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권(전 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수필가)

[이코노미톡뉴스=최수권 논객]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안영()이라는 재상은 중국 역사상 명재상으로 추앙받았다. 57년간 3명의 왕을 모셨다. 검소하게 살았고, 왕에게 충언을 서슴지 않는 꼿꼿한 선비였다. 그의 겸손한 언행은 공자가 존경하는 당대 최고의 인물이라는 평이 날 정도였다. 안자(晏子)라는 경칭까지 붙여진 것도 그의 인품과 무관하지 않는 듯하다.
어느날 안자(晏子)는 네 필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외출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길을 비켜주거나 엎드려 경의를 표했다. 일행을 인솔하는 마부는 일개 견마잡이 인데 일산을 받쳐들고 네 필의 말에 채찍을 휘두르면서, 자기가 위대해진 듯 착각에 빠져 아주 위세 등등한 표정으로, 군중사이를 헤집고 나갔다. 마차가 집앞을 지나간다는 소문을 들은 그 마부의 아내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재상인 안영은 몸을 앞으로 숙이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데 남편인 마부는 마치 자기가 재상인양 잘난척 하고 뽐내는 모습이, 과장된 몸짓이, 역겹기 짝이 없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마부에게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이혼합시다.”
깜짝 놀란 마부가 그 까닭을 물었다.
“제가 보니 당신 주인인 재상은 키가 여섯 자도 못 된 분이지만, 그 이름이 천하에 떨치고 있고, 당신보다 더 겸허한 태도, 그가 지닌 인품은 앉아있어도 빛나 보였다.”
그리고 이렇게 덧 붙였다.
“당신은 키가 팔 척이나 되지만, 남의 말이나 끄는 하인에 불과한데도 거들먹거리고, 거만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아내는, 허세 가득한 당신과의 미래는 뻔하지 않느냐고 이혼을 통보했다. 마부는 아내에게 백배 사죄하고 그 뒤로는 결코 거만하게 굴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완전히 달라진 마부의 태도가 의아해, 그 까닭을 마부에게 물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안자는 크게 기뻐했다. 얼마 후 안자는 천민출신인 마부를 추천하여 대부(大夫)의 벼슬에 오르도록 했다. 이에 놀란 마부가 대부로 추천된 연유를 물었다.
“아내의 말도 새겨들을 수 있는 사람이, 어찌 백성의 말을 흘려듣겠는가?” 그렇게 안자가 말했다. 사람들을 알아보고 키워주는 안자는 훌륭하지만, 아내의 말을 새겨들을 줄 아는 마부도 대단한 인물이다. 천민에서 대부까지 올랐으니, 대 반전의 드라마를 쓴 것이다. 안자지어(晏子之御), 안자의 마부라는 말은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 -하찮은 지위에 만족하며 뻐기는 사람, 윗사람의 지위만 믿고 우쭐대는 사람을 비유, 마부로 현실에 만족하고 뻐기는데 실망한 아내로부터 이혼 요구를 받고 안자는 분발하여 마침내 대부로 출세했다는 말.-(난세인간경영/신호웅 교수 저 인용)
유한한 인생에서, 자신의 일생을 어떻게 채색할 것인가는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삶에서 희망의 싹을 틔우는 노력, 주어진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순응은(포기) 자신의 인생을 그냥 무위로 마감할 수밖에 없다. 인생은 뜻하지 않는 곳에 반전의 기회가 온다. 누구나 가장 어두운 시간은 삶에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다. 삶의 의미가, 어떤 보람이 없을 때, 그리고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죽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살아있어도....
인간은 의미 없는 고통을 견디기 어려운 존재다. 어떤 고통이든 무언가 의미가 있다고 느껴질 때, 그 고통의 짐을 지고 갈 수 있다. 내겐 나를 필요로 하는 자식이, 아내가, 그리고 꼭 이루어야할 목표가 있다 등, 무언가 삶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꼭 이루어야할 사업이라도 좋을 듯 싶다.
인생의 의미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점에서 조금은 변경해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에 인생의 의미를 묻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그런 질문을 받는 자로서 응답하는 것이다.” 그래 인생이란 나에 부과된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오월은 싱그러운 대지위에 연초록의 물결이 넘실대는 계절이다. 맑고 향기로운 바람, 대지는 환희에 넘쳐 부풀어 오르고 장미꽃이 만개하여 사랑을 노래하는 계절이다. 그리고 생성의 기운이 충만해지고 사람들은 너그러워진다. 또 새로운 정부가 출발한다. 그래, 이 계절에 희망을 실어보자. 아는가? 번듯한 아내의 언행, 그 충고가 삶에 어떤 새로운 축복으로 도래할지 말이다.

이른 아침 발코니에서
꽃이야기가 들린다.

엊그제 들여놓은
망울진 놈이
꽃망을을 터트렸을까

시어미 마음은
꽃잎에 물들고
며느리 가슴은
온통 꽃밭이다

집안 가득
꽃향기 감도는데
아들 손자
아침 곁잠에서 깰줄 모든다.
- 꽃이야기/김의준

전원생활을 하는 시인이 단체카톡방에 올린 봄의 시다. 아마 3대가 모여 사는듯하다. 꽃향기에 취해 곁잠을 자는 아들, 손자가 평화롭다. 언뜻, 내 유년의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얘야! 봄이다.” 일어나야지!
시인은 가슴이 뜨겁기에 시를 쓴다, 이봄에는 시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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