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 공여국 지위

▲ 인요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제4대 이사장. <사진=KOFIH>

개도국 보건의료 지원
'코피' (KOFIH) 10주년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 공여국 지위
4대 이사장 인요한, 이종욱정신 계승

약칭 ‘코피’(KOFIH)로 불리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10년사(2006~2016)를 구해 읽고 국제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로서 큰 역할에 감명을 받았다. 개도국들의 보건의료 분야 공적개발원조(ODA) 기구이니 원조 받아온 나라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바뀌어 국위를 선양해 오지 않았느냐는 자부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 아이티 지진피해 긴급구호대 활동 (2010). <사진=KOFIH>

피원조국에서 원조공여국의 자부심 역할

‘코피’ 10년사를 통해 위상과 역할을 훑어보면 한국인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을 지낸 고 이종욱 WHO 사무총장의 선각자적 발자취가 떠오른다. 또 4대째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미국인 혈통의 한국인 인요한 박사의 얼굴이 너무나 친숙하고 포근하게 느껴온다.
인 박사는 유진 벨(Eugene Bel) 선교사의 4대로 한국에서 태어나 선대가 걸어온 의료봉사의 길을 계승하여 북한주민들의 결핵퇴치를 위해 수없이 북한을 방문했던 전력이 널리 소개된 바 있다. ‘코피’는 인 박사 취임 후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 경영평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설립 이래 초대부터 4대까지 국제보건의료 분야 ODA 기관으로 제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평가이다.
‘코피’의 위상과 역할이란 대한민국이 가난하던 시절 선진국의 원조를 받아오다가 그 사이 개도국에 대한 원조 공여국으로 지위가 격상됐다는 국민적 자부심과 통한다.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획기적인 성공개최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이에 걸맞게 1990년 외무부 산하에 무상원조 전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설립됐으니 ODA의 시발이었다.
그로부터 1996년에는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OECD에 가입하고 2003년 이종욱 WHO 사무총장 당선으로 국제보건의료 분야의 ODA 전담기구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때 복지부 장관 출신인 권이혁 설립준비위원장 주도로 2004년 3월 (재)국제보건의료 발전재단이 설립됐으니 ‘코피’의 전신이다.

▲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창립대회 (2006). <사진=KOFIH>

재단설립법 제정으로 2006년 발족

이 발전재단의 첫 대외활동이 2004년 4월 22일, 북한 평북 룡천역 폭발하고 재난구호를 위해 33억원 상당의 의약품과 의료기기 지원이다. 이어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수도 아스마라 빈민지역 고다이프 병원의 10억원 상당의 개선사업과 후속 의료봉사단과 전문인력 파견, 2005년 3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지진 해일구호 20만 달러 상당의 의약품 지원활동을 기록했다.
그러나 재단법인으로서는 국제보건의료 지원 글로벌 파트너로서 재원과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으로 2005년 12월 국회가 한국국제보건의료 재단 설립법을 제정하고 2006년 보사부 산하기구로 ‘코피’가 출범했으니 올해 10주년을 맞은 것이다.
‘코피’는 초대 총재에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가 취임하여 오랜 국제활동 경륜을 살려 기초를 안정시킨 후 2009년 6월 2대 총재 한광수 전 서울시 의사회장, 2012년 6월 3대 총재 이수구 전 대한치과의사협회장에 이어 2016년 6월 제4대 총재로 인요한 연세의료원 국제진료센터장이 취임하여 총재직을 이사장으로 바꿨다.
‘코피’의 조직은 이사장 아래 상임 사무총장(김인성)과 전력기획실 및 개발협력, 대외협력, 운영지원본부 등 1실 3본부 10팀으로 운영된다. 해외사무소는 라오스,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남수단, 필리핀,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가나로 8곳이다.

