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명예, 돈까지 밝혀
선출직 특권, 부정청탁 ‘예외’ 입법사고

대한민국 최고 ‘상팔자’
권력, 명예, 돈까지 밝혀
판·검사, 변호사, 재벌가 ‘돌연변이’ 속출
선출직 특권, 부정청탁 ‘예외’ 입법사고

▲ 진경준 검사장이 넥슨 측으로부터 공짜 주식 등을 받은혐의로 지난 17일 구속됐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된 것은검찰 역사상 처음이다.

대한민국 최고 상팔자, 사법고시 거친 판·검사와 변호사들 돈 밝히다가 구속된 사건들 보며 국민이 분통해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권력, 명예에다 국가·사회적 최고수준의 예우에 한 점 모자람이나 아쉬울 것 없는 엘리트 집단의 부패 타락 악취가 나라를 요동치기 때문이다.

엘리트 세계의 무법, 독선, 야비한 얼굴

현직 검사장 진경준(49)씨의 구속기소를 지켜보는 심정이 참담하다. 좋은 머리로 높은 벼슬에 올라 출세와 성공모델로 추앙받을 양반이 뭣 때문에 돈 밝혀 패가망신하고 좋은 친구마저 감옥으로 끌어들였는가.

▲ 넥슨 김정주 회장

고위 공직자 재산등록 신고 때 무려 126억원의 재산가로 모두를 놀라게 했었다. 알고 보니 법대 친구 넥슨 김정주 회장한테 공짜 주식 4억 받고 고급 승용차와 해외여행 경비마저 얻어냈다. 절친한 사이지만 순전히 맨입으로 이 같은 거액을 주고받았을까.
내 돈, 처가 돈으로 주식 샀다고 거짓말 하다가 친구 돈이라고 실토한 과정이 너무 부끄럽지 않는가. 넥슨 김정주 회장은 대한민국 성공인 표상에서 “평생 잘못을 지고 살겠다”는 심정을 밝히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엘리트 스타 검사 홍만표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구속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원정도박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회장의 변론 관련 구속 기소됐으니 역시 돈 밝히다 추락한 경우이다.
서울남부지검 김홍경 검사가 33세의 젊은 나이에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다. 직속상사 김 모(48) 부장검사의 폭언, 폭행 등 인간학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죽음으로 항변한 사건이다. 어찌하여 최고 엘리트 세계에 이런 무법, 독선, 야비한 인간학대가 존재한다는 말인가.

엘리트 칼자루 돈 밝히면 아무도 못 살아

▲ 우병우 민정수석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각종 비리혐의가 연일 폭로되고 있다. 아직은 확인되지 않은 언론차원의 고발이지만 연일 정치권에서는 자진사퇴와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우 수석은 딱 부러지게 명확했던 엘리트 평판이 있었다. 그렇지만 민정수석의 기본역할에서부터 처가 부동산 관계, 농지경작 여부, 차명보유, 탈세혐의 등의 보도로 중책을 수행하기 어려울 지경으로 관측된다. 우 수석 본인이 매우 억울하다고 강력 항변하니 언론보도 만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한다.
문제는 사법고시로 출세하여 지위와 명예가 넘쳐나는 최고 엘리트 집단들이 왜 이토록 돈에 집착하느냐는 말이다. 당초 사법고시 준비할 때 돈 벌겠다는 욕심이었던가. 아예 기업전선으로 나가 재벌이 되고자 노력할 것을 무엇 때문에 사법정의 편에 서겠다고 어려운 시험을 치렀는가.
칼자루 쥔 엘리트가 돈 밝히게 되면 누가 못 살게 되는지 모르는가. 칼 들고 돈 달라면 안 주고 배길 장사가 어디 있는가.
판·검사 벼슬이면 명예와 권위만 먹고 살아도 넘친다. 판·검사 자식 둔 부모세대가 어딜 가나 ‘우리자식’ ‘우리사위’ 자랑만으로 배부르니 돈 밝히지 않아도 효도하지 않는가.
판·검사들의 처가가 부잣집 인맥이라는 점도 우리네 눈으로는 미덥지 못하다. 고시 합격 후 부잣집 사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오랜 관행이라 잘못됐노라고 지적할 수는 없지만 누가 그들의 재산형성 과정을 일일이 조사할 수 있겠는가.

