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톡]

트럼프의 ‘안보 두뇌’
플린의 한국과 인연

글/ 최택만(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자격으로 2016년 11월 16일부터 국가정보국장실이 작성한 극비정보를 보고받기 시작했다. 그가 보고받기 시작한 극비정보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대통령 매일 정보보고’와 똑같은 내용이다. 관례에 따르면, 미국에서 행정부가 교체되는 기간 중에는 대통령 당선인과 부통령 당선인이 함께 대통령 매일 정보보고와 똑같은 내용의 극비정보를 보고받는다. 대통령이 정식으로 취임하면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통령만 대통령 매일 정보보고를 받게 된다.

마이클 플린이 누구인가

▲ 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전했던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트럼프 당선인은 이 극비정보를 보고받는 자리에 펜스 부통령 당선인 이외에 또 한 사람을 추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 사람이 바로 현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Michael T. Flynn)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11월 17일 아베 총리와 만난 비공개 회담에 자기 첫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맏딸 이방카 트럼프(Ivanka M. Trump)와 그녀의 남편이자 자기 맏사위 재럿 쿠쉬너(Jared C. Kushner)를 동석시켰다. 이방카는 지난 대선기간 중에 타고난 미모와 화술로 트럼프의 당선을 돕기 위해 이러 저리 뛰어다닌 통에 그 존재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고, 쿠쉬너는 트럼프에게 영향을 줄 중요한 조언자로 등장할 것이라는 소문이 짜하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이 아베 총리와 만난 비공개 회담에는 트럼프의 직계친족인 이방카와 쿠쉬너 이외에 제3 인물이 동석하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방카, 쿠쉬너, 제3인물을 그 비공개 회담에 동석시켰으니, 의전관례로 보면 그 세 사람은 사실상 정상회담의 배석자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비공개 회담이 끝나갈 무렵 마이클 펜스(Michael R. Pence) 부통령 당선인을 불러 아베 총리와 인사를 나누게 하였다. 그런데 이 회담에 처음부터 있었던 제 3인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플린과 러시아와의 관계

플린은 국방정보국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러시아말로 지루(GRU)라고 약칭하는 주력정보국(Main Intelligence Agency) 초청을 받고 그 정보기관을 방문했다. 미국군 현역 육군 중장인 국방정보국장이 러시아군 정보기관을 공식방문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플린은 주력정보국 정보요원 전체를 대상으로 정보능력개발과 국제정세에 관한 강연을 했다. 미국 국방정보국장이 러시아 군사정보기관을 방문한 것도 이변인데, 거기서 민감한 주제를 놓고 강연까지 하였으니 이변 중의 이변이었다.
또한 플린은 2015년 12월 러시아 관영영어언론매체인 ‘러시아 투데이’ 창설 10주년 기념 만찬에 초청되어 국제정세에 관한 강연을 했다. 이날 만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V.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만찬좌석을 배치하면서, 푸틴 대통령 옆자리에 플린을 앉게 배려했다. 푸틴과 플린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 선거기간 중에 트럼프와 푸틴이 서로에게 공개적으로 호감을 표시하였을 뿐 아니라, 트럼프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푸틴 대통령부터 만나겠다는 의사를 몇 차례 표명한 것은 플린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플린의 경력과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소상히 알고 있던 뉴욕타임스는 2016년 11월 17일 앞으로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국제위기상황들에 대처하는 방도에 관한 “최종조언(last word)”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의 인연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두뇌’ 플린이 지난해 11월 18일(현지시간) 오전 8시 30분쯤 미국 뉴욕 한 호텔에 아들과 함께 모습을 나타냈다. 그 자리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측 인사들과 한·미 관계 등을 협의하기 위해 방미한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등 한국 정부 대표단 5명이 있었다. 이 회동이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 정권인수위는 플린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플린은 이미 전날 자신의 내정 소식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플린이 미국의 한반도 특히 대북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뒤 처음 만난 외국 정부 당국자는 한국 정부 대표단이 된 셈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 정부 대표단이 발 빠르게 플린과 만난 것에 대해 다른 나라 외교가에서 부러워하는 시각이 있다”며 “한·미 동맹 관계를 잘 보여준 상황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부 대표단은 당초 트럼프의 최측근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과도 만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세션스도 18일 법무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우리 측에 만나기 어렵다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플린은 오히려 대표단과 예정된 시간보다 먼저 만나 한·미 동맹과 북핵 대응 등에 대해 오랫동안 심도 깊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숨은 ‘공신’이 있다. 플린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 온 주미 한국대사관 신경수 국방무관(육군소장)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신 무관은 “정부 대표단의 방미를 계기로 트럼프의 측근인 플린을 자연스럽게 접촉했는데 만나기 전날 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됐더라”며 “아일랜드계인 플린이 2년 전 한국어로 만들어준 기도문을 가지고 갔더니 반가워하며 친필 사인을 해 줘 깊은 우정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신 무관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플린은 미군에서 강직하고 고집이 세다는 평가를 받지만 안보보좌관으로 적격이라고 본다”며 “그동안 한국 측과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한·미 동맹과 북핵 문제에 대해 잘 알고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플린은 조 차장 등에게 “한·미 동맹은 필수적(vital) 동맹이며,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10호 (2017년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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