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 朴承復회장, 94세로 별세

▲ 샘표 창업 2세 박승복 회장이 지난 9월 23일 별세했다. <사진=샘표>

장수건강, 장수기업 모델
가업(家業)명가 대물림
샘표 朴承復회장, 94세로 별세
바른경영, 중견기업 자족 일관

‘국민기업’ 샘표 창업 2세 박승복(朴承復) 회장이 아흔넷 천수를 다하고 지난 9월 23일 별세했다. 고인은 장수건강, 장수가업의 모델로서 늘 초심(初心)과 자족감(自足感)으로 일관하며 본업(本業)을 중시하고 예찬한 경영인의 일생이었다.

장인정신으로 가업외길 명가 이룩

박 회장은 샘표 창업 70주년에 이르기까지 장인정신 외길의 한 우물 가업(家業)정신으로 전통식품의 명가(名家)를 이룩함으로써 ‘어머니의 밥상’, ‘국민기업 3대’를 대한민국 기업사에 올려놓고 떠났다.
고인은 샘표가 국내 식품산업의 대명사 격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과정에 문어발식 확장경영을 금기처럼 여겨 끝내 중견기업 반열에 머물고 있었지만 자족했다. 과욕과 과장이 없는 ‘바른경영’ ‘내실경영’이 확고한 철칙이었기 때문이다.
샘표가 국내 식품산업의 대표주자로 성장하고 있을 때 전경련 정주영(鄭周永) 회장이 전경련 회원 가입을 권유하자 스스로 중소·중견기업의 범위를 넘을 수 없다면서 끝내 사양했다. 반면에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한국상장사협의회장, 한국식품공업협회장, 중견기업연합회장 등 제격에 맞는 단체활동으로 ‘본업의 길’에 충실했다.
박 회장은 “경영자가 건강해야 건강한 장수기업이 탄생한다”는 신념하에 스스로 장수건강을 연구하고 실천했다. 일본인들의 장수비법을 관찰하여 ‘흑초’를 개발, ‘백년동안’이라는 브랜드를 자작하고 ‘장수경영의 지혜’(2009년)도 집필했다.
박 회장의 별세로 창업 70주년에 이른 샘표는 미국서 발효학을 공부한 장남 박진선 사장의 3대 경영기를 맞았다. 박 사장은 선친으로부터 학습 받고 물려받은 가업정신, 본분과 분수를 고스란히 계승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 장수기업 샘표식품의 2대 박승복 회장(왼쪽)과 3대 박진선 사장이 본사에 위치한 요리교실 지미원에서 마주보는 모습.

금융인, 고위공직자, 경영인 3중 인격체

▲ 당시 박승복 사장의 최초 TV CF 출연 모습.

박 회장은 1922년 함남 함주에서 태어나 함흥상고를 졸업한 후 식산은행(현 산은)에 입행하여 25년간 금융인으로 활약했다. 8.15 직전까지 식산은행 나남지점에 근무하며 조선은행(현 한은) 청진지점에 근무하던 장기영(張基榮) 씨와 친교를 쌓아 38선을 함께 넘어온 동지 사이가 됐다.
산은시절에는 자유당 정부 송인상(宋仁相) 재무부 장관의 요청으로 재무부 총무과장으로 파견됐다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하고 국무총리실 정무비서관으로 발탁되어 국무조정실장 시절에는 정일권(丁一權), 백두진(白斗鎭), 김종필(JP) 총리 등 세 분을 보필했다. 총리실 근무 인연으로 국총회(國總會) 회장직을 오랫동안 맡고 있다가 근년에는 명예회장으로 물러나 임종했다.
1976년, 샘표 창업주인 선친 박규회 회장이 별세하자 늦은 나이로 샘표 경영을 맡아 오늘의 가업 3대 기반을 확고히 다져놓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고인의 일생을 되돌아보면 금융인의 정확성과 치밀성, 고위공직자로서 확고한 국가관과 사명감, 기업경영인으로서 본분과 본업을 중시한 3중의 인격체로서 회고됐다. 특히 기업경영인의 맛과 품위로 보면 전통식품 ‘된장맛’과 ‘고추장맛’으로 느껴왔다.

8.15 직후 북한 피난민 장독대 역할

샘표의 창업정신은 박규회 창업회장이 강조해온 “내 가족이 안 먹는 것(못 먹는 것)은 만들지 말라”는 경영철학으로 요약, 설명된다.
샘표간장의 뿌리는 일제하인 1916년 일본인이 가족회사로 운영하던 식품공장으로 8.15 후 적산(敵産)으로 분류된 것을 인수, 1946년 재창업 했으니 올해로 70주년의 장수기업이다.
8.15 직후 북한 공산당이 싫어 남하한 피난민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장독대가 없어 된장, 간장을 사먹을 수밖에 없었다. 샘표식품이 바로 북한 피난민들의 밥상을 책임지는 책무를 맡은 셈이다. 이 때문에 생전에 박 회장은 간장으로부터 출발한 샘표식품의 초심을 중시하고 자부심을 버릴 수 없노라고 늘 강조해 왔다.
1985년 8월에는 무허가 간장 제조회사들이 당국의 조사를 받아 무더기로 구속된 사건이 빚어졌다. 이 때문에 샘표마저 믿을 수 없지 않느냐는 화살이 쏠려왔다. 박 회장이 깜짝 놀라 TV 광고를 통해 “샘표는 안전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며 주부들에게 생산 공장을 개방, 견학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로써 샘표 브랜드가 무허가 식품 공장들과는 차별되어 오늘의 대한민국 국민기업으로 확고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

▲ 적십자사 서울지사 회장 재임시

한우물정신 경영으로 각종 수상, 수훈

고인의 초심 불변의 한 우물 정신이 평가되어 산업포장을 비롯하여 국민훈장목련장, 대한적십자사 광무장 금장, 금탑산업훈장, 식품안전경영 최고경영자상, 대한민국서 존경받는 기업인상, 한국의 경영자상, 국민훈장모란장 등을 차례로 수상, 수훈했다.
고인은 월간 경제풍월 애독자로서 국익과 공익우선의 잡지 발행 정신을 늘 격려하고 후원해 왔다. 지난 2012년 8월, 경제풍월 제정 제3회 ‘한국의 기업가정신 대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장남 박진선 샘표 사장과 차남 박유선(재미)과 박혜선, 박영선, 박정선 씨 등 세 딸을 남겼다. 미국에 거주하는 가족이 많아 고인의 장례는 5일장으로 치렀다. 고 박승복 회장의 명복을 기원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8호 (2016년 12월호) 기사입니다]

▲ 샘표 박회장은 정직과 신용을 중시한 선친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바른경영, 투명경영의 기업문화를 솔선수범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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