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조 장군, '대통령 발언’에 반론
‘군은 명예롭게 나라에 목숨 바쳤다’

국군은 ‘국민의 군대’
국토방위보다 신성한 의무 없다
권해조 장군, '대통령 발언’에 반론
‘군은 명예롭게 나라에 목숨 바쳤다’

▲ 군사외교 전문가 권해조 장군. <사진=경제풍월DB>

대한민국 국군은 어떤 존재인가. 국군은 침략자로부터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나라에 목숨을 바치는 집단이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이 평통 자문회의에서 국군의 명예와 자존심을 여지없이 추락시킨 발언을 한 후 예비역 장군들은 너무나 실망하여 할 말을 잊고 있다.
군사외교 전문가인 육사 24기 출신 권해조(#權海兆) 장군(준장)은 북의 미사일과 핵실험이 한반도 안보를 뒤 흔들고 있을 때 왜 대통령이 국군의 사기를 꺾는 발언을 함부로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심정을 밝힌다.

자랑스러운 국민의 군대

▲ 권해조 장군의 생도시절 모습. <사진=권해조 장군>

권 장군은 야전 지휘관을 거쳐 여러 해외공관에 파견되어 무관으로 군사외교를 익혔으며 현재는 한일군사문화 학회장과 육사 총동창회 운영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권 장군은 국군 통수권자의 발언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예비역 장성들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바탕으로 “감히 대통령 말씀의 잘못을 바로 잡고 싶어 소견을 밝힌다”면서 경제풍월 인터뷰에 응했다.
“대통령 발언은 이 땅을 지키다가 산화한 호국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다. 국민과 국군과 헌법을 모독하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폄하했으니 어떤 해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국민과 국군에게 사과하고 철회해야만 한다”
이렇게 예비역 장성이 국군 통수권자에게 발언을 취소, 사과토록 요구하는 것이 통상의 경우일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는 대통령이 알 수 있는 일이다.
“군대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라고 했는데 60만 장병들의 인생이 썩고 있다는 말인가. 군에서 국토와 국민을 지키고 있는 자랑스러운 의무를 어찌 썩힌다고 말할 수 있는가.
복무기간 단축을 대통령 마음대로 결정해도 좋은가. 북한 인민군의 복무기간이 최소 5년을 넘는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병역 기피 많고 국적 포기자가 늘어나고 있는 시기에 마치 대통령이 젊은이들에게 군대 가지 말라고 일러 준 꼴이니 나라가 어찌 되겠는가. 한국청소년 개발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전쟁이 나면 참전하겠다는 중·고 대학생이 고작 10.2%로 나타났는데 대통령이 “군대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라”고 했으니 국가비상사태가 아니고 무엇인가.

병역의무를 정치이용 말라

어깨에 별 달고 거들먹거리며 “국방비는 떡 사 먹었나”라고 물었는데 정말 기가 차고 눈앞이 캄캄할 지경이다. 그동안 신형 장비로 전력증강하고 고도의 훈련으로 적의 침략, 침투를 막아 낸 비용은 무엇이란 말인가. 더구나 나라경제가 어려웠던 시기에는 국방비가 모자라 미국의 군사원조에 기대 왔던 사실을 모르는가.
“미국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형님 형님 빽만 믿겠다”는 발언을 듣고 미국사람이 비웃지 않았을까. 김일성, 김정일의 침략을 한미동맹이 막아내고 경제개발에 전력투구하여 오늘의 대한민국이 탄생할 수 있었던 사실은 온 국민이 잘 알고 있는데도 대통령만 모르고 있는가.
“북한 미사일이 한국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단언하고 북의 핵실험 이후에 군사력 균형이 깨지지 않는다고 장담한 발언이 어디서 나왔을까. 김정일이 마음 내키는 대로 언제든지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현실적 압박과 위협을 왜 두둔하려는가.
참다 못해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가 성명을 통해 5가지를 요구했다.
① 신성한 병역의무를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② 대통령은 우리의 안보현실을 오도하지 말라 ③ 역대 국방장관들이 직무유기 했느냐는 발언을 즉각 취소하라 ④ 전시 작통권 환수 논의를 중단하라 ⑤ 한미동맹을 더는 상처주지 말라.
이 같은 성우회의 충정어린 성명발표에 대해 대통령은 아무런 답변이 없다.

