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종편 말잔치 주연 코미디

[이코노미톡]

이혜훈·나경원·조윤선
초상류 3여인 이전투구
온종일 종편 말잔치 주연 코미디

글/ 朴美靜 편집위원(박미정 스카이뷰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대통령이 탄핵당해 가뜩이나 어수선한 시절에 똑똑한 여성정치인들로 알려진 서울대 출신 ‘트로이카’ 나경원 이혜훈 조윤선이 하루 종일 종편 말잔치의 주연으로 출연했던 건 코미디 같은 일이다. 1960년대 생인 그들은 내로라하는 학력과 경력으로 이름을 알려왔던 소위 ‘금수저 출신’ 유복한 여성들이어서 그들의 이전투구 식 언쟁은 한심해 보인다. 아무래도 또래들이어서 경쟁심리가 자연스럽게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관운’이 모두 좋았던 그녀들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

▲ (사진좌측부터)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 나경원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왕진오 기자>

판사 출신의 4선 여성의원

63년생 나경원은 판사생활 10년 후 4선 국회의원으로 여성최초로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을 지냈다. 개인적으론 별 동의하지 않지만 흔히 세간에선 나경원을 일컬어 ‘얼짱 정치인’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고 한다. 그녀 스스로도 “정치하면서 미모 탓에 손해를 본 편이다”라는 어이없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같은 서울법대 출신 판사 남편 사이에 남매를 둔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딸이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어 개인사적으론 썩 행복하지만은 않은 인생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딸아이 덕분인지 지난 19대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세 강한 동작구에서 노회찬을 간신히 이기면서 정치적 입지를 다져왔다. 호사가들 사이에선 딸 덕분에 동정표가 몰렸다는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새누리 원내대표에 출마해 떨어졌고 개혁보수 신당(바른정당) 창당에도 결국 동참하지 않아 동료의원들로부터 엄청 욕을 먹었다고 한다. 게다가 ‘반기문을 돕겠다’는 말을 하면서 새누리 인명진 비대위원장으로부터 꾸지람까지 들었다.

원조 친박에서 반박으로 변신

64년생 이혜훈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미국 대학에서 박사까지 한 ‘학구파’로 ‘원조 친박’이었다. 시아버지가 유명 국회의원 출신이고 경제학 교수인 남편과의 슬하에 세 아들을 둔 뭐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인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토록 가까웠다던 대통령의 눈 밖에 나면서 19대 때는 공천도 못 받는 수모를 겪었다. 그 이후 내놓고 ‘반박(反朴)’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간 큰 아줌마’로도 불려왔다. 곱상한 스타일의 나경원이나 조윤선과는 달리 조금은 대찬 모습이다. 지난해 4월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 대통령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조윤선을 보란 듯 꺾고 당선됨으로써 대통령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었던 유승민 의원의 최측근으로 무언가 벼르는 듯한 모습이다.

관운이 족쇄되어 블랙리스트 홍역

66년생 조윤선은 나경원과 함께 ‘얼짱’으로 불리는 외모의 소유자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사시 통과 후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게 발탁돼 승승장구해왔다. 특히 지난 대선 땐 박근혜 후보를 밀착수행하면서 ‘출세’를 예약했다. 예상대로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아래 이 정부 출범 초기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냈고 여성으론 최초로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거쳤다. 지난 총선에서 이혜훈에게 고배를 마신 뒤 정치적으론 완전 낙마한 듯 했지만 좋은 관운 덕분인지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재입각하면서 이 정부에선 최초로 두 번째 국무위원을 지내고 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그녀의 좋은 관운이 거꾸로 족쇄가 돼 요즘 ‘문화계 블랙리스트’사건과 최순실 관련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지난 1월9일 열린 국정조사청문회 때는 야당의원으로부터 블랙리스트 모르냐는 질문을 18차례나 집중적으로 받고서 결국 ‘리스트 존재’를 시인해 종편뉴스에 하루 종일 오르내렸다. 게다가 최순실을 절대 모른다며 애처롭게 ‘증언’하는 모습까지 TV에 나오면서 그야말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조윤선 역시 같은 법조인 출신 남편과 딸 둘을 둔 ‘다복한 주부’이지만 문체부장관 청문회 때는 한 달 생활비 수천만 원, 연간 5억 가까운 생활비를 현찰로 펑펑 썼다는 사실이 드러나 ‘제 돈 제가 쓴 죄’로 청문회장에서 수모를 겪었다. 공직자 등록재산 신고 때도 60억 원 넘는 재력을 자랑했으니 그 정도 씀씀이야 이상할 건 없겠지만 서민의 눈높이에선 이해하기 쉽지 않은 스토리다. 나경원이나 이혜훈도 조윤선 못잖은 수십억 원 재력가들로 이 세 여성들은 학력이나 경력이나 재력 면에서 뭐 하나 서로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만만찮은 저력을 보여줘 왔다. 아마 대한민국 상위 0.1%안에 드는 초상류층 여인들이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종편의 먹잇감… 세여인 싸움이야기

