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과 함께 갈수 없나

▲ 제19대 대통령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17일 시작됐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사진=각 후보 공식홈페이지, 편집=이코노미톡뉴스 편집팀>

[이코노미톡뉴스=김동길 논객]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 정치판이 난장판이라고 생각된다. 옛 어른들 말씀에 ‘벼락 맞은 소고기’가 있었다. 나는 벼락 맞은 소고기를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사람들이 그 소고기를 뜯어가려고 덤벼드는 광경을 상상할 수는 있지만 올바르게 묘사할 처지가 못 된다.

열다섯 후보가 ‘벼락 맞은 소’를 향해

소는 주인이 있었겠지만 소가 벼락을 맞은 마당에 “이 소가 내 것인즉 아무도 손대지 말라”고 외칠 수도 없는 일이다. 졸지에 소 한 마리를 잃은 농부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그저 어안이 벙벙하여 먼 산만 바라보며 가슴을 치고 있을 뿐일 것이다.
나라에 4.19나 5.16 같은 변란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여당 없는 대선’을 치르게 됐다. 여당이 있어야 야당도 있는 법이다. 여당이 제구실을 해야 야당도 제구실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모시던 대통령이 자리에서 쫓겨나 수인번호 503을 달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마당에 여권에서 대통령 후보를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낸 것은 지금의 여권이 제정신이 아님을 말해 준다.
그들 중의 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것은 복권에 당첨된 사나이가 상금을 타러 가다가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도 어려운 일이다. 열다섯 명 후보가 기상천외의 공약을 지껄이며 ‘벼락 맞은 소’를 향해 달려간다. 모두가 아우성이고 야단법석이지만 그중에서 오직 한 사람이 제일 많은 양의 ‘벼락 맞은 소고기’를 광주리에 담고 만세를 부르게 될 것인데 그것이 내달 9일이죠.

▲ 제19대 대통령선거가 5월 9일로 다가오고 있다(투표시간 오전6시-20시까지). 투표 13일 남은 현재. 총14명(1명 사퇴)의 대통령 후보 포스터가 붙여있다. 기호 1 문재인 (文在寅)-더불어민주당/기호 2 홍준표 (洪準杓)-자유한국당/기호 3 안철수 (安哲秀)-국민의당/기호 4 유승민 (劉承旼)-바른정당/기호 5 심상정 (沈相奵)-정의당/기호 6 조원진 (趙源震)-새누리당/기호 7 오영국 (吳永國)-경제애국당 /기호 8 장성민 (張誠珉)-국민대통합당 /기호 9 이재오 (李在五)-늘푸른한국당 /기호 10 김선동 (金先東)-민중연합당/기호 11 남재준 (南在俊)-통일한국당/기호 12 이경희 (李京熹) -한국국민당/(사퇴)기호 13 김정선 (金正善)-한반도미래연합/기호 14 윤홍식 (尹泓植)-홍익당/기호 15번 김민찬 (金旻澯)-무소속. <사진=왕진오 기자>

