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톡뉴스 최서윤 기자] ‘땅콩회항’ 갑질로 물의를 일으켰던 한진家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근황이 지난 10일 공개됐습니다. 2014년 사건 이후 최근 1년 동안 A보육원의 아이들을 돌보며 자숙하고 있다는 훈훈한 내용이었습니다. 부모 없는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은 그간 형성된 부정적 여론을 희석시키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조현아 씨는 2015년 2월 1심 법원에서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같은 해 5월 항소심 재판부는 ‘항공기 항로변경죄’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이에 상고하면서 ‘땅콩회항’ 사건은 2년 가까이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에 계류 중입니다.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서울시내 A보육원 전경(사진=이코노미톡뉴스).

그의 보육원 봉사가 알려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11일 한 매체는 조씨가 7개월째 주 1회, 두 시간씩 A보육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고, 아이들에게 ‘키다리 선생님’으로 불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근 기사와도 내용이 비슷했습니다. 보육원 관계자는 조씨가 먼저 봉사에 관심이 있다며 찾아와 상담했고 처음엔 누군지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또 조씨는 봉사활동을 위해 자택에서 가까운 보육원을 물색했다고도 전해졌습니다. 조씨의 보육원 봉사 소식이 알려진 후 목격담이 속속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일부 목격담을 보니 내용이 흡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찾아봤습니다.

▲ 사진=B포털사이트카페글 ‘대한항공 조현아 맞아요?’ 갈무리.

인터넷게시판에 올라온 ‘조현아 목격담’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9일 봉사활동 후기 등을 올리는 B포털사이트카페에는 ‘대한항공 조현아 맞아요?(작성자 샤샤*)’라는 제목으로 “제가 이번에 집에서 멀지 않은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거든요.. 근데 가서 이런 저런 일 하고 있었는데 뭔가 조현아 같은 사람이 있더라구요. 대한항공 조현아인가? 싶어서 저도 모르게 사진을...ㅎ 이 사람 대한항공 조현아 맞죠?”라는 글이 게재됐습니다. 글을 본 회원들이 맞는 것 같다고 하자 작성자는 “저는 얼마 전에 봤는데.. 봉사한지는 꽤 된거 같아요ㅎ”라는 답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 사진=C포털사이트 게시판 글 ‘대한항공 조현아 있잖아요’

2월 13일 C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대한항공 조현아 있잖아요(작성자 분홍색**)’라는 제목으로 “카페 돌아다니다가 대한항공 조현아 요즘 봉사하는거 봤다 뭐 이런 글 있길래 찾아봤는데 이 기사 발견!!ㅋㅋㅋ 암튼 자숙하고 있는 듯?!”이라는 글과 함께 조씨가 보육원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지난해 11월 기사 사진이 KT 스마트폰으로 갈무리(캡처)돼 올라와 있었습니다. 2월 15일 D사이트(작성자 ㅇ*)에는 ‘대한항공 조현아 요즘 뭐하는지 궁금하지 않냐?’라는 제목으로 ‘대한항공 조현아’ 검색 화면과 지난해 11월 카페글이 갈무리 돼 있고 “검색해보니까 이런 글 나옴 기사도 떳다는데”라는 내용이 첨부돼 있었습니다.

▲ 사진=D사이트 ‘대한항공 조현아 요즘 뭐하는지 궁금하지 않냐?’

2월 20일 E사이트(작성자 skQmsr***)에는 ‘대한항공 조현아 소식~’이라는 제목으로 “봉사활동 관심 있는 분?? 저는 그동안 언젠가 해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이제 슬슬 좀 해볼까?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상담 좀 받을라고 봉사하는 곳 갔거든요 근데 거기 소식지 보여주는데 조현아선생님이라고 있어서 물어봤더니 그 대한항공 조현아 맞다는거에요 여기는 보육원인데 신기신기.. 저도 여기서 봉사 할까봐요ㅋㅋ”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함께 올라온 사진에 아이를 돌보는 조씨의 모습이 담긴 보육원의 소식지가 보였습니다. 사진 속 조씨는 분홍색 블라우스 위에 흰색 계통의 가디건(카디건)을 걸쳤습니다. 며칠 전 보육원에서 언론에 공개한 사진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 사진=E사이트 ‘대한항공 조현아 소식~’

나흘 뒤인 24일 F포털사이트카페(작성자 고동글*)에도 목격담이 떴습니다. ‘대한항공 조현아 봤어요..!!’라는 제목으로 “전부터 봉사활동 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올해부터 진짜하려고 동네 보육원에 갔거든요 근데 그 대한항공에 조현아 있잖아요.. 그 사람이 거기 있더라고요 티비에서 많이 봐가지고 알아봤는데 거기서 조현아 선생님~~ 이렇게 부르는거 보니까 확실한거 같아요 작년부터 막 봉사한다고 하던데 일단 몰래 찍었는데 올려도 되는거겠죠?;;;; 연옌은 아니지만..”이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첨부된 사진 속 조씨는 역시 분홍색 난방을 입고 있었습니다.