재벌혈통 속의 ‘돌연변이’ 유죄 속출

재벌가(家)에 전과자가 많은 것은 돈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돈이 많고 많아 넘치는데도 돈 욕심을 버리지 못해 횡령, 배임 저질고 감옥 가는 일이 잦아졌다.
요즘엔 세상이 달라져 유전무죄(有錢無罪)는 가고 오히려 ‘유전중죄’(有錢重罪)시대로 비쳐진다. 숱한 재벌 오너들이 감옥 다녀오고 지금도 수형생활 중이거나 재판 받고 있는 사례가 많지 않는가.
SK그룹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최근 가석방 됐지만 3년6개월형의 94%를 수형했으니 특혜시비 대상이 아니다. 롯데그룹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회 이사장은 면세점 입점로비 비리 관련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통곡구속’으로 기소됐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시한부 생명으로 비쳐질 만큼 중병을 앓으면서 8.15 특사를 애원하고 있다.
재벌가문 사람들이 돈 밝히다 감옥 가는 것은 ‘사업상’ 목적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시중에서 보기로는 허욕, 탐욕으로 죄가 될 수 있다.
재벌혈통에 수족처럼 부려먹는 운전기사를 못 살게 구는 인간학대가 잦은 것이 또 무슨 병인가.
현대가(家)의 3세, 현대BNG 정일선(46) 사장이 운전기사 폭언, 폭행으로 끝내 기소됐다. 지난 3년간 12명의 기사를 고용하면서 A4용지 140장 분량의 매뉴얼로 중노동 강요하고 폭언, 폭행해 왔다는 죄목이다.
정일선 사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4남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아들이니 천하의 근면, 소박한 근로자인 정주영 회장의 손자가 아닌가. 현대가의 인품에 비춰보면 그는 돌연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몽고간장에서 ‘황제노역’까지 줄줄이

운전기사 학대라면 국내 최고(最古)기업 몽고간장의 김만식 전 명예회장 사건을 끄집어 내지 않을 수 없다. 김 씨도 선친 따라 간장배달부터 몽고식품을 일으켰으니 밑바닥 생활을 체험했던 분이다. 그런 양반이 운전기사를 마치 가노(家奴)처럼 학대한 사실이 드러나 나이 든 세대들이 “노망하지 않았느냐”고들 비난했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김 명예회장은 즉각 사과하고 경영은퇴 했지만 아들이 경영하는 몽고식품의 회사 이미지 훼손은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몽고식품에 이어 대림산업 3세인 이해욱 부회장의 운전기사 폭언 폭행사건이 드러나고 현대 BNG 사장 사건도 밝혀져 기소된 것이니 재벌의 2~3세 혈통 속에 세상모르는 돌연변이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지방 토착 세력으로 지역 출신 향판(鄕判)이나 향검(鄕檢)과 어울려 한 세월을 희롱한 ‘황제노역’ 사건이 다시 생각난다. 대주그룹 전 허재호 회장이 일당 5억원의 노역형을 선고 받아 ‘황제노역’이란 비판을 받은 사건이다.
다시 최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둘째아들 전재용 씨와 처남 이창석 씨가 추징금 갚느라고 돈이 없어 노역형을 택해 ‘황제노역’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전재용 씨는 벌금 40억원 가운데 38억6천만원 미납으로 일당 400만원의 노역형으로 965일을 감옥에서 노역해야 한다. 이창석 씨도 34억2920만원 미납으로 857일간 노역장 유치생활을 하게 됐다.
어찌 보면 나라의 체면이 부끄럽고 전직 대통령가 자식들의 처신도 말이 아니라는 소감이다.

부패타락 방지는 정치권부터 먼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을 두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합헌으로 판결했는데도 접대문화 망가지고 화훼농가와 축산농가 다 죽인다고 야단이다. 또 언론인과 사학 교직원들도 처벌대상에 포함되어 ‘언론통제법’이라는 지적도 있고 배우자의 신고의무와 불고지죄(不告知罪)로 ‘가정파괴’하고 국민 불통(不通)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패공화국 이미지 개선을 위해 부정청탁 금지하고 금품수수 처벌하겠다는 법을 거부할 수 없다. 문제가 되는 조항이라면 부정청탁의 본산으로 지목될 수 있는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예외규정’을 탓해야할 것 아닌가.
지난 19대 국회가 여론에 밀려 입법하면서 자기네들에게 적용될 ‘이해충돌방지’ 규정 몽땅 삭제하고 선출직 공직자들의 민원고충 전달행위를 예외규정으로 빼돌려 정치권 내부에서 마저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판·검사와 변호사들의 돈 밝히는 행위, 재벌혈통의 갑질행태 등에 이르기까지 국가 사회의 부패와 타락의 원류가 어디일까. 바로 정치권 아니고 무엇인가. 선출직이라는 특권의식으로 무한군림하려는 국회의원, 지자체장, 지방의회 의원들보다 우월적 특권지대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들이 입법권을 독점하여 김영란법을 제정할 때 당초 국민권익위가 마련한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삭제한 까닭이 너무나 뻔하지 않는가. 이 법이 경제와 농어민에게 피해를 끼칠 부문은 오는 9월 28일 시행에 앞서 시행령으로 보완할 수 있겠지만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법 취지는 강력히 살려가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5호 (2016년 9월호) 기사입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