▲ 연대지휘소 연습 모습. <사진=권해조 장군>

국군은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

권 장군은 헌법에 규정된 국군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국군은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할 뿐 정부나 정당에 신명을 바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국군은 대한민국이 건국되자마자 아무런 준비 없이 김일성의 남침을 받아 많은 희생으로 이를 물리쳤다. 그 후 끊임없는 도발과 침략야욕을 분쇄하여 국가경제 건설로 통일을 지향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 발전시켰다.
우리 군 내부에서도 행정제도의 도입, 특기병 양성, 국토건설 등으로 국가발전에 직접 기여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세계 도처에 PKO 파견 등으로 세계평화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 군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극복해 낸 고난과 역경이 얼마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국군은 국방비 규모가 GDP의 3%를 넘지 못하는 수준에서 성장해왔다. 이스라엘은 GDP의 5%, 싱가포르 5%, 북한 14%에 비하면 경제적인 군대로 발전해왔다고 비교된다.
아직도 군인은 민간인 보다 월등히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을 바친다. 휴가 중 사병이 사고로 순직하면 1억원이 넘는 보상비를 받지만 영내에서 순직하면 유족보상이 3천만원 수준이다. 지난 2천2년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하사관도 보상금 3천만원에 월 70만원의 유족 보상금이 지급될 뿐이다.

국토건설과 재난복구에도 참여

국군이 국가 재난극복과 경제건설에 참여하여 국위를 선양한 공적이 적지 않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과정에 군이 헌신적으로 참여한 사실은 당시 기록에 나와 있다. 전국의 전술도로 2천322km 신설과 3천869km의 확장에도 군이 선도적 역할을 맡았다. 각종 제방공사, 농경지 정리, 조림사업, 풍수해 피해 복구, 농촌 일손 돕기, 올림픽 경기 지원 등 군은 국가의 시책에 따라 온갖 지원활동으로 ‘국민의 군대’로서 소임에 충실했다.

▲ 월남 전 때 참전했던 권해조 장군과 동료들. <사진=권해조 장군>

지난 91년까지 군의 해외 유학생이 2만6천명에 달한다. 통신, 건설, 수송, 전기 분야 특기생 양성교육이 기술 인력을 대량 배출하여 사회로 진출했다. 그러므로 국방비는 국가안보를 위한 최소한의 보험료이며 그 과실은 다시 국민경제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다.
권 장군은 1969년 육군 중위로 월남전에 참전하여 월급 105달러를 받았다. 이 중 90달러를 의무적으로 본국에 송금했다. 이때 참전용사들이 보낸 외화가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동티모르, 이라크 등에 파견된 군도 국제 자유평화의 십자군 역할로 국위를 선양하면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영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6·25 침략을 군인의 피로 격퇴

육군사관학교는 1946년 5월 1일 창설 이래 62기까지 1만8천500명의 장교를 배출했다. 이들이 6·25전쟁과 월남전 등에서 빛나는 무공을 세우면서 전상자가 5천300명에 달했다.
생도 1기생은 277명이 6·25에 출전하여 86명이 전사하고 부상자는 부지기수였다. 또 4기생 207명 가운데 74명이 전사하고 10기생 262명 중 113명이 전사했다. 6·25 참전으로 태극무공 훈장을 받은 육사 출신이 20명이었다. 월남전에서도 20명이 전사하고 수많은 부상자가 생겼다.
육사 1기 임부택 장군은 1950년 7월, 충북 음성 무극과 동락리 전투에서 적 1개 연대를 섬멸시켜 전 장병 1계급 특진 신화를 기록했다. 이어 낙동강 신령전투에서 반격의 발판을 이룩하고 10월 1일 평양 입성, 10월 26일 한만 국경 초산에 진격하여 수통에 압록강 물을 담아 이승만 대통령에게 바친 전쟁영웅으로 2회의 태극 훈장을 받았다.
8기생 심일 소령은 6·25 초전, 춘천 북방에서 수류탄으로 적 탱크를 저지하여 태극훈장을 받았다. 10기생 김재명 장군은 1952년 7월, 동해안 351고지 탈환작전으로 육군대학 교재에 올랐다. 당시 5사단 35연대가 5회, 27연대가 8회나 공격했지만 사단의 가용병력은 겨우 2개 중대만 남았다. 작전장교 김재명 대위가 야간공격으로 끝내 고지를 탈환하는 전공을 세웠다. 이때 함포와 사단포가 351고지를 맹타하여 350고지로 1m나 산 높이가 낮아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7기생으로 6·25에 참전하여 압록강변 풍장지구 혈투에서 중공군 포위망 폭파작전에 뛰어난 전공을 세운 이대용 장군은 월남이 패망할 때 경제담당 공사로 최후까지 남아 교민들을 무사히 철수시켰다. 이 장군은 그 뒤 베트남 공산당 보위부에 체포되어 북한 요원의 회유와 협박 등 온갖 고초에도 4년 7개월간이나 투옥생활을 참고 확고한 국가관과 참된 군인정신으로 온 국민을 감동시켰다.
나라가 위급해 졌을 때 군인은 목숨을 바쳐 국토와 국민을 지킨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참전용사들의 조국애와 국가관을 일일이 기록할 지면이 없다. 군 출신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및 각계각층으로 진출한 국가 지도급 인사들의 공적을 어찌 말로써 다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국민의 눈에는 별 달고 거들먹거리거나 국방비로 떡 사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고 김일성의 침략 격퇴와 1.21사태, 무장공비 침투, 잠수정 침투, 땅굴 침략 등을 피 흘려 물리친 전공이 자랑스럽게 보일 뿐이다.