▲ 북한 온정인민병원 재개원 행사 (2007) (사진우측) ▲미얀마 사이클론 긴급구호대 파견 (2008). <사진=KOFIH>

지구촌 곳곳 촘촘 ODA 사업 지도

‘코피’의 기본역할은 개도국에 대한 개발협력사업(ODA)이 매우 크다. 이어 북한보건의료 지원, 재외동포 보건의료 지원, 국내거주 외국인 근로자 지원, 해외 재난긴급구호 사업, 의료자원 지원사업, 이종욱 기념사업 등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코피’ 10년사에 기록된 개도국에 대한 개발협력사업,
△ 모자보건증진사업 : 라오스, 캄보디아, 볼리비아, 남수단, 가나, 에티오피아 등 의료시설 개보수, 인력교육훈련, 마을 방문 진료 등.
△ 결핵관리 역량강화사업 : 필리핀, 남수단 등 결핵 고위험국 대상 고성능 결핵진단 기자재 지원, 이동 검진차량 운영 등.
△ 보편적 건강보강 협력사업 : 가나, 에티오피아 등 건강보험제도 컨설팅, 전문인력 파견지원 등.
△ 의료시설 설립운영 연계사업 : 우즈베키스탄, 모잠비크, 베트남, 탄자니아, 몽골 등 병원경영 컨설팅, 자문단 파견 등.
△ 1차 보건의료체계 강화사업 : 미얀마
△ 의료기기 관리운영체제지원 : 에티오피아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 : 2007년부터 개도국의 차세대 보건의료 전문인력 국내초청 대학병원 연구(무료)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 : 나이지리아, 소아마비 박멸사업 등 10개국 총 10개 사업(2015년), 이동건강검진을 통한 1차 보건의료체계 강화사업 등 10개국 총 15개 사업(2016년) 등.
이 같은 코피의 사업지역을 표기한 지도로 보면 동남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남미까지 ODA사업과 인도적 지원사업이 촘촘하게 그려져 있다.

▲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대한적십자사 업무협약 체결(2015). (사진우측) ▲건강보험정책협력사업 가나 초청연수(2016). <사진=KOFIH>

북한 보건의료지원, 이종욱기념사업 등

▲ ‘아시아의 슈바이처’ 이종욱 박사. <사진=KOFIH>

북한의 보건의료 지원사업으로는 감염성질환관리 사업이 주종이다. 고려약 제약공장 건립지원, 나선지역 의약품 지원, 결핵·간염 등 감염성 질환관리, 또 사후관리 분야에서는 온정 인민병원, 적십자병원, 개성공업지구 북측 진료소 지원 등의 실적을 쌓았다.
재외동포 보건의료 지원부문은 2010년부터 우즈베키스탄 아리랑 요양원을 통한 고려인 동포 1세대 및 독거노인 요양지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파독근로자 보건의료지원 및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주 고려인 방문서비스, 키르기스스탄 고려인 동포 건강검진 지원 등.
국내 외국인 근로자 지원사업은 다국어 건강정보자료 제작(영어, 중국어, 필리핀어, 몽골어, 네팔어, 미얀마어) 배포, 외국인 근로자 무료진료단체 지원 등.
해외재난 긴급구호 사업은 2008년 라오스, 미얀마로부터 2009년 몽골, 2010년 아이티 지진, 2013년 필리핀 태풍, 2014년 시에라리온 에볼라, 2015년 네팔 지진 등.
이종욱 기념사업은 공공보건분야 공헌자에 대한 WHO 이종욱기념상, 대국민 기념사업 공모전, 보건의료 분야 국제리더를 육성하는 글로벌 영 프런티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고 이종욱 WHO 사무총장은 ‘아시아의 슈바이처’, ‘백신의 황제’ 등으로 큰 업적이 추모되고 있다. 고인은 서울 북아현동에서 태어나 경복고와 서울대 의과대학을 나와 강원도 춘천의료원에서 출발하여 하와이대 보건대학원 석사과정을 거쳐 1983년 WHO 남태평양지역 사무처 한센병 퇴치팀장, 1994년 WHO 백신 면역국장, 결핵국장, 2003~2006년 제6대 사무총장으로 한국인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2006년 5월 22일 WHO 총회를 준비하다 지주막하출혈로 서거했으니 61세의 한창적 나이였다. 고인은 대전 국립현충원에 잠들어 있지만 ‘코피’는 재단의 멘토이자 혼으로 추앙하는 정신으로 기념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다.

▲ ‘이종욱 공공보건기념상’ 수상자와 KOFIH임직원 일동(2016). <사진=KOFIH>

‘질병없는 세상’ ‘건강한 지구촌’ 사명감

코피의 4대째 이사장 인요한 박사는 지난 8월 31일 조선호텔에서 가진 설립 10주년 기념행사에서 2020년 미래비전을 선포하고 앞으로 계속하여 국제규범에 걸맞는 보건의료 협력사업을 확대해 나가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 박사는 코피가 국민과 함께 ‘질병 없는 세상’, ‘건강한 지구촌’을 만든다는 사명 아래 인종, 성별, 지역, 종교 등에 관계없이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보건의료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때 최빈국이었다가 원조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한국이 이제 당당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개도국의 처지를 누구보다도 이해하는 나라로서 독특한 위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 박사는 ① 보건의료체계 강화, 수원국의 자립역량 강화 등으로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고 ② 지원체계 강화를 위한 인적투자의 질적, 양적 확대 ③ 상생 개발협력 네트워크 구축 및 재단의 보건의료분야 전문성의 국내외 기관과의 공유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8호 (2016년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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