▲ 사진=F포털사이트카페 ‘대한항공 조현아 봤어요..!!’

같은 달 27일 G포털사이트 게시판에도 ‘나 대한항공 조현아 본거!(작성자 ㅇ*)’라는 제목으로 “내가 요즘 친구따라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는데 보육원인데 암튼 애들이랑 놀다보니까 뭔가 낯이 익은 사람이 보이는거야 보니까 대한항공 조현아였었어 애기들도 이름도 조현아라고 부르고.. 친구한테 바로 야 여기 대한항공 조현아 와있다 했더니 얘가 안믿음... 그래서 몰래 사진 찍어서 보내줬던건뎈ㅋㅋㅋㅋㅋㅋㅋ 다들 함 봐봐.. 다른데도 올렸었는데 몬가 반응이..ㅋㅋ”라는 내용으로 F사이트에 올렸던 것과 같은 사진이 게재돼 있었습니다.

▲ 사진=G포털사이트 ‘나 대한항공 조현아 본거!’

조현아 씨는 분홍색을 참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그의 근황이 몹시도 궁금한 작성자들이 몰래 찍은 것 치고는 얼굴이 꽤 잘 나오게 올렸습니다. 사진이 크게 나온 것을 보고 초상권 침해라고 우려하는 누리꾼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은 180cm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조씨를 ‘키다리 선생님’이라고 부른다는데 조현아 이름을 말했다고 하고, ‘대한항공 조현아’로 시작하는 제목과 유치한듯 친근감 있는 말투, 곳곳에 잘못된 맞춤법, 물음표·마침표·느낌표 두 개씩……. 게시판 글들을 확인하고 보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일 조씨의 보육원 봉사활동 기사가 나왔고, 다음날인 11일 해당 보육원 게시판에는 ‘조현아선생님 활동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조씨가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 사진이 게재됐습니다.

▲ A보육원은 1960년에 설립돼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찾는 곳이다. 해당 보육원은 지난 11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자원봉사 활동을 공개하는 사진을 올렸다(사진=A보육원 홈페이지 갈무리).

조씨의 봉사활동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에 제동을 건 인물은 ‘땅콩리턴’ 사건의 피해자였던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었습니다. 박 사무장은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제 뉴스를 보다 피의자이신 그분(조현아 전 부사장)의 사회봉사 뉴스가 메인에 떳다해서 또 놀랍니다. 저는 제 자리 뺏기고, 일이년차 직원들 업무로 내 몰며, 끊임없이 모욕감에 노출시키며, 스스로 제자리 빼기를 시도하면서 그분은 그런 뉴스로 말입니다. 저는 아직도 회사내에서 힘겨운 자리 지키기 투쟁 중인데 이런 뉴스가 나왔다니, 현실이 무섭군요. 세상은 아직 변하기에는 너무 힘든가 봅니다. 그래도 포기는 없습니다. 봉사라? 그게 진정 어떤것이지 그들은 알까? 아니 알고 행동 했으면 할 뿐” 등의 글을 남겼습니다. 현재 대한항공의 대표이사는 조씨의 동생인 조원태 사장입니다.

▲ 사진=2014년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였던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 인스타그램.

대한항공 부사장을 지낸 조현아 씨는 현재 보육원 봉사를 하며 별다른 외부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대한항공 블로그 상에는 조씨의 부사장 재임 당시 치적을 소개하는 글이 굉장히 많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전체 245건의 글을 검색한 결과 ‘대한항공 조현아의’로 시작하는 제목이나 ‘조현아’ 단어가 본문에 들어간 글은 지난 5일까지 45건이었습니다. 또 본문에 ‘조현아’가 없어도 태그에 ‘#대한항공 #조현아 #대한항공조현아’가 들어간 글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조씨의 경영 복귀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의심케 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기업 블로그인지, 개인 블로그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 사진=대한항공 블로그.

조현아 씨는 ‘땅콩회항’ 갑질 이후 구치소 특혜 사용, 동생인 조현민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의 ‘복수’ 발언 등으로도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습니다.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이 불거지자 대국민사과를 했고, 지난해에는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진해운의 회생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조 회장의 사과와 호소는 진정성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조씨의 지난 1년 동안의 보육원 봉사에도 칭찬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조씨의 보육원 봉사활동이 언론플레이나 자작극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아버지와 같이 진정성 있는 모습의 반성은 물론,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화해가 우선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대한항공 비행기와 승무원.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 없음(사진=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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