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0기준’ 무리없이 현실적용기대
‘더치페이’ 가 이변인 듯 아우성 꼴불견

‘김영란법’ , 반부패 첫걸음
초기혼란 과잉반응
‘3·5·10기준’ 무리없이 현실적용기대
‘더치페이’가 이변인 듯 아우성 꼴불견

▲ 김영란법이 9월28일부터 시행되고 국감까지 겹쳐 국회 본관 큰 식당에는 평소보다 이용객들이 많았다. <사진=경제풍월DB>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시행에 따른 초기단계 혼란, 우려, 불만 등 아우성이 지나치게 들린다.
언론은 사실보도 차원에서 일부 시행착오나 법 적용 기준에 관한 찬반 반응을 보도해야 하지만 법 시행 자체에 대한 거부와 반대를 옹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니까 사상 처음 시도하는 부정청탁 방지를 위한 엄격한 기준에 대해 과잉반응 단계로 참고 적응해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이변, 난리 등 과잉반응 아우성 꼴

이 법은 부정부패 근절로 투명, 정확, 청결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첫 걸음이기에 누구나 공개적으로 반대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런데도 지난 9월 28일자 법 시행 직후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국민생활 전반에 무슨 변란이라도 난 듯 야단법석 꼴이다.
회식모임이 줄고 친선 골프행사가 취소되고 축하용 꽃배달이 사라져 관련업계가 죽을 지경이라고 주장한다. 또 특권의 갑(甲)질 연례행사인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과 식당 좌석을 따로 잡고 장관이나 기관장들도 줄을 서고 각자 밥값을 계산하는 ‘더치페이’ 모습을 큰 뉴스처럼 취급한다. 대학교수들이 강연료 금액제한으로 외부특강을 끊고 외제차와 룸살롱 접대에 젖은 법조권력들도 당분간 술을 못 마시게 될 듯 하다는 예측기사도 나왔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민원행사 참석도 조심하고 그들의 보좌관들도 민원인들과 접촉을 기피하는 경향이며 교사와 학부모들과의 소통관계도 단절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현상이 모두 사실이라 한들 잘못됐다고 할 수 있을까. 고관대작이나 특권 의원들이 ‘더치페이’로 밥 먹는 모습이 무슨 이변(異變)인가. 억대 연봉 받고 가는 곳마다 초 VIP로 최고의 상전으로 대접받던 국회의원들이 이 법의 눈치를 보느라고 처음 연출해 낸 모습일 뿐이다. 공직자들 또한 과거처럼 박봉도 아니고 국민의 공복(公僕)으로 늘 허리를 굽혀 국민과 함께 봉사해온 자세가 아니었지 않는가.
한마디로 아직은 김영란법 시행 초기의 언론보도용 몸조심 행태가 아니냐 싶어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무수행, 미풍양속 해칠 우려 없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고급 음식점과 유흥업소, 비싼 선물이나 꽃 파는 업종의 초기단계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 법의 잘못이기 보다 오랫동안 부정청탁이나 뇌물관행에 젖어온 나쁜 관행 탓으로 돌려야 한다. 비싼 향응과 고가의 선물을 주고받는 관행이 대한민국을 부패공화국 이미지로 추락시킨 피해는 전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지 않는가.
이 법이 공직사회와 민간기업까지 원활한 직무수행을 어렵게 하고 친목과 사교 및 미풍양속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은 동의하지 않는다. 일부 부작용은 초기단계의 제한적인 현상으로 법 시행 이후 보완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국민권익위가 법 적용 범위를 안내하고 각종 언론이 부정청탁과 대가성(代價性) 기준에 관해 자세한 Q&A를 열심히 보도해 주었다. 일반 국민들은 그 Q&A를 자세히 읽지 않았지만 무엇이 부정청탁이고 어떤 내용이 대가성인지 지금껏 나타난 사례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다.
또 포상금을 노린 ‘김영란 파파라치’ 고발자들의 극성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수사당국이 무기명 고발은 접수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발표했으니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는 양측의 이해가 맞아 은밀하게 진행될 테니 ‘파파라치’에 의한 고발은 권장돼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기준에 대해 시비를 걸 이유가 없다. 음식점에서 3만원 메뉴 개발하고 선물가게나 꽃집에서 5만원 짜리로 포장 바꾸면 별 문제가 없다. 경조사비 10만원도 결코 적은 액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 대강 짚어보면 김영란법 시행으로 당장 무슨 난리라도 난 듯 아우성 친다면 분명 속셈이 다른 비정상 집단의 반발일 뿐이라고 생각된다.

