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론’ 파격행보, 민생경제 ‘강한야당’
오너 압도 박지원 제3당 역할론 부각

이정현, 추미애, 박지원
비(非)오너 당수시대
‘머슴론’ 파격행보, 민생경제 ‘강한야당’
오너 압도 박지원 제3당 역할론 부각

▲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왼쪽부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 정치개혁’ 을,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 민생경제’ 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 박근혜 정부의 문제’ 를 각각 강조했다.

의회정치가 비(非) 오너 당수(黨首)시대를 맞았다. 3김시대 창당 오너의 전횡시대와 비교하면 당수의 권위에 의한 통치보다는 집단지도체제에 의한 관리형에 속한다. 공정거래법이 대기업집단을 총수가 있는 그룹과 없는 그룹으로 구분하는 방식과 비교하면 총수 없는 대규모 정치집단의 당수시대이다. 총수가 있는 그룹은 공정법이 규제하는 내부거래(內部去來)가 많은 점이 특징이다.

이대표, 머슴론으로 온갖 파격행보 이미지

새누리당 이정현(李貞鉉) 대표는 당내 대주주격인 영남권이 아닌 호남권의 소액주주에다 금수저, 흙수저도 아닌 무(無)수저로 치열한 경선을 거쳐 당선된 비 오너형이다. 비록 대통령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거치고 당 최고위원을 역임한 친박(親朴)이지만 오너세력의 후원보다 자신의 열정으로 자력갱생한 당수로 자부할 수 있다.
당대표 취임 후 머슴론을 앞세워 온갖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것도 이 같은 당선 배경을 말해주는 독자적인 브랜드 이미지다.
당대표 첫 무대인 지난 9월 5일, 국회 대표연설 내용도 파격적이었다. 김대중 집권시절, 과거 영남기반 집권당으로 호남차별하고 노무현 탄핵 주도한 사실에 대해 과감히 사과했다. 이어 호남과 새누리당의 연대, 연합정치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국회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하기 위해 시중에 나오는 ‘국해’(國害)의원론을 제기했으니 무수저 호남출신 집권당 대표로 결단성을 과시하지 않았느냐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70년 헌정사를 총정리하기 위해 국민위원회를 구성하여 정치를 개혁하자고 제안하고 사드배치, 사이버테러, 예산안 등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야당에 촉구했다. 이날 이 대표의 연설에 대해 여야의 전반적인 평가는 호평수준이었다.
이 대표는 전남 곡성 출신의 58세 3선으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는 동갑이다. 그러나 추 대표가 5선이라 ‘왕선배님’이라 호칭하며 입천장이 보일 만큼 파안대소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지금껏 집권당 대표가 보여주지 않았던 이 대표의 이 같은 파격적인 언행이 바로 웰빙체질의 새누리당에 정체되어 있는 묵은 이미지의 쇄신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추대표, 민생경제 앞세운 ‘강한야당’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秋美愛) 대표도 친노(親盧) 친문(親文) 주류의 조직적인 지원보다 ‘강한야당’을 외친 여성 특유의 저돌성으로 득표한 것으로 관측됐다. 추 대표는 ‘대구 세탁소집 딸’과 ‘호남 며느리’를 앞세워 영호남을 잇는 통합 리더십 공약으로 성공한 셈이다.
국제정치무대 위에 여성 리더십이 한껏 위세를 보이고 있는 시절이다. 야당 당수로는 박순천(朴順天) 대표 이래 한명숙, 박영숙 대표 등의 뒤를 잇지만 당내 경선을 통한 여성 당수가 된 경우는 추 대표가 처음이다.
당대표 취임 후 마포의 김대중도서관으로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것은 지정코스이지만 국립현충원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것은 종전 야당대표가 걷지 않은 길이었다. 또한 전두환 전 대통령과 JP를 예방하겠다고 일정을 잡은 것은 거의 파격이었다.
그러나 당내 반발로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계획은 취소하고 말았다. 화합과 통합정치보다 5.18이 걸림돌이었다. 다만 추 대표로서는 그 뜻을 명백히 밝힌 효과가 있었다.
지난 9월 6일, 추 대표의 첫 국회 대표연설은 예상과는 달리 민생(民生)경제가 핵심이었다. 사드배치에 관해서는 ‘무용지물’, ‘외교적 패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지만 당대표 취임 후 사드배치 당론채택은 계속 유보시키고 있다. 반면에 민생경제에 관해서는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실패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비상 민생경제 대책을 위해 대통령에게 긴급 회동을 제안했다.
또한 국무총리실 산하에 1,257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가계부채 영향평가제 도입을 주장했다. 더민주가 줄곧 강조해온 법인세의 정상화(인상)를 강조하고 10대그룹에 대해 고통분담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이밖에 ‘합의정치’를 강조하며 “야당이 양보할 것이 있으면 양보하겠다”는 약속으로 ‘강한야당’을 향한 그의 리더십의 폭을 과시했다. 이정현 대표의 머슴론과 추 대표의 양보론이 접근하면 앞으로 합의정치의 실현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걸 수 있는 대목이다.

