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시작 전부터 수익 남기고 장사하는 일부 화랑들 행태 여전

작품성보다는 돈으로 스펙 쌓으려는 화가들의 주의 필요

[이코노미톡뉴스=왕진오 기자] 1차 미술시장인 화랑가의 장기 침체 속에 아트페어(Art Fair, 여러 화랑이 한 장소에 모여 그림을 파는 행사)가 미술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 2017년 홍콩 아트바젤 전시장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아트페어는 그림을 팔고 사는 시장이기 때문에 작품성에 무게를 두는 비엔날레와는 성격이 다르다. 작가 개인이 참여하는 형식도 있지만, 대다수는 화랑들이 연합해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아트페어는 △대형 화랑이 중심이 돼 열리는 KIAF(한국국제아트페어), 화랑미술제, 아트대구 △작가 중심으로 열리는 마니프(MANIF), 한국구상대전 아트페어, 아트서울 △기획사 중심의 아트부산, 조형아트서울, 아트에디션, 호텔아트페어 그리고 각 지자체 주최의 아트 페어 등이 있다.

여기에 홍콩, 뉴욕, 대만, 일본, 중국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에서 진행되는 아트페어까지 헤아리면 대한민국 미술시장은 아트페어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큼 하루가 멀다 하고 그림 장터가 열리는 셈이다.

▲ 2017 홍콩 아트바젤 전시장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화랑들이 아트페어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주최 측에 작가 정보를 제공하고, 부스 크기에 따른 참가비용을 납부하면 해당 아트페어 규정에 따라 참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화랑들이 아트페어 참여를 빌미로 본인들이 제공받은 부스를 1미터에서 1.5미터 크기로 나누어 참여 작가들에게 150만∼300만원을 받고 판매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있는 것에 주의를 해야 한다.

또한 부수 판매와 함께 작품이 판매될 경우 화랑 40%, 작가 60%라는 비율로 나누는 방식이 만연하고 있어 작가를 발굴하고 새로운 손님을 찾으려는 선량한 화랑들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들 화랑들은 국내외 아트페어가 꾸려지는 기간에 자체적으로 참여 작가를 모집하는 비즈니스를 진행한다. 대학원생이나 오랜 기간 붓을 놓고 있다 다시금 미술계에 진출한 전업 작가들에게 국내외 유수의 아트페어에 나가자는 제의를 한다.

▲ 2017 홍콩 아트센트럴 전시장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국내외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의 경우, 참가 부스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300만원∼600만원의 비용을 주최 측에 지불해야 한다. 이럴 경우 최소 3∼4인의 참여 작가를 모집하면, 화랑 입장에서는 시작 전부터 수익이 남는 장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출품 작품이 팔리는 경우에는 판매 수익까지 화랑과 나누는 방식을 취하면서 아트페어를 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 작가들의 러시는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한국 미술계의 불가사의한 일 중 하나로 여겨진다.

미술계에서 화랑을 경영하는 중견 화랑 A씨는 "화랑에서 전시를 통해 작품 판매가 어려워지면서부터 7∼8년 전부터 일명 '초짜' 작가들 대상으로 한 부스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작가들로서는 아트페어라는 프로필을 쌓을 수 있고, 화랑 입장에서는 작품 판매 이전에 수익이 보전되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작가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트페어 주최 측에서 참가 화랑들의 참여 작가 심사를 해서라도 작가 발굴과 전시보다는 아트페어에만 나가려는 속칭 '나까마' 화랑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2017년 3월 홍콩에서 열린 아트센트럴 전시장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장미 대선이 지나면 미술계는 또 다시 아트페어가 러시를 이룬다. 5월 말 싱가포르 어포더블, 6월 1일부터는 아트부산, 6월말 조형아트서울 등 지역과 나라를 가리지 않고 작품을 애호가들에게 판매하려는 화랑과 작가들의 전쟁은 다시금 시작된다. 이제라도 아트페어 참가를 권유하는 화랑의 제안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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