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武, 勇, 仁, 信 다 갖췄네

[생활수필]

닭띠해(丁酉年)
닭의 5덕(德) 소망
文, 武, 勇, 仁, 信 다 갖췄네

글 / 金淑(김숙) 편집위원 (자유기고가)

한 해가 가고 새 해가 밝았다. 올해는 닭띠, 정유년(丁酉年)이다.
12지간 동물 중 닭은 사람과 매우 가깝게 지내는 가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닭을 빗대어 말하는 경우들을 흔히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니지만 겁이 많다거나 룸펜같은 사람들을 일컬어chicken-hearted, chicken-liver라고 한다.
말이나 행동, 혹은 옷차림이 세련되지 못한 경우를 두고는 ‘촌닭’ 같다고 하는가 하면 어리석고 분별력이 없어 일을 그르칠 때에는 하는 짓이 꼭 ‘닭대가리’ 같다고 야유를 보내기도 한다. 또 공격성이 강하거나 적개심을 품고 사소한 일로 언성을 높여가며 주변 사람들과 옥신각신 할 때에는 ‘쌈닭’ 같다고도 한다. 이 외에도 부정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닭을 의인화한 말들은 알게 모르게 더 있을 것으로 안다.
작년 말, 문인화 전시회에 간 적이 있었다. 주최 측이 닭의 해를 겨냥했었음인지 그림의 테마가 닭이었다.
그림마다 화제(畵題)가 쓰여 있음이 특색이라면 특색이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익살적이고 정치 풍자적인 제목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고 의외로 첫 나들이 가는 귀엽고 깜찍한 병아리들의 그림도 한동안 발길을 멈추게 했다.
어떤 그림의 우측 상단에는 [文, 武, 勇, 仁, 信]이라고 쓰여 있었다. 닭이 5덕을 두루 갖춘 가축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닭의 5덕’을 잘 알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나 한글전용 세대인 필자로서는 삼강오륜도 아닌 닭의 5덕이란 말을 그날 처음 들었다.
무지몽매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인간사 유유상종이라 주변사람들도 별 뾰족한 수없이 다 거기서 거기였다. 어리석고 뭔가가 부족한 경우에만 닭을 빗대어 말하는 줄 알았으니 닭의 5덕이란 가당키나 했겠는가 말이다.
닭의 5덕을 요약하면 이렇다.
머리에 官(벼슬)을 쓰고 있으니 [文], 발모양이 날카로우면서도 갑옷을 입은 무사같이 늠름하다 해서 [武], 적 앞에서 절대 뒷걸음질하지 않으며 한 번 싸우면 죽을힘을 다하여, 죽을 때까지 싸운다 하여 [勇], 먹이를 보면 혼자 먹지 않고 ‘구구구구~~~~~~’ 소리를 내어 새끼들은 물론 동료들까지 불러 모아 나누어 먹는다 해서 [仁], 밤을 지키고 난 후 정확한 시각에 깨어 ‘꼬끼요오~~’ 하는 신호음으로 아침을 알려주는 믿음직함이 있어서 [信]이라 했다.
필자의 어린 시절만 해도 물자가 몹시 귀했고 너나없이 어려웠었다.
그때의 많은 기억 중, 한 토막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는 필자의 집과 버스로 한 정거장 가까이에 있는 동네의 한 양옥집 문간방에 세 들어 살았었다. 5월이었고 스승의 날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지푸라기 안에 가지런히 놓여진 계란 세 꾸러미를 보자기로 싸서 필자에게 내밀며 선생님 댁에 갖다 드리고 오라고 했다. 가다가 행여 깨뜨리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하여 마음을 졸이며 제대로 서지도 못했었다. 한 정거장을 다 가는 동안 허리 한 번을 똑바로 펴지 못한 채 가슴에 꼬~옥 안고 살금살금 걸어 선생님께 전해드리고 왔었다.
마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옥희와 아저씨의 만남 같은 장면이 지금까지도 아련하게 남아있다.
이렇듯 닭의 얘기는 추억마저 서민적이다. 그런가하면 삼복에는 복달임 혹은 보양식으로 제일 많이 찾는 음식 중 단연 삼계탕이 으뜸일 것이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굳이 어려운 절차나 순서 없이도 대추, 밤, 마늘을 넣고 푹 끓이기만 하면 훌륭한 보양식이 된다. 한 가지, 옛날에 먹었던 육질이 부드럽고 쫄깃한 토종닭이 자취를 감추어 그 고유한 맛을 보기가 어렵게 되었다는 아쉬움은 남아있다.
여기서 일일이 나열하지는 않았어도 사람에게 유익을 주는 여러 가지가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우리네 삶이 한낱 닭보다 못하대서야 어디 될 법이나 한 말인가...
여태도 관을 쓰지 못하고 선비로 살았으니 이제 와 새삼 벼슬아치들을 부러워할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다. 그동안 특별히 아귀다툼을 일삼아 살았던 인생이 아니었으니 어떤 상대와도 싸우고 살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올 해의 소박한 바람이라면 좋은 것이 있으면 동료나 친구를 나 몰라라 하지 않을 것이며,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될 경우에는 친지나 아는 이들을 능력껏 불러 모을 것이다.
갑옷을 입고 쭉 뻗은 다리로 떡 버티어 서서 울대가 울리도록 맹렬히 새해 아침을 알리는 닭처럼…
어쨌거나, 어찌됐거나 희망을 알리는 전령사이고 싶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9호 (2017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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