제3당 역할 긍정, 남북정상회담 제안 실수

국민의당 박지원(朴智元) 대표의 경우 원내대표 경력이 풍부하지만 비대위 대표로서 제3당을 대표한다.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가 4.13 총선자금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 비대위 대표를 겸직하고 있으니 비록 호남권기반 맹주라 하더라도 비 오너 당수 신분으로 이정현, 추미애 대표와 동격이다.
박 대표는 제3당 역할론으로 국민의당 지위를 한껏 높여가는 노련한 수완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다. 사드배치와 관련해서는 일찍부터 당론 반대를 이끌어 내고 더민주당에게 당론채택을 압박해 왔다.
지난 9월 7일, 국회 대표연설에서는 나라의 모든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이라고 여지없이 공격했다. 대통령이 눈과 귀를 닫고 독선과 불통으로 분열과 갈등의 중심이라고 직격했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해임이 정치 정상화의 시작이라고도 말했다.
박 대표는 DJ정부의 햇볕론 전파자로서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토록 제안했다. 당시는 북의 제5차 핵실험 이전이지만 북측이 지속적으로 보여준 대남도발 상황과 비춰보면 결코 어울리지 않는 제안이었다. 사드문제에 대해서는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국회에 올려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찬성의견도 존중하겠다”는 뜻도 밝혀 다소 수정된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밖에 국가개조 프로젝트로서 개헌추진, 사법개혁 특위구성, 낙하산 인사 금지법 제정 등 정치현안에 관한 주장도 펼쳤다.
박 대표의 연설은 제3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창당주인 안철수 의원의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기본 틀에 비춰보면 비 오너 대표가 햇볕정책 계승자로서 역할에 너무 집착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박 대표는 손학규, 정운찬 씨 등에게 계속 러브콜하며 “누구라도 들어오는 대선 플랫폼 정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차기주자 경선을 둘러싼 국민의당의 큰 역할을 암시했다.

사드배치등 안보사항은 초당적 협력 필수

비 오너 당수시대 정치가 YS와 DJ 및 JP시대의 창당 오너와 가신(家臣)정치와는 다른 맛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비록 3당 대표가 모두 당 지배주주나 총수가 있는 그룹 회장격은 아니라고 보지만 새누리당은 ‘도로 친박당’, 더민주는 ‘도로 민주당’ 골격임은 부인할 수 없다. 당대표 외에 최고위원들마저 새누리당은 친박계, 더민주는 친문계가 독점하고 있으므로 결국 지배주주들에 의한 지배는 여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경우 도로 친박당이라고 하나 친박계의 유력주자가 없으니 외부인사 영입을 두고 비박계와 싸울 판국이다. 반면에 더민주는 확실한 문재인 전 후보와 비문(非文)계가 경선 룰을 두고 한판을 벌일 참이다. 국민의당은 제3의 길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안철수 대망론으로 결속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여야의 차기 주자는 아직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오리무중이다. 다만 차기집권을 믿고 있는 야권에 대해 사드배치 등 국가안보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반대투쟁하는 것은 집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이를 찬성하는 의미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민주의 경우 김종인 비대위 대표 리더십에 의해 4.13 총선에서 압승한 교훈을 살려야만 한다. 김 대표가 경제민주화 브랜드로 초빙됐지만 반재벌론으로 기울지 않았고 한미 FTA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지 않았다. 노무현 집권시절의 국책사업을 더민주가 반대한 것은 웃기는 노릇이다. 김종인 대표는 사드배치를 한미동맹 차원으로 해석하고 대안 없는 반대론은 안 된다며 당론채택을 거부했었다. 이제 ‘도로 민주당’이 되어 김종인 전 대표의 교훈을 파기하여 집권할 수 있겠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6호 (2016년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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