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 명당인가, 최고권력 흉터인가
이승만, 박근혜까지 역대 말기 되풀이

경무대서 청와대까지
최고권력 '눈물의 명당'
천하제일 명당인가, 최고권력 흉터인가
이승만, 박근혜까지 역대 말기 되풀이

▲ 북악산이 둘러싸고 있는 청와대 전경. <사진=경제풍월DB>

풍수지리에 관해 무식한 시중사람들이 성군 세종(世宗)의 길 1번지의 청와대 지기(地氣)가 너무 세지 않느냐고 생각해 본다. 천하제일의 명당(明堂)터라더니 역대 최고권력의 ‘눈물의 명당’ 아니냐는 말이다. 청와대에 입성했다가 비극적 말년을 보낸 대통령들을 생각하면 성군 세종인들 말년이 무사했을까 싶은 지경이다.

경무대… 일제의 조선통치 꿈의 상징

옛 전통 양식의 지붕으로 덮은 푸른 기와집 청와대(靑瓦臺)의 옛 이름은 경무대(景武臺)로 조선조의 본궁 경복궁의 후원 자리다. 이곳에 무과 과거장 연무장(練武場)이 있었으니 아무리 명당이었다 해도 지세(地勢)가 드세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일제가 조선통치 영구화 꿈의 상징으로 이곳에 경무대를 설치한 것은 1937년 7대 총독 미나미 지로였다. 그는 조선과 일본은 ‘동근동조’(同根同祖)론으로 내선일체(內鮮一體)라면서 지관(地官)들을 동원, 조선제일의 명당 터를 잡아 경무대를 지었다고 주장했다. 미나미 지로는 경무대를 완공하여 남산 왜성대(倭城臺)를 나와 이곳에서 5년간 조선의 주인 행세를 했다. 일제는 그로부터 조선통치의 영구화를 확보했노라고 자신하여 말년에는 경무대를 아예 ‘조선총독 관저’로 개칭했다.
그러나 일본의 패전으로 1945년,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는 허겁지겁하며 경무대의 온갖 집기를 부수고 다다미방을 구둣발로 뭉개 놓고 귀국했노라고 한다.

경무대서 청와대까지 명당의 흉터

청와대 출입 여기자 고 정광모(鄭光謨)씨의 ‘국정 1번지, 청와대’(1967.10) 속에 오늘의 청와대가 걸어온 수난사의 단면이 기록되어 있다.
해방정국의 미군정시기에는 하지 중장이 반도호텔 숙소에서 나와 이곳으로 옮겨와 경무대라고 불리었다. 하지는 일본식 가마솥을 떼어내고 샤워시설만 갖춰 다다미식 옛 건물 그대로 사용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도 계속 경무대로 불리다가 1960년 4.19 학생혁명으로 민주당이 집권하자 윤보선 대통령이 독재권부의 이미지 탈색을 위해 청와대(靑瓦臺)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른다.
정광모씨 책에 따르면 이때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사학자 이병도 박사, 소설가 박종화씨, 한글학자 최현배 박사 등은 ‘경무대’라는 명칭에 역사성이 깃들어 있으니 그대로 사용하자고 주장했다. 반면에 언론인 최석채씨는 경화대(景和臺), 논객 신상초씨는 청화대(靑和臺)로 작명하자고 주장했고, 시인 이은상씨는 북악(北岳)의 기상 아랫니니 백악관(白岳館)으로 이름 짓자고 주장했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윤 대통령의 청와대 개칭이 ‘푸른 기와집’이라는 뜻으로 옛 경무대 시절의 강성 이미지를 개선한 의미가 있었다.
현재의 청와대 건물은 6공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완공, 김영삼 민주화 대통령 권부로 출발하여 전임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들을 5.18 소급법으로 구속 처리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옛 총독부 관저를 일부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을 꺾고 불도저로 밀어부쳐 흔적도 없이 정리했다. 현 청와대 건물을 시공했던 정주영 현대건설 창업주는 자신이 주인이 되어보고자 대선에 출마했지만 실패했고 2세인 정몽준 전 의원도 도전하려다 실패하고 말았다.
이곳 경무대에서 청와대까지 거의 모든 최고권력자들의 말년 불행을 회고하면 권부(權府)의 터가 명당이 아닌 흉터 요소를 안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눈물의 대국민 사과’