적용대상 넓다지만 체험했던 사례들

이 법의 적용대상이 넓어 국민 400만명 이상이 해당된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우려하는 반응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초점은 국민의 이름을 팔아 권력을 행사하는 고위공직자들이고 일부 언론인과 교사 등이 포함된다.
이들 대상자들의 행동반경 속에 직무 관련성 때문에 민원과 청탁이 쇄도하므로 이 법의 예방보호를 받을 것이 현명하다. 물론 직무관련성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으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
법이 규정한 금품의 종류는 돈과 물품에서 상품권과 부동산 등 모든 재산상 이익이 포함되고 음식, 술, 골프 등의 접대, 교통과 숙박편의, 채무관계 면제, 일자리 알선, 이권제공 등 유무형 이익거래가 모두 금지대상이다.
부정청탁 행위 유형도 14가지로 규정되어 있다. 각종 인허가에서부터 행정처분, 형사벌 부과, 공직인사, 각종 수상과 포상, 계약자 선정이나 탈락, 보조금, 교부금, 기금이용 등에 개입하는 행위 각급 학교 입학성적 관리, 징병검사 등도 다 포함된다. 이 같은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주장할는지 모르지만 이들 유형은 지금까지 반복하여 일어났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사례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또 다른 유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앞으로 계속하여 신종 부정청탁도 규제대상에 올려야 한다.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추앙하는 미국의 경우 부당이득 및 이해충돌 방지법으로 부정부패를 다스리고 있지만 우리 국회는 아직도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을 거부하여 자신들을 성역의 위치에 두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선물 1회 20달러, 연간 50달러로 제한하고 있으니 김영란법 보다도 엄격하다. 일본의 경우도 공직자에 대한 접대비 기준이 5천엔이라고 하니 우리의 5만원 수준과 비슷하지 않은가.

반부패, 청결 대한민국으로 가는 첫 길목

이 법 시행 이후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은 밥값을 각자 계산하는 ‘더치페이’다. 지금껏 해외여행 등을 통해 더치페이 문화를 눈여겨보고도 우리사회는 특정인이나 민원인이 계산하는 것이 미풍양속인 듯 관행으로 여겼다. 이 법에 따라 모처럼 특권층이 더치페이 하는 모습을 구경했지만 그대로 정착할는지는 미지수다.
이 법을 제안했던 김영란 교수(서강대 석좌교수)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더치페이 문화가 좋지 않으냐”고 말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부패와 타락문화의 근절이 여기서부터 출발해야만 한다. 그리고 단 한 차례라도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을 미끼로 청탁받고 금품을 수수하면 즉각 고발되고 처벌되는 관행을 만들어 내야 한다.
김영란 교수는 여성 대법관 국민권익위원장 출신으로 이 법을 기초한 유공자이지만 국회가 법 제정을 미뤄오다가 국민여론을 못 이겨 겨우 제정한 모습을 지켜봤으므로 남다른 감회를 가질 것이다. 김 교수는 이 법 시행 초기의 혼란을 보고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당초의 법 취지대로 우리사회가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주요 언론에 나타난 논평을 봐도 초기단계의 일부 혼란이 불가피하지만 온 국민이 적극 동참하면 반부패, 청결 대한민국으로 갈 수 있다고 기대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7호 (2016년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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