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불능화 과정 지켜보며 대처
조건 없는 대북지원 해독 부른다

6자회담 승자는 김정일
나쁜 버릇에 비싼 대가
북핵 불능화 과정 지켜보며 대처
조건 없는 대북지원 해독 부른다

베이징 6자회담이 북핵 폐쇄, 중유공급, 북미관계 정상화 착수 등 합의를 이끌어냈다. 중국 정부는 회담을 주도하며 북한과 미국을 달래는 역할로 위상을 높일 수 있었다. 미국은 이라크전 수렁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했다는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한국 정부는 뭘 얻어냈을까. 6자회담이 합의에 도달하기 전부터 장관회담을 요청했다니 무엇이건 줄 수 있는 명분과 기회를 얻은 셈이다. 반면에 김정일은 ‘참 나쁜 행동’으로 비싼 보상을 받게 됐으니 최대의 승자가 된 꼴이다.

김정일은 합의 파기 전과자

6자회담 합의 내용이 북핵의 불능화 조치(disablement)로 발표됐는데 핵공갈을 완전 제거하게 될런지 우리로서는 잘 알지 못한다. 영변 핵시설 폐쇄, 봉인, IAEA 감시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는데 순조롭게 이행될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제네바 합의로 중유 지원 받으면서 경수로 건설하는 과정에 합의를 파기한 전과자다. 그래서 앞으로 30일내의 6자 실무회의, 6개국 장관급 회담 등을 지켜봐야 한다.
대북 에너지 지원도 60일내로 중유 5만톤, 핵불능화까지 95만톤을 지원하게 되고 북미관계 정상화에도 착수한다는 내용이다. 모든 것이 순조로우면 BDA 계좌동결 해제,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등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북핵 불능화 조치는 상당한 관측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의 대북지원도 성급하게 서둘 일이 못된다. 남북장관급 회담을 통한 경협재개를 비롯하여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을 부추기는 정책은 공연히 남북 협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북은 베이징회담 성과를 김정일의 생일 잔치판으로 꾸미고 있다는 관측이다. 벼랑 끝 핵전술로 비싼 대가 챙기고 ‘나쁜 행동’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국제관례를 축적한 셈이다. 이럴 때 우리는 마치 진상하다시피 자진해서 대북지원에 열성을 보이는 것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대선 예비후보마저 햇볕찬양

우리는 지금껏 햇볕정책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북에 지원했는지 알 수 없다. 통일부가 밝히지 않고 민간단체들의 지원액도 집계되지 않으니 그냥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6자회담에 따른 에너지 지원 분담 외에 앞으로 여기저기서 “대북지원은 많을수록 좋고 조건을 붙이지 않을수록 좋다”는 논리가 나올 것이다. 심지어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손학규 씨 마저 햇볕정책 계승, 발전소 건설지원 등을 연일 주장하고 다닌다. 또한 통일부 장관 시절 200만㎾ 발전소를 건설해 주겠다고 약속한 정동영 씨는 여권의 유력 예비후보의 한사람이다.
또 대선 정국이 깊어질수록 친북좌파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대북지원을 앞세운 정치바람을 피울 것도 예상할 수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이나 금강산 관광 이해관계자들도 나설 것이다.
이렇게 되면 김정일은 가만히 앉아서 남한 대선에 직간접 영향 미치며 실리(實利)사회주의와 선군(先軍)정치의 승리를 구가하게 되리라고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는 결국 한국 정부와 남한 사회가 북핵과 김정일의 대남전략에 종속되어 그들의 입맛대로 움직인다는 결과가 아닐까.

조건 없는 대북지원은 해독

북핵 문제를 우리 단독으로 해결할 방도가 없다는 사실은 동의하지만 6자회담이란 형식을 빌려 마치 김정일의 봉이나 다름없이 국민의 혈세를 무한정 바쳐야 하는 꼴이 한탄스럽다.
남북경협추진위가 열리면 원자재 지원, 전력 지원 등이 쏟아질 테지만 김정일이 이를 고맙게 여기는 태도를 보여줄리는 만무하다. 그는 남조선이 그의 통치기반을 뒷받침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가 스스로 입을 열지 않아도 남한사회 내부의 친북좌파들이 대신하여 그의 입장을 적극 옹호하고 대변할테니 걱정이 없다. 한나라당 마저 대북지원의 속도 조절만 주장해도 수구 냉전논리라고 공격할 것이 두려워 당당하게 거부하지 못할 것이니 김정일로서는 누워서 떡먹기다.
도대체 왜 북한을 조건 없이 도와줘야 한다는 말인가. 분명한 조건이 따르지 않는 대북지원은 오히려 해독이 될 수 있다. 6자회담에서 비싼 대가를 치르기로 합의한 북의 나쁜 행동이 바로 역대정권의 조건 없는 대북지원이 가져온 버릇이 아니고 무엇인가.
북은 핵 위협하고 버티면 이긴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특히 남한 정부야 별도 협상 없이도 무엇이건 달라는 대로 받아낼 수 있다고 여기니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독재 지원은 인도주의 아니다

탈북자가 벌써 1만명에 이르렀다. 죽기 살기로 생지옥을 떠나 중국대륙 등에서 방황하는 숨은 탈북자들의 숫자는 얼마인지 알 수 없다.
자국민의 밥도 먹여 주지 못하는 독재 권력을 상대로 지원을 이야기하기가 서글프다.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폭정의 눈치를 보아가며 국민의 세금을 쏟아 붓는다는 것이 서글프지 않는가.
배고픈 북한 주민들을 도와주는 것은 인도주의지만 그들을 억압하는 권력을 도와주는 것은 죄악이다. 그러니 반드시 대북지원에는 조건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북한 주민들 밥 먹여주고 인권허용 하라는 조건이 무엇이 어려운가.
북이 조건 들어주지 않겠다면 지원 못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해야 한다. 입장이 난처하면 노 정권은 도와주고 싶어도 국민들이 거부한다고 해명해야 한다. ‘서울 불바다’ 협박에 절절 매는 것은 바로 북이 노리는 희망이요 전략이다. “죽기를 각오해야 살 수 있다”는 말이 실로 명언이다.

미국 경제원조 조건 까다로웠다

과거 우리가 원조경제에 매달려 허기를 모면할 때 미국 사람들이 어떤 조건으로 도와줬는지 알아보라. 한 푼도 마음대로 못 쓰게 하고 사사건건 조건이행을 강요했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장관 임명할 때마다 미국 가서 원조자금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게 협상해 오라고 엄명했었다. 자유당 정부의 장관들이 단명으로 자주 바뀐 것이 바로 원조자금 전용 협상에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대북지원금이 미사일과 핵무기로 되돌아와 또 다시 비싼 대가 치루고 무조건 지원해야 하는 악순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희망이 없어진다. 6자회담 베이징 합의를 큰 외교적 성과로 자랑하는 것이 금물이요, 이를 계기로 대북지원에 안달하는 것은 김정일 정권에게 대남 자신감을 더해 줄 뿐이라고 확신한다.
북한 정권과 대화와 협상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여전히 북은 우리의 주적이라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되고 북한 권력과 주민들은 성격이 다른 존재라는 사실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91호(2007년 3월호) 기사입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