청와대를 품고 안고 있는 북악산은 동쪽의 낙산(駱山), 서쪽의 인왕산(仁旺山), 앞편의 남산을 아우르는 주산(主山)이다. 여기에 백운대, 인수봉, 국망봉 등 3봉(峰)이 한데 어우러져 풍수지리학으로 보면 명당요소를 다 갖췄노라고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무상(無常)과 비정(非情)의 최고권력 운명으로 보면 전혀 맞지 않는 악산 터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11명에 이르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10.26 국변 후 과도기 대통령으로 잠시 재임했던 최규하 대통령을 빼고 눈물 없이 퇴임한 분이 있는가.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은 온갖 변란 속에 건국과 산업화 과정에서 가장 큰일을 많이 했지만 가장 비극적인 말년을 보냈다. 특히 박 대통령의 경우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의 흉탄으로 먼저 가고 유신 이후 직계 부하인 김재규의 ‘반란 저격’으로 서거했으니 비록 혁명가의 일생이었지만 얼마나 충격적 불행인가.
전두환 대통령은 신군부를 통한 집권으로 ‘성공한 쿠데타’였지만 후임자에 의해 백담사 유배되고 다시 민주화 대통령에 의해 구속처벌 되고 말았다. 6공 노태우 대통령은 직선제로 취임하여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열었지만 5.18 단죄에 따른 구속형에다 거액의 비자금 사건으로 중벌을 받았다.
YS의 경우 금융실명제, 하나회 해체에다 두 전직 대통령 구속 등 화려한 통치술을 구사했지만 ‘소통령’으로 불린 차남 김현철 사건으로 눈물의 대국민 사과 후 퇴임했다. DJ는 유신본당이라 자인한 김종필씨와 DJP연합으로 집권, 정권교체의 꿈을 성취했지만 온갖 게이트 속출에다 두 아들의 부패사건으로 역시 눈물의 대국민 사과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소박하고 솔직한 서민형 대통령으로 자부했지만 탄핵에다 부인과 딸의 ‘이상한 돈뭉치’ 사건으로 충격 받고 끝내 투신자살했으니 스스로 해명할 기회마저 포기하고 말았다. 그 뒤 이명박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으로 화려하게 데뷔하여 4대강 사업까지 잘 해냈지만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각종 인허가 사업 관련 측근비리혐의로 몇 차례나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현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친박과 비박 등 계파갈등 속에 출발했지만 독신으로 청와대에 입성하여 박근령, 박지만 등 혈족마저 얼씬도 못하게 막아놓고 비선실세 최순실 사태로 탄핵과 하야(下野)주장까지 듣고 있으니 국민이 놀라고 실망천만이다.

최고권력의 혈족, 충신, 가신 등 모두 적

대통령 중심제의 최고권력 터가 명당이 아닌 흉터가 아니냐는 말은 답답하고 속이 상해 하는 말일 뿐이다. 오직 역대 대통령 자신들이 최고권력의 적(敵)들을 단호하게 물리치지 못했기 때문이니 남을 원망할 사항이 아니다. 자식과 친인척이 모두 대통령권력의 적이고 대통령 만들기에 공헌한 충신(忠臣), 가신(家臣) 등도 모두 적이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물론이고 YS와 DJ 등 민주화 대통령도 별로 다를 바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운동권 논리에 거의 동조한 이념과 철학으로 스스로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까지 실토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양친을 흉탄에 잃은 말 못할 고통 속에 육친마저 멀리한 채 스스로 독신, 고아형으로 세상인심과 불통(不通) 외길 신념하에 최순실만을 신앙처럼 믿었다니 혁명가인 부친이 지하에서 통탄할 노릇이다.
언론에 보도된 최순실 사태와 국정농단 혐의가 전부 사실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 과장이나 왜곡, 침소봉대 등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국정혼란의 무거운 책임으로 보면 박 대통령의 책임이다. 야권에서 마구 쏟아지는 악담, 흉담이 지나친 측면이 많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사이비교주의 요설(妖舌)과 입맞춤’ ‘악의 세력에 국정헌납’, ‘석고대죄’, ‘탄핵·하야’, ‘조기 대선’ 등등이 너무 앞서가는 막말 수준이라고 본다.
또 야권 대선주자가 이미 대통령권력을 습득한 것처럼 자부하며 북한에게 유엔인권 결의안 가부를 물어봤다는 ‘송민순 회고록’을 덮게 됐노라고 착각하는 모양새도 말 아니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은 모든 사태의 최고책임자라는 엄중한 책임을 결코 벗어날 수 없기에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중대한 결심을 가볍게 할 수는 없지만 심사숙고가 길어져 ‘장고악수’(長考惡手)로 비쳐지고 있으니 차라리 국민이 울고 싶은 심정이다. 타고난 애국심의 화신으로 믿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심중에 담겨 있는 말들을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하고 야권과도 직접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믿는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9호 (2017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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