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아픈 기억으로부터 해방 못해

광복(光復) 71주년
위안부, 끔찍한 기억들
아직도 아픈 기억으로부터 해방 못해

글 / 裵興稷(배흥직) 목사 (안동, 慶安老會 功勞 목사)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1년의 장구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누군가는 그 시절에 겪었던 끔찍한 기억에서 해방되지 못한 채 아픈 기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이야기다.

위안부 피해문제 근본해결까지 행동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에 사는 올해 여든아홉의 이용수(李容洙) 할머니도 그 중의 한 분이다.
“그 많던 피해 할머니들도 이제 다 돌아가시고 이제 몇 사람 안 남았어요. 우리 모두가 사라져도 위안부 피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이 할머니는 고령이지만 위안부 피해 해결을 위해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7년 7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문 채택을 위해 미국 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했고, 1993년 8월에는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 ‘숨결’에 출연하기도 했다. 또한 매주 수요일이면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시위에도 참가한다.
이 할머니는 2000년 9월 위안부 피해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공로로 미국 인권상을 수상했다. 2011년 11월 13일, 대구 동신교 아래 신천 둔치에서 열린 대구시민들과의 만남에도 참석하여 시민들에게 얼굴을 내 보이기도 했다.

아직도 일본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때(일제시) 생각을 하면 너무도 분하다”는 이 할머니는 1928년 대구에서 태어나 17세 때인 1944년 늦가을 어느 날 밤 일본군에 의해 무조건 끌려가 기차에 탔다. 집으로 보내달라고 애원했지만 돌아온 것은 전기고문과 구두발길 뿐이었다.
이 할머니는 대만의 한 위안소로 끌려가 그곳 주둔 일본군인들로부터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많은 고초를 겪었다. 그 뒤 조국이 해방되어 고향 대구로 돌아왔지만 지금껏 혼자 살고 있다.
이 할머니는 지금도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교과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일본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이 할머니는 일본의 공식사과 보다도 입법을 통해 위안부 피해문제를 인정하고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할머니는 자신이 겪었던 과거의 너무 끔찍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지만 문제해결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이유를 “지난 일을 어중간하게 짚고 넘어가면 언제든지 다시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피해 할머니들이 단순하게 보상을 받거나 말거나 일본으로부터 과거에 대한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관련법이 제정돼야만 앞으로 이런 일을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를 위해 국민의 관심이 높은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대구, 경북 생존자 8명 할머니

전국 위안부 피해로 등록된 할머니는 234명이나 생존자는 70명에 지나지 않는다. 대구에는 5명, 경북에는 3명의 피해자가 있지만 모두가 과거의 쓰라린 상처를 안고 어렵게 살아간다.
지난 2011년 10월 13일, 대구 동신교 둔치에 시민 1000명이 모인 행사에 이용수 할머니 외에 이선옥(李仙玉·88) 할머니, 김분이(金粉伊·88) 할머니가 참석했다. 모두가 여든이 넘은 고령 탓으로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에 의지하여 참석했다.
당시 시민들은 열렬한 박수로 환영하면서 보다 가까이서 보고자 무대 앞으로 몰려왔다. 주최 측은 질서유지를 위해 진땀을 흘렸다. 여학생들이 일어서서 외쳤다.
“할머니, 남은여생 건강하세요. 우리들은 할머니들이 오래도록 사시기를 빌고 뵈옵기 위해 왔습니다.” “앞으로 우리들이 할머니를 위해 무엇을 할까를 생각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어느 시민은 “그 어렵고 두렵던 시절 평생의 상처 받은 기억, 우리도 기억하면서 남은여생 행복을 빕니다”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3호 (2016년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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