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반성, 사과
일본, 독일을 본받으라

글/황원갑(소설가, 역사연구가)

70년 전 나치 친위대원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경비병으로 일했던 94살 라인홀트 한닝이 유대인들에 대한 대규모 학살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독일 정부는 나치 부역자들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끝까지 찾아내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는 입장이다. 독일은 또 아우슈비츠 수용소 운영에 관여한 이들에 대한 재판 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독일 헤센주 정부는 지난 1963~1965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진행된 아우슈비츠 재판 관련 문서 454건, 녹음물 103건을 이미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이처럼 전쟁범죄 가해자인 독일이 기록 보존에 나선 것은 과거사 지우기에 몰두하는 일본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일본은 과거사 사과는커녕 전쟁범죄 자체를 부정하고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가의 기록 등재에 지속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일본의 지식인 가운데 양심적인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일본의 전과에 대한 책임 회피를 비판했다. 그는 “(2차대전) 종전 후에는 결국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이 돼 버렸다. 잘못한 것은 군벌(軍閥)이며 천황(일왕)도 이용당하고, 국민도 모두 속아 지독한 일을 겪었다는 것”이란 말로 일본인의 비양심을 꼬집었다.
오에 겐자부로도 그에 앞서 반성하는 말을 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이후 26년 만인 1994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일본이 특히 아시아인들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일본에는 이런 양심적인 문인들이 매우 드물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린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대표적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지난해 일본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네덜란드 여성을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한 것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가 세계에 퍼지면 큰일”이라며 “급히 손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안부와 강제 연행은 없었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 같은 세계적인 작가도 결국은 일본제국의 만행을 반성하고 참회할 줄 모르는 일본 지식인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딱하고 한심하다. 일본인들은 어찌하여 자기 나라의 잔악한 전쟁범죄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죄할 줄 모르는가.
그런가 하면 ‘모방범’ ‘화차’ 같은 대중소설로 우리나라에도 독자가 많은 미야베 미유키도 시오노 나나미와 비슷한 사고방식의 일본 지식인이다. 전쟁을 일으킨 자기 나라의 책임은 뒷전에 제쳐두고 자기들이 받은 전쟁 피해만을 강조하고 있다. 미야베는 일본이 한국과 만주를 점령하여 무한한 고통을 주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수백만 명의 무고한 생명을 참혹하게 죽인 전쟁범죄를 일으킨 역사를 모를 턱이 없다. 선전포고도 없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여 미국에게 도발하고, 결국 그 대가로 원자폭탄 공격을 당해 무조건 항복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일으킨 천인공노할 인류사적 죄악은 외면한 채 자기네가 당한 피해만 강조한 것이다.
정부 수뇌부를 포함한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이란 사람들이 이 모양이니 일본은 언제 역사를 바로 보고 인류애의 본질적 양심을 되찾을지 정말 걱정스럽다. 작가에게는 조국이 있지만 그 조국의 잘못된 과거까지 감싸려 들어서는 안 된다.
일본은 독일을 본받아야 한다. 독일이 전후 어떻게 반성하고 사죄했는가를 똑똑히 보아야 한다. 독일은 역대 정치지도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나치정권의 죄악을 진심으로 사죄하고 가해자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런데 일본은 어떤가. 지금까지 진심어린 반성과 사죄를 하지 않고 있다. 자기들의 전쟁범죄에 대한 응징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만을 강조해왔다.
특히 일본의 우익인사와 언론은 독일을 보고 배워야 한다. 독일의 진심어린 반성과 진정어린 사죄를 본받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상식을 배워야 한다. 일본의 대표적 우익지 요미우리신문은 사설에서 “위안부 강제연행 증거자료도 발견되지 않았고 위안부의 증언밖에 없다”며 “위안부를 강제 연행했다는 오해의 확산을 막기 위해 1993년 고노 담화의 재검토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일본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과거사 지우기도 계속하고 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으로서 과거 침략전쟁의 잘못을 부인하고, 패전의 책임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반역사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극우파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고 묻는다. 참으로 황당무계하고 어처구니없다. 아직도 이 세상에 살아 있고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들이 그 증인이다. 이처럼 살아 있는 증인 말고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하단 말인가.
우리는 일본이 진정성을 가지고 과거사를 반성하고 사죄하도록 지속적이며 다각도로 촉구해야 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4호 (2016년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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