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功) 다투기
잘못된것 조상탓보다 오늘행복 조상덕

글/ 김연태 ㈜모두그룹 대표(전 한국건설감리협회장)

잘 된 일이 있으면 자기가 잘한 것이라고 하여 나의 공이요, 잘못된 것은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떠넘겨야 하니 조상의 탓이란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구기 종목에서의 공은 골프처럼 끝까지 자기의 공만을 갖고 진행하는 것과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평하게 한 번씩 교대로 갖게 되는 탁구, 테니스, 배구 등이 있다.
또한 축구나 농구처럼 능력껏 공을 다투어 공을 차지함으로써 기회를 더 갖는 종목이 있다. 이런 경우의 ‘공(Ball)’이란 다투는 것이 더 좋은 의미의 공일 테지만, 때론 좀 다른 의미의 ‘공(功)’을 서로 다투는 경우가 많다.
중국 고전에 보면 전쟁 중에 조양자는 진양이란 곳에서 적군에 포위되어 매우 위급 했으나 주위의 도움으로 포위망을 뚫고 살아난다.
후에 당시의 공에 따라 다섯 명에게 상을 내렸는데 고혁이란 자가 특별한 공도 없이 가장 큰 상을 받았다. 그러자 나머지 네 사람이 불만을 갖고 조양자에게 물었다.
“왕이시여, 고혁은 아무 공을 세우지 않았는데 왜 그에게 가장 큰 상을 내렸습니까?” 이에 조양자는 말하였다. “내가 곤경에 빠졌을 때 군신간의 예(禮)를 잃지 않은 사람은 고혁 뿐이었다. 위급해지니 나머지는 모두가 교만하였다. 당연히 고혁에게 큰 상이 가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그들의 입을 막았다.
작자와 연대 미상의 한 규중의 부인이 쓴 것으로 보이는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에 보면 규중의 일곱 벗인 바늘, 자, 가위, 실, 다리미, 인두, 골무가 바느질에서 모두 다 자기의 공만을 내세우며 싸우고 있으니 결국 규중 부인이 나선다.
칠우의 공으로 의복을 만들지만 그 공이 사람이 쓰기에 있으니 어찌 칠우의 공이라 하겠냐고 하였으니 바느질에서의 절대적인 공을 각자가 세우고도 공을 심하게 다투며 지나치게 자신의 공을 강조하다 결국 그 공은 사람의 공이 되고 말았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보면 한 공주가 몹쓸 병에 걸려 온갖 용한 의원이 동원 되었으나 백약이 무효인 채,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된다.
죽기 직전의 매우 급한 상황에서 왕은 마지막 수단으로 “공주의 목숨을 살리는 자는 공주와 결혼시키고 나라의 반을 주겠다”고 성 밖에 방을 붙인다. 마침 그 나라의 먼 지방에 희귀한 물건 하나씩을 갖고 있던 삼형제가 살고 있었다. 하나는 망원경을 갖고 있다가 이 방을 보고 형제에게 얘기했다. 둘째는 날을 수 있는 담요를 갖고 있다가 그 담요에 삼 형제가 타고 급히 날아갔다. 막내는 모든 병을 고치는 묘약 하나를 갖고 있다가 이 약을 먹여 공주가 살아난다.
문제는 공주가 살아난 그 다음이었다. 삼 형제 중 한 사람을 공주와 결혼시키고 나라의 반을 주어야 하는데, 셋 다 중한 공을 세운 사람들이니 난감하기 그지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망원경으로 방을 보지 못했다면 공주는 살리지 못했다.”고 큰형이 주장하니, “그렇지만 나의 모포를 타고 빠른 시간 안에 날아오지 않았다면 시간이 늦어 공주를 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둘째가 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막내도 지지 않고 “형들이 아무리 그래도 내가 갖고 있던 묘약이 없었다면 공주는 죽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보고 있노라니 왕은 답답했다.
모두의 말이 맞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공주를 셋에게 나누어 줄 수도 없는 일이라 한참을 고민하던 왕은 약을 가지고 있었던 막내를 선택 했다. 이유는 두 사람의 망원경과 날아다니는 담요는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한번 없어진 약은 다시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엊그제 추석날 두 아들네 내외와 손자 손녀가 모두 모였다. 차례를 지내며 조상님께 절을 올리는 과정에서 두 살배기 손녀가 옆에서 함께 엎드려 절을 하다 눈이 마주쳤다. 엎드린 채 돌아보며 ‘까꿍’ 하니 까르르 웃는다. 이런 모습을 보며 느끼는 이 커다란 행복을 순전히 조상님의 공으로 돌리고 싶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6호 (2016년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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