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풍월 최서윤 기자] “엄마, 나 강아지 사 줘.” “알았어, 사 줄게.” 지난달 CJ CGV 등에서 개봉한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 속 대사다. 영화 뿐 아니라 아직까지 우리나라 정서상 부모와 어린 자녀 사이에 이 같은 대화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 8월 31일 국회에서는 '동물보호법 개정을 지지하는 시민-네티즌 대토론회'가 열렸다(사진=경제풍월).

강아지는 정말 장난감처럼 사야 하는 물건일까? 동물에 대한 인식이 점점 달라지고 여러 문제점들이 제기되면서 한 때 개와 고양이 등 구입 장소로 여겨진 충무로 애견거리의 애견센터들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반려견, 반려묘들은 여전히 ‘지켜줘야 할 동물’이 아니라 ‘집을 지키는 동물’, 또는 갖고 노는 ‘애완동물’로 취급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국내 형법도 반려동물을 ‘재물’로 보고 ‘재물손괴죄’를 적용시키고 있다.

복날을 중심으로 매년 제기되는 보신탕 논란과 최근 불거진 강아지공장 논란은 동물보호단체와 육견협회 간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부터 속속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대 국회에서는 지난 7월 7일 홍의락 의원을 시작으로, 11일 새누리당 이명수·이채익 의원, 8월 11일 정부, 19일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 22일 황주홍 의원, 25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30일 한정애 의원, 31일 표창원 의원 등이 관련법을 발의했다. 이 중 개를 사육하는 축산업계의 강한 반발을 야기한 것은 표창원·한정애 의원의 법안이다.

표 의원의 법안은 현행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하는 동물학대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해 처벌의 실효성을 강화했다. 반려동물의 택배배송과 반려동물에 대한 제왕절개·거세 등 자가진료를 금지시키고, 누구든지 피학대동물을 긴급구조해 격리조치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동물학대죄의 형량 상향조정 및 벌금액의 하한을 정함과 더불어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과 피학대동물에 대한 몰수형을 신설했다.

한 의원의 법안은 반려동물 생산업을 비롯한 관련 업종들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와 함께 불법 영업장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고, 무자격자에 의한 반려동물의 진료 및 수술을 금지토록 하는 등의 내용을 추가했다.

국회에서는 지난달 31일 관련법 통과를 위한 토론회도 열렸다.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동물유관단체대표자 협의회(동단협)’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이들은 정기국회 때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대한육견협회 등 축산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토론회가 진행된 날 국회 앞에서는 “반려견과 식용견은 엄연히 다르다”며 업계 관계자들의 항의 집회가 이어졌다.

▲ 31일 국회 인근에서는 생존권을 위한 '개고기 합법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항의 집회가 열렸다(사진=경제풍월).

이들은 개정안을 주도하는 의원들이 더민주에 많다는 점을 들어 “국민보다 개 복지가 우선인가? 사육농민의 생존권을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또 “개는 가축”이라며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등재하고,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전에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SBS ‘TV동물농장’과 동물협회를 통해 공개된 강아지공장의 주인도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해 법안 통과 이전에 대안 마련이 우선이라는 반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이 합의점을 찾으면서 동물들의 권리찾기를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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