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누드 시리즈' 등 70여 점 선보여

1970∼90년대 한국 구상 계열 사실주의 서양 회화 재조명

[경제풍월=왕진오 기자] "내 그림은 일종의 오브제로서 마음속에 잔재해 있는, 인간 누구나가 가질 수 있는 느낌을 표현한 것."

▲ 손수광, '여인'. 캔버스 위에 유화, 110.5 x 161cm, 1974.(사진=아라리오갤러리)

한국 근현대 구상회화를 대표하는 작가 손수광(1943∼2002)이 생전의 자신의 작업 기존 구상회화와는 다른 변화를 보여준 것에 대해 설명한 말이다.

한국미술계에 잊혀져가는 이름인 구상화가 손수광의 작품으로 구상화에 대한 담론을 재기하고자 꾸려진 '손수광'전이 20일부터 충남 천안시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막을 올린다.

이 전시는 작가 살아생전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과의 오랜 인연과 예술적 교류를 기림과 동시에, 사후에도 지속된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지지와 애정에 기반을 두어 마련됐다.

손수광 작고 이후 최대 규모의 전시로 마련된 전시에는, 그의 사후 처음으로 공개되는 미공개 작품들을 포함해 파리 거주 시절(1979∼1982)부터 귀국 이후 우이동 화실과 해인사 작업실 등지에서 제작한 작품 등 70여 점이 소개된다.

▲ 손수광, '무제'. 캔버스 위에 유화, 80.3 x 65.3cm, 1976년경.(사진=아라리오갤러리)

50,60년대 구상회화는 아카데미즘을 계승하고 사실주의 회화 경향을 드러냈다. 하지만 50년대 말 화단을 휩쓸었던 앵포르멜 열기와 60년대 이후 모더니즘의 전개 속에서 구상은 추상으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당대 한국 미술에서 서양화는 구상과 비구상이라는 이원적 개념 하에 편협하게 논의되었으며, 그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등장한 손수광의 회화는 단순히 당대 서양화 전통에 기반을 둔 재현적 구상 회화를 반복하기보다는, 서양화 전통 위에 작가 특유의 인간적 감수성을 강조하는 표현적 형상을 더했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 손수광, '무제'. 캔버스 위에 유화, 22.6 x 27.8cm, 1979-1981년경.(사진=아라리오갤러리)

그가 주로 다루는 풍경, 누드, 인물은 작가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섬세한 뉘앙스가 더해져 표출된다.

그리고 작가가 사용하는 색채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담아내는 유용한 수단, 즉 작가가 예민하게 감지한 두렵고 공허한 인간 실체를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손수광 회화 속 조형 패턴은 인물, 정물, 풍경과 같은 형상에서 일관되게 지속됐다. 회화에 대한 부단한 천착을 기반으로 한 그의 작품은 현대적 구상 회화의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됐다.

그의 회화 작품의 ‘대상’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형상이 아니라, 대상 너머의 보이지 않는 생각의 재현이라는 점에서 기존 구상회화와는 다른 변화를 보여 왔다.

▲ 손수광, '무제'. 캔버스 위에 유화, 53.5 x 53.5cm, 1988-9년경.(사진=아라리오갤러리)

이번 전시는 손수광의 1970∼90년대 회화작품을 집약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사후 처음 공개되는 누드 작품 시리즈를 소개한다.

전시를 통해 작가가 활동했던 당시 구상회화의 오랜 패러다임과 관념 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1970∼90년대 한국에서 꽃피웠던 특정 화풍과 재현 방식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는 2017년 1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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