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타격, 전쟁 안된다는 말은 옳지만…

▲ (왼쪽부터) 문재인 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이코노미톡뉴스=이진곤 논객칼럼] 한반도 군사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하다. 물론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시위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006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다섯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다.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김정은 체제는 오불관언이다. 당랑거철(螳螂拒轍), 사마귀가 수레 앞을 막아서는 것과 같은 무모함을 일컫는 말이다. 당랑지부(螳螂之斧)라고도 한다. 북한의 작태는, 무섭게 생긴 앞발을 도끼 쳐들듯하며 수레에 맞서는 사마귀의 그 황당한 만용을 빼다 박았다.

어쨌건 북한은 2006년 1킬로톤 수준이었던 핵무기의 폭발력을 작년 핵실험 때까지 10~20킬로톤으로 증강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는 ‘사마귀의 도끼’ 정도가 아니라 수레를 위협할 만한 크기의 돌부리로 군사력을 강화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속도도 아주 빨라져,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고체 연료 탄도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이용 미사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등 모든 종류의 미사일 제작 기술을 과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지난달 15일의 105주년 김일성생일 날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펼치며 군사력을 과시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바퀴형 이동발사차량에 실린 신형 ICBM이 공개됐다. 군 소식통에 의하면 이는 북한이 이미 선보였던 KN-08이나 KN-14보다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이 군사퍼레이드에 KN-08,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이를 지상형으로 개량한 북극성 2형 등 전략무기들을 총동원하다시피 했다.

북한이 이처럼 무력과시를 할 것에 대비, 미국은 진작 핵추진 항모 칼빈슨함을 한반도 주변에 급파했고, 니미츠 항모를 서태평양 해역에 추가로 진입시켰다. 아울러 주일미군의 전시훈련을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무력시위에 나섰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는 않겠다는 북한, 더 이상의 군사적 도발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전의가 한반도에서 맞부딪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의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이날 열병식 축하 연설에서 “누구보다도 평화를 귀중히 여기고 사랑하지만, 결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우리식의 핵 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또 “미국이 추구하는 그 어떤 선택에도 기꺼이 대응해 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미동맹에 맞설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는 뜻이겠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 바로 다음날엔 종류미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군사퍼레이드에 ICBM으로 보이는 미사일이 등장했던 만큼 그걸 과시하기 위해 발사했으리라 추측되긴 하지만 그 11일 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날의 발사도 실패로 끝남으로써 미사일의 종류를 파악하기는 어렵게 됐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예견, 나름대로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이에 앞서 4월 6~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 캘리포니아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두 정상은 이 회담에서 북한 핵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했으나 해법과 관련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회담 5일 만인 12일 두 사람이 통화를 갖고 북한 핵문제를 다시 논의했다는 점에서 양국 간 인식의 차이가 크게 좁혀졌거나 의미 있는 타협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간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 선제타격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나 시진핑이 미국의 압력을 수용하는 반응을 보임으로써 중국의 협조에 의한 북한 핵 해결로 방향을 바꾼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100일 기념으로 4월 3일, 영국의 파이넨셜 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미 북한 핵문제와 관련, 중국이 북핵문제에 대해서 해결하면 좋고, 못하면 모두에게 좋지 않은데, 그러면 미국이 나서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그는 중국의 도움 없이도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는데, 이후 한동안 미군의 대북 선제타격이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한반도를 휘감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안정 국면에 들어선 느낌을 주게 된 것은 중국이 미국의 주문을 수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즉 그간엔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만을 강조해 왔던 중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무기로 한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굴복, 북한 옥죄기에 동참하기로 했으리라는 추측이다.

이처럼 한반도 주변정세는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오히려 우리나라만은 태평성대다. 도무지 긴박감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옛날에는 정세가 불안정하다고 들리면 사재기 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국민들은 무덤덤한 반응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해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해도, 신형 미사일이 등장했다고 해도, 그저 그런가보다 할 뿐이다.

국민들의 반응이 이런 것도 문제인데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가겠다는 대통령 후보들의 태도도 느긋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13일 밤에 SBS를 통해 방영된 각 정당후보 5명의 토론회에서 이들이 보여준 바가 그렇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미국 대통령에 전화해서 우리의 동의 없는 미국의 일방적 공격이 안 된다고 확실히 알리고 이를 보류시켜야 한다. 북한에도 여러 채널을 가동해 미국의 선제타격에 빌미가 되는 도발의 중단을 요청하고 중국과도 공조하겠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최우선으로 미국, 중국 정상과 통화하겠다. 와튼스쿨 동문이기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얘기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북한에 압력을 가하라고 얘기하겠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미국 측과 협의해서 선제타격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 측도 마찬가지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한미간에 충분한 합의하에 모든 군사적 준비를 한 다음에 선제타격해야 하고 그에 따라 우리의 군사적 대비 태세를 미리 충분히 갖춘 다음에 하는 게 맞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먼저 대통령 특별담화를 하겠다. 어느 경우에도 한반도에 일방적인 군사행동은 안 된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모범답안도 그 정도는 될 것 같다.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야 부정할 사람이 없다. 바로 그 전쟁을 막기 위해, 더욱이 인류적 재앙이 될 핵전쟁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이다. 미국은 선제타격을 유력한 선택지로 구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를 국군통수권자로서 대답하라는 것인데 우등생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선제타격이 절대로 안 되는 것이라면 자신이 집권했을 때 그런 대응이 필요 없게 되도록 이런저런 대책과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말부터 나와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의 군사적 대비태세를 어떻게 강화하고, 주변 강대국들에 대한 ‘전쟁과 평화’의 외교활동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는데도 ‘선제타격 반대’만 주문처럼 왼다. 선제타격을 못하게 하려면 그보다 위험성이 덜하고 더 효과적인 대안을 만들어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미국 대통령과 전화해서 선제타격을 막을 수 있다하고,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 선제타격만 막으면 북한 핵문제는 해결된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할 일이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은 안 된다고.

미국 측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비책으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를 우리나라에 배치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상황에 대한 절박감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사드 배치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종전 반대에서 최근엔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보수표를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국가 간 합의는 존중돼야 한다’는 말로 찬성 불가피론을 정비했다. 반면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시종일관 반대입장이다. 사드는 북핵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 입장에 다소간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바탕엔 ‘반대’를 깔고 있다. “찬성이냐 반대냐, 또는 배치냐 철회냐 등 양쪽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다음 정부로 미루자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미 배치 중에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동문서답식 대응이다.

문 후보의 경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등 한반도 및 주변의 군사적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마냥 ‘반대’ ‘국회 동의’만 주장하기가 곤란하니까 흔한 말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는 것이겠는데, 느긋해서 좋다고도 하겠지만 상황인식이 지나치게 무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은 20년이 넘도록 시도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성과는커녕 오히려 핵 및 미사일개발을 위한 시간을 북한에게 벌어주기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북한 친화적이거나 역성을 들어주는 측에서는 계속 ‘대화’만을 주장한다. 대화에 응해주지도 않는 상대인데도 이들은 그간 왜 우리가 대화로 풀려고 하지 않느냐고 정부와 미국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 왔다. 그 외의 대안을 이들이 제시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북한 핵은 현실인데도 대응방안은 기약 없는 미래형이다.

이런 분들, 이제는 말해야 한다. 우리 5000만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북한 김정은 체제의 시혜에 기대는 것 말고 우리가 능동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수단을 말해 줘야 한다. 그걸 공약으로 내걸고 표를 호소해야 할 것이다. 바로 다음달 9일 대선 결과가 확정되는 순간부터 군통수권을 쥘 수도 있는 후보들로서는 당연한 도리이고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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