그런 그녀들을 두고 여의도 정가에선 세 명이 엄청 사이가 나빠 서로 얼굴도 안보는 사이라는 ‘음해성 루머’도 나돌았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요즘 세태가 그렇듯 ‘설마’하는 루머들이 거의 사실로 밝혀졌듯 세 여성 정치인들이 거의 앙숙으로 지낸다는 게 사실로 밝혀지면서 정치인 가십거리를 주로 다루는 종편들의 좋은 먹잇감으로 ‘세 여자의 싸움이야기’는 자주 전파를 타고 있는 중이다. 구경거리 중에 싸움구경이 제일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이혜훈과 조윤선 나경원이 방송에 나와 직접 상대방을 겨냥해 말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개그 콘서트 저리가라 할 정도로 재밌다. 지난 연말 매스컴을 장식했던 ‘세 여인의 언쟁사건’의 발단은 이혜훈이 한 방송프로에서 조윤선이 최순실과 관련 있다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시작됐다. 가뜩이나 최순실 게이트로 한창 민감한 이 시기에 말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혜훈은 조윤선이 ‘최순실을 여왕 모시듯 나와 재벌사모님들에게 소개했다는 제보가 있다’라는 폭탄선언을 했다. 그렇잖아도 청문회에서 최순실을 절대 모른다며 하소연했던 와중에 터져 나왔으니 조윤선에겐 엄청 불리한 폭로가 아닐 수 없다. 둘 중 한명은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조윤선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선지 이혜훈을 바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같은 정당 소속의 비중 있는 여성 정치인들끼리 이런 고소전을 벌이는 건 아마도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종편TV 시사프로에 시시콜콜 보도되면서 여성정치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더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질투심, 복수심, 감정적 앙금설 등

소위 잘나가는 ‘엘리트 여성 정치인 3인방’의 이런 설전은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선 원조 친박이던 이혜훈이 박 대통령 눈 밖에 나면서 소외당했지만 반면 승승장구했던 조윤선에 대한 질투심에서 이런 복수극을 벌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소위 ‘부르주아 정치인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세 여성들의 이런 ‘설전’은 그 뿌리가 깊다고 한다. 워낙 경쟁 관계였기에 서로를 견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그런 그녀들을 보다보면 서민층이나 소외된 계층을 위해 과연 진정성 있는 정치를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마저 든다. 인터넷에선 그녀들이 ‘대접받기 위해, 누리기 위해’ 폼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항의성 댓글들이 많다. 행여 그녀들 마음속엔 ‘시혜’를 베풀듯 우월적 시각에서 국민을 내려다보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대통령 탄핵 탓에 뒤숭숭해 있는 정국에 여성정치인들이 국민의 마음에 평온과 안정을 가져다주는 역할은 하지 못할망정 서로 헐뜯고 있는 건 그리 아름답지 못한 광경이라는 게 많은 네티즌들의 주장이다. 싸움구경이 제일 재미있는 구경거리라곤 하지만 그녀들의 유치한 말싸움은 자칫 여성들이 정치하면 안 된다는 편견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도 든다. 탄핵당한 박 대통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도 ‘함량미달’이라는 평가를 받는 와중에 세 여성정치인의 저런 추태는 자칫 ‘여성정치인 혐오증’으로 번질 지도 모르겠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10호 (2017년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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