한국, 중국과 일본 함께 갈수 없나

지도를 보면 압록강, 두만강을 경계로 북에는 중국이라는 큰 나라, 현해탄 너머에는 일본이라는 섬나라가 있고 그 중간에 한반도가 자리 잡고 있다. 한반도는 남북으로 갈려 1945년 이후 한 살림을 못하고 두 살림 한지 70년이 넘었다.
1950년에는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했다. 중국은 소련을 도와 이 전쟁에 참여하여 우리는 1.4 후퇴를 했고 통일의 꿈도 접어야 했다.
일본은 헌법상 전쟁에 참여할 수 없어 물러나 있으면서 전쟁에 필요한 군사물자를 제조 공급하여 미국을 도우면서 큰돈을 벌어 미국 다음의 경제강국이 됐다.
단군조선의 건국이념은 홍익인간, 즉 세계평화인데 어쩌다 제3차 세계대전이 미국 트럼프와 북조선의 김정은이 벌인 포커게임의 블라프(Bluff)로 불꽃이 튀길 것 같은 일종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한 자세로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시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 군국주의가 제창한 대동아공영권 때문에 한국과 중국은 죽을 고생을 했다. 그 원인은 일본이 집단의 맹주가 되기 위해 온갖 만행을 개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평화의 상징인 한반도가 자유의 꽃이 만발한 통일을 전제하고 동양 3국이 우선 하나가 되어 EU와 비슷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 불가능할까. 결코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 운동의 본부를 한반도 중심인 DMZ에 마련하게 되면 중국, 미국의 군사적 대립, 갈등, 분쟁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미국을 껴안고 세 나라가 함께 가면서 ‘Let’s go together’를 부르짖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평화가 아득한 까닭이 있구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의 국경에 담을 쌓겠다고 했을 때 교황 프란시스코가 “담을 쌓지 말고 다리를 내 놓으시라”고 권했다. 담을 쌓으면 구멍이라도 뚫기 전에는 담을 사이에 두고 갑과 을이 내왕할 길이 없지요. 또 내왕이 없으면 서로 이해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장차 전쟁 밖에는 해결방안이 없을 것이다.
나는 일본이 한국을 강제로 합방한 암울한 세월 35년 가운데 17년을 일본인들에게 시달리며 살았다. 내 나이 열 살도 되기 전에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은 중국을 침략했고 진주만을 기습 폭격하고 미국에 선전포고했을 때가 중학교 1학년이었다.
8.15 해방이 되던 그날까지 공부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쟁을 돕는다는 ‘근로봉사’로 젊은 날을 탕진했다. 또 6.25 사변이 터진 1950년부터 3년간은 군에 소집되어 강행군으로 부산까지 걸어가고 주먹밥으로 연명하면서 시골 농가 문간방에서 여덟 명이 함께 자기도 했다.
평화가 애타게 그리웠지만 평화는 멀기만 하다. 오늘 김일성의 손자는 큰 돈 들여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자랑하며 미국과 한판 전쟁을 시작할 용의가 있다고 장담한다. 민주국가의 지도자도 독재국가의 지도자도 바라는 것이 전쟁이라면 평화는 멀기만 하다. 패권주의가 존재하는 한 평화는 이룰 수 없는 꿈이죠.

하늘이 무너져 솟아날 구멍이…

올해 102세인 김병기 화백이 지난 10일 ‘장수클럽’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말 안 듣고 방자하게 자유진영을 농락한다고 시리아처럼 북에 대한 선제공격을 하면 그는 이미 만들어놓은 핵무기로 서울을 초토화 하고 미국 본토에도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쏘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우리는 트럼프가 부동산 사업에 성공한 특이한 기질의 국가원수이기에 협상 카드로서 협박과 공갈은 하지만 손해 볼 무모한 짓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으로 믿기 때문에 세계 전쟁이 당장 터지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시리아의 독재자 알 아사드 뒤에는 러시아의 푸틴이 도사리고 있어서 시리아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 김정은의 북조선 뒤에는 시진핑의 중국이 도사리고 있어서 북핵 제거가 늘 불가능한 꿈처럼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 독재자의 그릇된 판단으로 지금까지 쌓아올린 인류문명과 문화가 한 순간에 잿더미가 될 수 있을까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우리의 재래식 속담이 일단 인류의 걱정을 덜어준다. 비록 우리 앞에 핵전쟁이 있다고 해도 인류의 역사 종말은 아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솟아날 구멍이 있을 것이다.

4.19… 꽃잎처럼 떨어져

해마다 4월이 오면
접동새 울음 속에 그들의
피묻은 혼의 하소연이 들릴 것이오

해마다 4월이 오면
봄을 선구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
되살아 피어나리라

185명의 젊은 생명
꽃잎처럼 떨어지고
(노산 이은상의 4.19)

수유리에 그들은 잠들어 있다. 내가 진명여고에서 가르친 고순자는 서울대 미대 학생, 경기고를 졸업한 연세대 의예과의 최정규는 뛰어나게 잘생긴 학생이었다. 그들은 그날 경무대를 향해 달려가다가 곽영주가 내린 발포명령 때문에 꽃잎처럼 떨어져 수유리 묘소에 누워 있고, 그들을 가르치던 나는 이제 90이 되어 그들을 추모하는 글을 쓰면서 57년 전의 그날을 회상하며 앉아 있다.
나는 나의 조국을 위해 아무 한 일도 없이 이렇게 늙은 것이 이 새벽에 부끄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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