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없는 복지공약 국민속임수

[이코노미톡뉴스=최택만 논객]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의 공약(公約)이 어김없이 남발하고 있다.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이 난무하고 있다. 대선 전 각 후보가 내건 공약(公約)을 당선되면 헌신짝처럼 버린다 해서 공약(空約)된 사례가 많아서 국민들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되었다.
오는 5월 9일 대선이 가까워지자 대선 후보들이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첫 번째 공약으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 81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경우 (이미 매년 쓰고 있는 일자리 예산 16조~17조 원 외에) 매년 4조~5조 원씩 5년간 21조5050억 원이 필요하다. 공공부문 인력 충원에 드는 재원을 계산하면서 대통령 임기인 5년만을 계산에 넣은 것이다. 50대 근로자의 공무원 평균 근속연수는 보통 27년 안팎이다. 결국 5년을 뺀 나머지 20여 년에 대한 계산은 재원에 포함하지 않았다. 공무원연금과 각종 수당 등 순수 급여 이외의 인건비가 추가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비용이다. 결국 문 전 대표 측이 밝힌 연 4조~5조(5년간 21조원)의 비용 외에 추가비용이 더 들어간다. 결국 정부 돈으로 공무원 수를 늘리는 선심 공약을 하고 있다. 문 후보는 5년 후에 이 공약으로 인해서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는 아무 말이 없다. 차기 정권에 빚더미를 떠넘기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아동수당 도입은 대표적인 표퓰리즘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후보가 아동수당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부모들의 보육 부담을 덜어 저출산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이런 정책에 돈은 얼마나 들까. 우선 문재인 후보는 현재 지급되는 양육수당(5세 이하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키우는 가정에 월 10만~20만원을 주는 제도)과 별도로 ‘아동수당’을 도입해 0세부터 5세 아동을 둔 가정에 월 1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급액은 도입 첫해엔 10만원부터 시작해 상황에 따라 대상 아동 연령을 넓히거나, 지급액을 늘리는 식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아동수당을 새롭게 도입해 11세 미만 아동을 키우는 소득 하위 80% 가정에 아동수당을 월 1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같은 날 발표했다. 유 후보는 초·중·고교 재학 중인 자녀의 1인당 아동수당을 1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은 소득 제한이 없다는 점이, 안 후보 측은 지원 대상 아동의 연령대가 넓다는 점이 각각 특징이다.
두 후보의 캠프는 아동수당 도입에 따른 재정 부담을 자체적으로 추산해 발표했다. 문 후보 측은 1년에 2조 원(10만원 지급 기준)이 들 것으로, 안 후보 측은 5조1,000억 원이 들 것으로 각각 내다봤다. 다만 안 후보 측은 제도 도입만으로는 5조 1,000억 원이 들지만, 아동수당을 받는 사람들은 기존의 공제 혜택을 약 1조8,000억 원 정도 덜 받게 되므로 순수한 재정 부담은 3조 3,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내년부터 3조840억 원에서 4조6,800억 원의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들은 우리 사회가 이 정도 비용을 준비할 재정적 여유가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복지 표퓰리즘을 남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재원 없는 기초연금 확대는 사상누각

각 당 후보들은 기초연금 지급 확대 등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매머드급 복지 공약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공통적으로 기초연금 지급 확대를 공약했다. 기초연금은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보장 개념의 지원책이다. 문 후보는 지급액을 월 최대 30만원으로 높이고, 지급 대상도 소득하위 80%로 넓히는 안을 제시했다.
안 후보 측은 지급액을 40만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문 후보 공약은 2022년까지 매년 11조4800억 원(국민연금 연계조항 삭제 시)의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두 후보는 재정지출 구조조정과 필요시 증세로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원칙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비용추계는 내놓지 않았다. 재원이 결여된 복지공약은 재정 부담만 키워 결국 국가 재앙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기금과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하지 않는 공약도 문제다. 대부분 후보들이 ‘부담은 낮추고 혜택은 늘리겠다’고 주장한다. 문 후보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재직기간 소득 대비 은퇴 후 연금액 비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비급여 항목을 포함한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액을 설정하겠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은퇴자가 받게 될 국민연금 수급액을 현재 35만원 수준에서 80만원까지 끌어올리고, 의료비 본인 부담률을 20% 이하로 낮추는 공약을 내놨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암치료비와 어린이병원비는 100% 국가가 지원하겠다고 했다. 연금 수령액을 늘리려면 보험료를 대폭 올려야 하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 국민에게 주는 선심 공약의 비용은 어디서 갹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공짜 복지는 없다

그리스의 국가부도 사태에서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빚에 기댄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정치권은 입만 열면 표률리즘적인 ‘복지 노래’를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빚인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 둬선 안 되며, 무분별한 공공부문 확대도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재원 조달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그리스 역대 정권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내놓은 각종 정책이 오늘 그리스를 수렁에 빠뜨린 주범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국가 리더십이 미래의 국민 행복을 위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훗날 불행해 지는 것은 국민뿐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위기에 빠진 국가에 대해 주변국가들은 이해와 동정 대신 모욕을 주고 심지어 경제주권까지 빼앗아 버린다.
모든 국민이 왕의 노예이거나 신하였던 고대 시대에 유일하게 자유를 갖고 있었던 그리스인. 그 자부심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그리스가 지금 독일 등 채권국들의 사실상 노예 신세로 전락해 버린 상황을 먼 남의 나라 일로만 보아 넘겨선 안 될 것이다. 그리스는 2010년 1차 구제금융을 받은 뒤에도 임금 삭감과 연금 축소에 반대해 경찰이 시위를 하고 판사는 재판을 거부했다. 국민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구제 금융을 받아 복지재원으로 쓰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국가채무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6년 말 570억 달러에서 2017년 말에는 659억 달러로 불어난다고 한다. 세계적인 불황과 중국경제의 감속 성장 충격까지 겹치면서 빚이 불어나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이런 마당에 정치권은 복지 포퓰리즘만 외쳐서 될 일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달콤한 복지 사탕발림과 부패에 빠져 결국 망국의 길로 들어선 그리스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빚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없다. 국민은 이제 공짜 복지는 없다는 것을 알 때도 되었다. 이번 대선에서 선심성 공약을 많이 한 후보에게는 투표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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