정과 부패를 제거하고 전진하면 ‘승리는 나의 것’이 될 것이다.

남조선 불바다면 김정은 자네도 그날로…

사람이란 협박, 공갈을 당할 때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일본 초·중등학교에는 이른바 ‘이지매’(왕따)가 빈번하여 자살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요새는 우리나라도 왕따가 많아져 피해자가 속출한다고 들었다.
일제 때도 공부는 안하고 역도로 몸을 단련하여 누가 봐도 우람하게 생긴 녀석들이 소수 있었다. 그들은 얌전한 학생들을 괴롭혔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극심하지는 않아 학교폭력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곧 90이 되는 노인이 살아오면서 체험한 독재자들은 대개 협박과 공갈로 그들의 권력을 유지해 왔다. 히틀러, 무솔리니가 그런 인간이고 스페인의 프랑코와 소련 스탈린도 비슷한 체질의 독재자들이다. 영국 수상 체임벌린(1869~1940)은 귀족 출신으로 히틀러 같은 악질적 독재자를 달래보려고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협박, 공갈이 먹혀들어가는 줄 알게 되면 독재자의 횡포는 더욱 심해질 뿐이다. 북한 독재자들이 외세에 힘입어 권력을 장악한 뒤에는 더욱 심하게 사악한 전술을 구사해 왔다. 숙청이라는 이름으로 반대파를 대량 제거하면 나머지는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따라 간다. 공포심은 인간의 생존을 질적으로 저하시키지만 독재자는 그렇게 해서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 그리 않으면 제가 죽어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 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재자들이 대개 비겁하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우리가 눈으로 본바와 같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시궁창 같은 곳에 숨어 있다가 끌려 나와 재판 받는 꼴은 정말 비참했고 리비아의 카다피가 시멘트 송수관에 숨어 있다가 끌려 나와 총 맞아 죽는 것을 보고 그가 유엔 총회에서 호언장담한 것이 무가치한 것임을 깨닫게 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가 “남조선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 공갈한지 오래이다. 남조선이 불바다가 되는 날 김정은도 그 불바다 속에서 함께 죽어야 하는데 그 자가 그렇게 죽을 각오가 돼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래서 그가 핵을 주제로 협박할 때마다 이렇게 나의 뜻을 전한다.
“자네가 핵무기로 먼저 우리를 때리면 나와 내 동지들이 먼저 죽을 것이지만 자네도 동지가 몇이나 되건 그날로 목숨이 끝날 줄 알아야겠네.”
이렇게 보면 김정은의 협박, 공갈로 대한민국이 곧 무너지지는 않는다고 믿는다.

▲ 49명의 사망자와 53명의 부상자를 낸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 동성애 클럽 총기난사 사건. <사진=TV조선 20160613 캡쳐>

너무 끔찍한 미국 Orlando 참사

미국 플로리다 올란도에서 빚어진 참혹한 두 가지 불상사가 우리를 비통하게 만들었다. 하나는 동성애자들의 술집(Gay bar)에서 벌어진 총기사고로 49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병원으로 실려 간 부상자가 50명도 더 된다고 한다. 2001년 9.11테러 이후 가장 참혹한 테러사건이라고 전 세계가 들끓고 있다.
또 하나는 올란도의 Walt Disney World에서 벌어진 참사로 두 살짜리 어린이가 투숙한 호텔 근처를 엄마 아빠와 산책하다 물가에서 악어에 납치된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이다. 이 두 가지 사건 모두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 비극이다.
올란도(Orlando)는 유명 관광지로 50년 전 친구 두 사람과 구경 갔던 아름다운 도시로 야경이 뛰어나 밤경치를 둘러 본 적이 있다. 그때 관광버스 운전기사는 태평양 전쟁에 참전한 용사라고 자랑하며 백화점이 즐비한 지역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저 휘황찬란한 지역이 본래 늪지대였습니다. 제가 입대하기 전 거기에 2에이커쯤 땅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전쟁이 끝나 돌아오니 늪지대가 곧 개발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날은 오지 않고 애인은 결혼하자고 졸라 고민 끝에 땅을 헐값에 팔아 비싼 애인을 샀습니다. 제가 결혼한 뒤에 개발이 시작되어 땅값이 치솟아 아마 땅을 팔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면 백만장자가 됐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야간에 관광버스를 운전하는 신세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말입니다.”
그러고는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돈은 없지만 ‘Sweet, sweet home’이 있고 아름다운 아내와 아들딸과 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번 사건을 보면 아프가니스탄 출신 미국시민 오마르 마틴(29)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분명하다. 그는 IS에 대한 맹세를 하기 이전부터 동성애에 빠진 사람들을 극도로 증오하여 남자끼리 사람들 앞에서 키스하는 것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그에게만 있는 것 같지 않다. 그의 정신질환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른 책임의 일단이 ‘Gay bar’에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3호 (2016년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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