작통권 이양은 목수에게 집 맡긴 셈

전쟁을 억제하고 김정일의 남침야욕을 분쇄한 예비역 장성과 전직 국방장관들이 한사코 반대하는 전시작전통제권이란 무엇인가.
권 장군은 작통권을 미국에게 이양한 것은 “집 주인이 전문 목수에게 집 짓는 일을 맡긴 셈”이라고 풀이한다. 김일성의 기습 남침으로 허겁지겁 했던 1950년 7월, 이승만 대통령이 참전 16개국을 지휘 통제하던 맥아더 장군에게 한국군의 작전 통제권을 이양했다.
그 뒤 휴전 후 1954년 11월,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유엔군 사령관에게 이를 이양했다가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CFC)로 이양되었었다. 그러나 94년 12월 평상시 작통권은 한국 합참의장에게 이양되고 한미연합사는 전시에 지정된 한국군과 미군의 작전을 통제하면서 정규전을 책임진다.
연합사는 양국의 합참의장으로 구성된 한미군사위원회를 통해 작전을 지시하지만 2군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는 제외된다. 작전 통제권 환수는 곧 CFC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동맹 와해를 뜻한다. 만약 작통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때 전시에 동원되는 미군을 한국이 지휘 통제해야 한다는 뜻인데 미군이나 미 공군이 이를 수용할 까닭이 없다.
미군은 6·25에 참전하여 3만3천600명의 전사자와 부상자 10만3천명 이라는 희생을 겪었다. 1950년 미 육사 졸업생 가운데 365명이 참전하여 110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 같은 혈맹관계를 무시하고 반미, 친북자들이 득실거리는 시기에 작통권 환수를 서두는 것이 무엇 때문인가.

▲ 태국 훈장 수상 후 기념사진. <사진=권해조 장군>

국방비는 전쟁예방 보험성격

육사 24기로 임관된 권 장군은 6·25 격전지인 강원도 철원지역 소대장으로부터 월남 맹호부대, 경기 연천, 강원 인제 등 야전부대 지휘관을 고루 역임했다. 국방대학원 안보전공 석사과정을 마친 후 한미연합사, 군사령부 근무를 거쳐 참전국인 태국 대사관과 일본 대사관 국방무관으로 근무하며 군사외교의 중요성을 익혔다.
권 장군은 이무렵 “무관 한 명은 군단병력에 필적할 수 있다”는 나폴레옹의 말을 실감했노라고 한다.
권 장군은 육사시절 “국가와 민족을 위해 생명을 바친다”는 신념을 쌓았다. 초급장교 시절 10여 차례나 이사를 다니며 근무했고 자녀들도 여러 학교로 전학을 다니며 공부했다. 권 장군은 유독 자신만이 전후방 곳곳으로 이사 다니며 근무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군은 명령에 따라 언제든지 근무지를 옮기고 새로운 보직에 충실하면서 오직 배운 대로 나라와 국민에게 충성하는 정신으로 일생을 다하게 된다.
권 장군은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육사 총동창회를 대변하고 우리 군의 사기와 명예를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은 심정으로 인터뷰에 나왔다고 해명한다. 특히 군사외교 전문가로써 권 장군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국방비를 사용하는 군이 전쟁을 억제시켜 평상시에 군이 놀고먹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나라의 태평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국방비로 떡 사먹었느냐”고 함부로 비난할 것이 아니라 군이 있어 전쟁이 나지 못하게 막아주는 것이 바로 국방비의 효율이라는 뜻으로 들린다. 2007년 새해에도 군이 국방비를 활용하여 북의 도발을 예방해주면 국민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90호(2007년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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