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당추천 편파수사 우려 지적
‘정치특검’ 뇌물죄 짜 맞추기식 무리

[이코노미톡]

이재용 부회장 영장기각
특검, 정치화에 제동
특정 정당추천 편파수사 우려 지적
‘정치특검’ 뇌물죄 짜 맞추기식 무리

글/최택만(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부장판사는 19일 새벽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검사 끝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요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일가에게 430억 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18일 약 4시간 동안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특검주장과 삼성측 주장

특검팀은 지난 16일 이 부회장에게 433억원 뇌물 공여 혐의와 90억 원대 회사 자금 횡령 혐의,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僞證)한 혐의 등을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삼성 측이 2015년 7월 있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문제 등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 원을 출연하고 최순실 씨 모녀에게 약 229억원을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은 “최순실 씨에 대한 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대통령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낸 것”이라며 “경영권 승계 문제와 전혀 대가 관계도 없는 만큼 뇌물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 측은 이처럼 ‘피해자일 뿐’이라는 의견을 법원의 영장 실질 심사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특검팀의 박 대통령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대기업들 가운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규모나 최씨 측에 대한 지원 규모가 가장 큰 곳이 삼성이었고, 특검팀 스스로 “삼성의 대가 관계가 가장 뚜렷하다”고 해왔기 때문이다.
총수 부재(不在) 상태를 우려했던 삼성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재계 등에선 만약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의 경영은 물론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그러나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와 기업들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수사는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특검의 다른 재벌수사 동력 잃을 듯

특검은 글로벌 기업인을 무리하게 구속 수사하려 했다는 비난과 함께 추후 수사 동력이 떨어지게 됐다. 특검은 ‘뇌물죄 부문’에 대해서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제동이 걸렸다. 특검은 삼성전자와 제일모직 합병수사에 허점이 있었다. 합병이 결정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대통령을 만나기 훨씬 이전에 이뤄졌는데도 이 부회장이 대통령 독대 때 부탁해서 합병이 성사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했다.
또 특검은 정부가 정책집행 과정에서 유관 기업에게 그 정책수행에 필요한 재단기관 설립 및 출연을 권고하면 이게 대통령의 횡령이 되는 것으로 보고 거기에 출연한 기업가는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판단하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해 돈을 준 모든 재벌을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행범 부산대 교수는 “특검의 판단이 맞다면 앞으로 모든 기업은 어느 정부의 정책에도 협력을 거부하고 모든 사회, 경제, 체육, 문화 제분야의 지원도 협력도 끊어야 살판이다. 수많은 준조세는 물론 동반 성장, 사회적 기업, 대중소기업의 공생들도 다 거부하게 만들고 있다. 박근혜 정권 하나 엎기 위한 비용으로는 너무 무리한 비용이다” 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모든 정권의 대통령들에 협력한 모든 기업가들의 모든 출연 행위에 다 같은 죄를 뒤 집어 씌우기라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지 않다면 특검은 사법처리 과정에 헌법상의 평등을 특별하게 위반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경영자를 끝내 구속하고 그의 뇌물공여를 완성시키려는 것은 이재용이 타깃이 아니라 실은 그 상대방인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거나 횡령을 했다는 범죄들을 구성했다는 것을 만들어 보려는 전략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의 지적대로 법원 판결을 먼저 예단하고 짜 맞추기 수사를 하는 것, 즉 역설계(counter-design)를 하려는 건 사법 작용이 아니라 정치적 작용이고, 그걸 재단한 검사는 특별 검사가 아니라 특별 ‘정치검사’이며, 결국 지금 특검은 ‘정치 검찰’의 특별한 버전일 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 헌재 탄핵 결정을 앞두고 신속하고 무리하게 수사를 하다가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제동이 걸림으로써 앞으로 다른 재벌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정 정당의 추천으로 특검 수장이 결정된 순간부터 편파적 수사가 예견되었고 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과정을 보면서 특검수사의 정치화는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10호 (2017년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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