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톡뉴스 왕진오 최서윤 기자]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높은 건물 앞에 세워진 대형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사실 조형물 설치는 자의반타의반(自意半他意半)이다. 현행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에 따르면, 건축주는 건축 비용의 100분의 1 이하 금액을 회화·조각·공예 등 미술작품의 설치에 사용해야 한다. 또는 미술품 설치 대신 문화예술진흥기금에 출연할 수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고층 빌딩 앞 조형물들은 ‘기업의 얼굴’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기업의 정신과 미술품을 연계해 각 기업을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 편집자 주

▲ 태양광 디자인 모듈을 적용한 장교동 한화빌딩 리모델링 조감도(사진=한화건설).

◇ 한화그룹 창립정신 ‘사업보국’… 김승연 회장의 ‘함께 멀리’

1952년 탄생한 한화는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창업정신을 바탕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사업보국(事業報國)'은 6.25 한국전쟁을 거친 재벌 1세대들의 기본 정신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화의 전신인 한국화약의 창업주인 고 김종희 회장의 이 같은 정신은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 등과도 흡사하다.

김종희 전 회장은 1952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인천 지역에 한국화약을 설립해 다이너마이트 국산화 시대를 열었다. 경부고속도로 등 기간산업에 필요한 화약을 공급하면서 국가의 부강을 이끌었다. 비닐하우스 공급으로 농업 발전에도 기여한 장본인이다. 1976년에는 ‘빙그레’ 아이스크림을 생산했다. 빙그레는 현재 김 전 회장의 차남인 김호연 회장이 맡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김 전 회장의 장남이다. 1981년 총수 자리에 오른 김 회장은 ‘한국화약’이라는 사명을 약칭인 ‘한화’로 바꾼 장본인이다. 1993년 한화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항공기부품 공장 인수 등 공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섰다. 특히 2000년부터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시작한 서울세계불꽃축제는 ‘한화=불꽃축제’라고 인식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화는 이 같은 기세에 힘입어 ‘나는 불꽃이다’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 심문섭 작가의 Opening up’87(1987년). 1943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심 작가는 시인 유치환과 김춘수, 소설가 박경리와 고향이 같다. 1970년대부터 유럽 무대에 진출해 2007년 프랑스 슈발리에 훈장, 2009년에 제8회 문신미술상 등을 수상한 유명한 조각가다(사진=이코노미톡뉴스).

한화는 화약, 방산, 기계, 무역 4개 부분의 자체사업은 물론 한화생명, 한화건설, 한화테크윈, 한화케미칼, 한화호텔&리조트 등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일류를 내세운 한화는 한화그룹의 모기업이라는 자부심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 중이다.

김승연 회장의 경영철학은 ‘함께 멀리’다. 협력사와의 동반성장과 사회봉사의 뜻을 갖고 있다. ‘모두가 하나 되는 동그라미 세상을 만든다’는 것이 한화가 추구하는 가치다. ‘한화로 하나’ 되는 셈이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07년 한화사회봉사단을 창단, 더욱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운영 기반을 구축했다. 전국 70여 개 사업장에서 사회복지, 문화예술, 자원봉사 등 폭넓은 분야에서의 삶의 가치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한화의 인재상은 도전, 헌신, 정도(正道)다. 기존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최고를 추구하고 회사와 고객, 동료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보다 큰 목표를 위해 혼신을 다하면서, 자긍심을 바탕으로 원칙에 따라 바르고 공정하게 행동한다는 것이 한화가 추구하는 인재상이다.

▲ 한인성 작가의 금수강산(1987년). 한화빌딩 뒤편과 IBK기업은행 빌딩 사이에 세워져 있다. 작품 옆에는 한빛미디어 갤러리와 야외공연장이 있어 도심 속의 작은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 Opening up’87부터 금수강산까지… 변신 중인 장교동 한화빌딩

서울 장교동에 위치한 한화빌딩은 지난 1987년 10월 준공됐다. 준공 당시에는 김종희 전 회장의 아호를 딴 현암빌딩으로 불렸다. 이때 설치된 조형물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한화의 역사를 말해준다.

한화 사옥의 마당 한 가운데는 ‘Opening up’87’이라는 석재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심문섭 작가의 작품이다. 가운데 아치형 모양의 큰 돌과 여러 돌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당시 인쇄골목 자리에 현대적인 건물이 들어섰다는 점에서 새 시대를 상징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도전적이고 많은 사람과 함께 가겠다는 한화의 특성을 그대로 투영했다.

▲ 김창희 작가의 역동(1987년).

한화 사옥 앞에는 대형 석재 조형물이 하나 더 있다. 한인성 작가의 ‘금수강산’이다. 물결무늬로 생긴 조각물 8개를 붙여 놓아 한반도를 대표하는 4대 명수(名水)인 한강, 낙동강, 압록강, 두만강과 4대 명산(名山)인 지리산, 한라산, 금강산, 백두산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작품에서 묻어나오는 애국심은 한화의 ‘사업보국’이라는 취지와도 부합한다.

한화빌딩 내부에는 김창희 작가의 철제 조형물 ‘역동’이 있다. 1980년대 대한민국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노력한 개발시대를 역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한화가 추구하는 ‘변화와 혁신’, 김승연 회장의 철학인 ‘함께 멀리’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 서울시 청계천 베를린광장.

이 뿐 아니라 사옥 앞에 세워진 청계천 베를린광장도 볼만하다. 2005년 10월 베를린시에서 서울시를 위해 베를린 장벽 일부를 원형 그대로 옮겨와 조성했다. 베를린 시의 상징인 곰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당시 서울시는 우리은행의 협찬을 받아 베를린시 마르짠 휴양공원 안에 ‘서울정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답례하면서 통일을 기원했다.

현재 한화빌딩은 태양광 발전 기술을 활용한 개보수 공사(리모델링) 중이다. 오는 2019년 11월 완공 예정이다. 공사가 끝나면 최첨단 디자인으로 탈바꿈한 건물의 외형과 추가되는 조형물들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 한화빌딩 리모델링 미디어 월 조감도(사진=한화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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